로동신문


 (마지막회)

제 6 장. 미 술 전 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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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종개인미술전람회가 열리였다. 성대하게 열리지는 않았으나 전문가들과 문화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이 찾아왔다. 류한종화풍에 매력을 느끼고 오는 젊은 세대의 화가들과 문예인들이 적지 않았다. 현지에서 창작한 여러점의 작품들까지 있어 주제가 다양했다.

그날부터 한종은 양복을 점잖게 차려입고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한종은 서울에 도착하여 렬차에서 내리면서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였다. 여기저기에서 자기에게로 날아오는 눈길들이 있었다.

자기가 감시의 장벽에 갇히운것을 확인한것은 전람회장에 도착해서였다. 사복을 입은 군인풍의 사나이가 전람회장에 와서 해종일 붙어돌아갔고 안팎에도 그런 사람들 몇이 서성거리였다. 문예인들과의 접촉도 꼭 감시성원의 립회하에서만 허용되였다.

왜 갑자기 이런 엄한 조치가 취해졌는가? 황동열쇠와 관련된다고 의심되는자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것을 그는 모르고있었다. 그 열쇠에 접근할 가능성을 가진 마지막사람으로서 자기가 의심받고있다는것은 더욱 몰랐다.

속이 불안하였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구용세한테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가? 하지만 겉으로는 불쾌한 인상을 짓지 말아야 했다.

그의 머리속에는 자기에게 있는 정보자료들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빼낼것인가 하는 하나의 생각뿐이였다.

어떻게 손에 넣은 정찰자료인가. 이것을 위해 적후정찰조가 얼마나 힘겨운 고비를 넘었으며 그 싸움에서 송애순이며 서윤길은 귀중한 목숨을 바치였다.

마지막대목에서 놈들의 강한 봉쇄의 그물에 들었다. 이것은 자기에 대한 시밍턴의 의심의 결과일것이다. 그 쇠그물이 온몸을 조이는듯 한 압박감을 느끼였다.

놈들에게 사소한 의혹도 주지 말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 할것인가?

한종은 방도를 찾을수 없었다.

밤중에 한 기업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람회가 끝난 후 전시되였던 그림들중 자기가 몇점을 살수 있게 해달라는 전화였다.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될수 있지 않을가. 불시에 떠오른 하나의 생각이 그를 흥분시켰다.

그는 곧 이미 그리던 《서울성균관의 봄》앞에 마주앉았다.

구도와 색처리, 유화적필치에서 현대적감각을 부여하면서도 형상의 향토적인 정서와 진취성을 중시하여 그린 그림이였다. 눅눅하게 물오른 나무줄기며 봄바람에 나붓기는 풀이파리들, 공간을 지나 멀리 보이는 산들의 배경… 대성전의 건물에 형상의 초점을 박았다. 명륜당의 배 집지붕이 멀리 보이게 처리하고 가까이 있는 바위의 질감을 중시하였다. 원래 그렸던 바위의 색을 긁어내고 그안에 사진필림자료를 복사하여 작은 종이에 그려 기묘하게 은닉하였다. 그우에 색감을 덧발랐다. 그리고는 바위실감을 나타내는데 정력을 기울이였다. 유화구를 바르고는 전열기를 켜놓고 짧은 시간에 말리운 후 그우에 또 색감을 덧놓았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지금 전시장에 붙어있다. 그 그림속에 적들의 작전적기도가 숨겨져있는줄은 아무도 모를것이다.

사람들은 꽃을 들고 찾아와 전람회개최를 축하해주었다. 임자연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많았다.

의외에도 전람회장에 시밍턴이 나타났다.

한종이 전람회를 성과적으로 개최한데 대해 축하하고난 시밍턴은 전시된 그림들을 하나하나 주의깊게 돌아보았다.

《송애순녀사》라고 제목을 고친 그림앞에서 걸음을 멈춘 그는 한동안 서있었다.

원래 시밍턴의 마음속에서는 이상한 욕망이 꿈틀거리고있었다. 애당초 아름다운 녀성인 송애순에 대한 점유욕이 시밍턴의 속을 끓게 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변태적인 심리가 또 다른 쾌감을 추구하였었다. 인간적으로 송애순과는 비할바없이 저능한 오종시나 온백을 통해 고결한 녀인이 당하는 모멸과정을 음미하면서 느끼는 자기 식의 만족이였다.

《대좌님께서 그토록 잘 보살펴주셨는데어찌겠습니까. 운명이라고 할가요. 정말 섭섭한 일입니다.》

가슴속에서는 교활하기 그지없는 시밍턴에 대한 분노가 타고있었다. 시밍턴이 《도롱룡》을 시켜 송애순을 없애버리라고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죽이는데서는 그가 누구든 손이 떨리지 않는 야수와 같은 시밍턴! 내 언젠가는 기어이 네놈의 본심을 발가놓아 낯짝이 뜨거워지게 하리라!

《공주에서의 결전》, 《석류》, 《한나산》등을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보던 시밍턴은 《서울성균관의 봄》앞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그는 미적감각이 시원찮은 월킨즈에게 말을 걸었다.

《미란 예술가가 넋의 고뇌를 통해 창조해내는것이요. 그걸 인식하자면 예술가의 체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안되지. 이 그림을 보면서 뭘 생각하오?》

《저-》

월킨즈가 묵직한 턱을 쓸어만지며 대답을 못하자 뒤짐을 진 시밍턴이 훈계조로 말하였다.

《미술가가 작품을 내놓았을 때 그걸 리해하려면 보는 사람에게 지식과 감수성, 상상력이 있어야 하는거요. 이 작품 역시 훌륭하오. 작품들이 다 특색이 있소. 류선생의 재능은 누구도 따르지 못할것이요.》

다음날 《91번》이 전람회장에 나타났다. 보좌관들까지 데리고온 그는 그림들을 돌아보다가 류한종을 불렀다.

《미술가선생, 난 이 그림이 마음에 드는구만. 이 서울성균관의 봄말이요. 우아한 민족정서가 필치마다에 느껴지는구만. 이런 그림을 구해달라고 일본에 있는 내 친구가 여러번 부탁했는데… 이걸 나에게 팔아줄수 없겠소?》

한종은 난색을 지였다.

《지금은 전람회중이여서… 하지만 며칠후 전람회를 끝낼 때면 안되겠습니까? 그땐 여기 그림들을 다 방매하려고 합니다.》

《그렇소? 그럼 그때까지 기다리지요.》

가격까지 흥정하고난 구찬의는 돌아갔다.

한종을 제일 기쁘게 한것은 정소미가 찾아온것이였다. 그를 보았을때 새로운 활력을 느끼였다. 부산에 다녀온 후 병원에 가서 그를 만나기는 했으나 오늘 그를 보자 반가움이 배로 커지는것 같았다.

청춘의 열정과 탄력을 고스란히 찾은 소미였다.

한종은 후더운 감회에 잠기였다.

평화롭고 한가한듯 한 오늘의 전람회를 두고 생각이 깊었다. 서울에 도착하여 얼마나 큰 마음의 진통을 겪었던가. 접선자를 잃고 정처없이 거리를 헤멜 때 그의 가슴은 외로움과 고통으로 조여들었다. 돌아가서 임무를 다시 받아야 하지 않을가.

하지만 지금은 모든것이 지나간 일로 되였다. 지뢰밭을 지나는 심정으로 한걸음한걸음 걸어온 적후의 낮과 밤…

《정말 훌륭한 작품들이구만요.》

작품들을 돌아보면서 정소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와 함께 온 간호부도 줄곧 놀라운 눈길로 류한종과 그가 그린 그림들을 바라보군 하였다. 여느때 같으면 호들갑을 떨며 웃음을 날렸겠지만 저으기 정숙한 눈빛으로 그림의 세계를 음미하고있었다.

정소미가 나타났을 때에는 눈찌 사나운 정보원들도 바투 다가들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류한종선생님.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이 드디여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구만요.》

정소미의 윤기흐르는 얼굴에 생기가 넘치였다. 한종은 그 말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안다.

그는 마음속으로 진심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을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우겠습니다. 조장동지!》

또다시 머리속으로 흘러가는 생각… 원쑤들이 욱실거리는 이곳에서 평범하고 진실한 넋을 지닌 인간들이 그를 도와나섰다. 송애순이며 서윤길, 믿음직한 전우들인 정소미며 라영수 그리고 《91번》이 보낸 전우들… 바로 그들과 함께 원쑤들의 간계를 물리치고 음흉하고 교활한 시밍턴과의 대결의 고비들을 넘어 적내부에 깊숙이 침투하여 비밀을 빼낼수 있었다.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류한종은 자기가 결코 외롭지 않다는것을 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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