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1 회)

제 1 편

 

《설경성은… 의술로 업을 삼았으며… 의술에 정통하였었다.》

(《고려사》권 제22 렬전 제3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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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24대임금인 원종5년(1264) 초가을 어느날 한낮무렵 두젊은이가 서경(평양)의 함박메골을 벗어나고있었다.

후리후리한 키에 살결이 옥같이 맑고 이목구비가 사내답게 잘생긴 젊은이들이였다.

이들은 나서자란 고향도 꼭같이 도성이 자리잡은 강화도이고 동갑내기로서 이해 나이가 다 스물일곱살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사람은 평민차림으로서 흰 명주바지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덧옷인 백저포를 입고 머리에는 검은 수건을 썼다.

그에게서 표나는것이 있다면 허리에 찬 금장도이다.

머리에 비단복두를 쓴 다른 사람은 자주색옷을 걸치고 붉은 띠를 띤 허리에 누런 금어를 찼다.

이런 옷차림은 4품이상의 문관들만이 할수 있었다.

평민차림의 젊은이가 바로 아직은 총각인 설경성이였다.

일찌기 세운 남다른 뜻을 이를 터를 닦는다며 아직도 일생을 같이할 반려자를 택하는 일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 그였다.

설경성은 쓸쓸한 눈길을 하늘로 던졌다.

서쪽 한구석에 점점이 새털모양의 구름이 떠있을뿐 하늘은 가없이 맑고 푸르렀다.

볼수록 아름다운 하늘이였다.

그러나 하늘의 아름다움도 설경성의 쓸쓸한 마음을 가시여주지는 못했다.

설경성과 나란히 걷던 벼슬아치가 그의 팔을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보라구 경성이, 이젠 어떻게 할셈인가?》

걸음을 멈춘 설경성은 자기와 달리 얼굴에 웃음을 지은 벼슬아치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으로 말하면 열한살때부터 설경성과 함께 나라의 최고학당인 국자감을 다니였고 이어 스무살도 되기 전에 벼슬길에 나선 홍자번이다.

홍자번은 됨됨이 영특하고 강직할뿐아니라 일처리를 공명정대하면서도 신속하게 하는 뛰여난 우점으로 조정의 총애를 받아 출세를 하더니 지난해부터는 벌써 4품관인 호부시랑의 벼슬까지 맡게 되였다.

호부시랑은 나라의 호구와 공물을 다루는 호부에서 두번째가는 벼슬이다.

뿐더러 홍자번은 자식까지 거느린 애아버지였다.

반면에 홍자번과 함께 국자감에서도 기본학과인 국자학과를 나온 설경성은 의술이라는 학문을 더 깊이 파고드는데만 관심을 하다보니 그만 로총각이 되고만것이였다.

역시 걸음을 멈춘 홍자번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던 설경성이 한숨을 내쉬였다.

큰 기대를 안고 불원천리 서경을 찾아왔다가 그 기대가 졸지에 무너지고말았으니 어찌 마음이 쓸쓸하지 않겠는가.

며칠전 설경성은 서경의 함박메골에 위적(위암에 해당되는 병)과 같은 불치의 병까지도 척척 고치는 뛰여난 명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개 항간에 돌아가는 소문이란 뜬소문이 다수임을 모르지 않았지만 불치의 병까지 고쳐내는 비방을 가지는게 소원인 설경성이로서는 귀가

항아리만해질수밖에 없었다.

설경성이 함박메골을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는데 홍자번이 불쑥 나타나 이웃나라에 가보는게 어떤가고 물었다.

사연인즉 홍자번이 여러가지 국사때문에 이웃나라로 행차하는 임금을 호종하게 된것이였다.

임금을 호종하는 이 기회에 친구에게 이웃나라를 구경시켜주려는 그마음은 고마왔지만 함박메골의원을 만나보고싶은 생각뿐이라 서경까지만 행차와 동행하기로 하고 홍자번을 따라나선 설경성이였다.

어제 오후 서경에 당도한 행차는 이곳에서 여러날 묵고 떠나게 되여있었다.

그리하여 오늘 설경성은 홍자번과 함께 함박메골을 찾아나선것이였다.

그런데 맹랑한 일이 설경성을 기다리고있었다.

이곳 사람들의 말이 마을에는 불치의 병을 고치는 명의란 있어본적 없다는것이였다.

다만 지난해 이웃나라를 다녀온 사신단의 한 의원이 함박메골의 친척집에 며칠간 머무르며 마을사람들의 병을 보아주었는데 특히 속탈을 신통하게 고치였다는것이다.

홍자번이 길가의 크지 않은 바위로 설경성을 이끌었다.

《우리 저 바위에서 좀 쉬여가세.》

두사람은 곧 바위우에 걸터앉았다.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홍자번이였다.

《경성이, 자네 생각이 짧은것 같네.》

설경성이 심각해진 홍자번을 놀라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건 무슨 소린가?》

《난 자네가 국자감시절에 품었던 뜻대로 조정으로 들어오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인생말년에 좋은 결실을 보려거든 젊었을 때 신중해서 할바를 바로 택하라는 말도 있지 않나.》

설경성은 10년전인 국자감시절 홍자번의 앞에서 앞으로 벼슬길에 나서리라 언약한바가 있었다.

바위에 그늘을 지운 아름드리 소나무에로 눈길을 준 설경성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에게 좀 긴말을 해야겠네. 자네도 아다싶이 백성구제를 수레에 비긴다면 그 수레를 움직여가는 두개의 수레바퀴를 벼슬길과 의술길에 비길수 있을거네. 벼슬길에 나선자는 백성들이 배곯지 않도록 바른정사를 펼쳐야 할거고 의술길을 걷는자는 병고에 시달리는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걸세.

그래서 사내대장부로 태여난자 이 두 길중 어느 한 길을 가야 한다는 옛말도 있는거네. 그래서 난 생각을 달리하였네.

벼슬길에는 자네가 있으니 내가 의술길을 가면 우린 백성구제의 수레를 더 잘 밀수 있을게 아닌가.》

홍자번이 얼굴을 찡그리며 언성을 높였다.

《진짜 사내대장부라면 벼슬길을 가야 한단 말일세. 벼슬길에서는 임금을 도와 나라일을 잘되게 할수 있네. 나라가 있고야 백성도 있는게 아닌가.》

설경성도 목청을 돋구었다.

《물론 나라가 있고야 백성도 있네. 그러나 백성은 나라의 근본일세. 그 근본을 든든히 다져야 나라가 강해질수 있는거네.

난 이미 백성의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에 한생을 바치리라 마음을 먹었으니 그런줄 알게.》

이번에는 홍자번이 쓸쓸한 눈길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홍자번이 설경성을 한사코 벼슬길로 끌고가려고 하는데는 제나름의 타산이 있어서였다.

장차 조정의 기둥이 되여 부국강병에 기여하리라는 뜻을 세운 홍자번은 혼자서는 그런 큰일을 해낼수 없다고 생각했다.

둘도 없는 친구인 설경성이와 같이 정직하고 아는것도 많으면서도 대바른 사람들로 조정을 꾸릴 때만이 임금을 받들어 부국강병을 이룰수 있을것이였다.

쓸쓸한 눈길로 하늘을 바라보던 홍자번은 인차 그럴듯싶은 수를 궁냥해냈다.

《그렇다면 자네 결심을 막지는 않겠네. 그건 그렇고… 여기서 허탕을 치고말았으니 어떻게 하려나, 집으로 돌아가려나?》

앞일을 딱히 정해두지 못한 설경성이 대답을 못하자 홍자번이 웃으며 일어섰다.

《그럴것없이 나와 함께 가세. 이웃나라에도 의원들이 있고 또 자네가 바라는 그런 비방을 가진 명의가 있을지 알겠나?》

설경성의 귀가 솔깃해졌다.

빈손으로 돌아갈바에는 이웃나라에 가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였다.

마음이 가벼워진 설경성이도 웃음을 머금으며 일어섰다.

《좋아,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데 가보겠네.》

홍자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이제야 코를 꿴 송아지처럼 끌려가겠지.

홍자번은 설경성의 의술이 어의들 못지 않다고 여기고있었다.

하기에 이번 걸음에 설경성을 동행시켜 임금으로 하여금 그의 재주를 알게 함으로써 어의로 천거할 생각이였다.

그렇게만 되면 설경성이 싫든좋든 벼슬길을 가야 할것이고 결국 자기의 뜻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을 줄건 뻔한 일이였다.

웃음이 가득한 홍자번이 큰 걸음을 놓으며 말했다.

《서경의 제일경치는 부벽루에서 볼수 있네. 내 오늘 그걸 보여주겠네.》

설경성도 성큼성큼 큰 걸음을 놓으며 기뻐했다.

《난생처음 서경에 왔다가 그런 구경을 못하면 한생 후회할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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