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회)

제 1 편

(26)

 

며칠후 설경성의 집에서 혼례식이 진행되였다.

리승휴와 홍자번, 최유엄 등이 크게 부조를 해주어 남부럽지 않게 잔치상도 차리고 손님들도 륭숭하게 대접할수 있었다.

이로써 나리를 안해로 삼은 설경성은 깨가 쏟아지는 신혼의 즐거움을 한껏 맛볼수 있었다.

즐거움속에 9월 9일(음력)의 중구날이 왔다.

아홉 구자가 중복되는 날이라고 하여 중구라 하는 이날은 온 나라가 삼월삼짇날처럼 즐거웁게 쇠는 가을철명절이였다.

삼짇날에는 봄을 알리는 꽃을 구경하면서 진달래꽃지짐을 먹었다면 중구날에는 만산을 아름답게 단장한 단풍을 즐기며 국화지짐을 먹는다.

나리로서는 시집을 와서 처음으로 맞는 중구날이라 이 아침 마음먹고 음식상을 차리였다.

찹쌀가루반죽에 국화꽃잎을 두고 지진 국화지짐은 말할것도 없고 찹쌀로 빚은 청주에도 국화꽃을 띄워서 냈다. 화채도 갖가지요, 중구에 빠져서는 안되는 두부도 앗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아침상에 나앉은 설경성의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알뜰살뜰한 안해가 있으니 드디여 마음껏 효도를 할수 있지 않는가.

어머님, 이 국을 맛보소이다.》

나리가 상가운데를 차지한 놋쇠로 만든 남비인 퉁노구를 가리켜보여서야 설경성은 거기에 고기국이 담겨져있음을 알아보았다.

국냄새가 돼지발쪽찜의 냄새와 비슷했다.

《무슨 국이게?》

설경성의 질문에 나리가 방실 웃었다.

《글쎄 맛을 보시고 알아맞춰보시오이다.》

의문이 가득해서 국을 떠먹었지만 무슨 국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닭고기국도 아니요, 돼지발쪽으로 끓인 국도 아니였다.

박씨도 고개를 저었다.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나리가 입을 열었다.

《이게 바로 웅장국이라는것이오이다.》

《웅장국?》

두툼한 곰발바닥을 웅장이라 하고 그것을 끓인것이 사람에게 힘줄과 뼈마디를 튼튼하게 해주는 으뜸가는 보약음식인줄은 설경성도 알고있었다.

웅장국을 만드는 비방도 알고있었다.

웅장은 펄펄 끓는 회물에 튀겨야만 털을 깨끗이 뽑아낼수 있다. 그다음 사흘동안 흐르는 물에 담그어서 나쁜 냄새를 우려내야 한다.

그런것을 초를 친 물에 오래동안 끓여야 누린내도 말끔히 없어지고 살도 만문해진다. 그렇다고 아직은 먹을수 없다.

뼈를 추려내고 고기는 보기 좋게 썰어가지고 닭고기국물에 넣고 끓여 양념을 해낸것이 웅장국이다.

《열흘전 저자에 나갔더니 이 희한한 웅장이 있는게 아니겠소이까. 우리 서경에서는 웅장국을 고기국의 으뜸이라 일러주오이다. 전해오는 말에 웅장국은 고구려의 별식으로서 임금님의 생신날에 빠져서는 안되는 귀물이라고 하나이다. 웅장국을 자시면 어머님이 장수할수 있소이다.》

그 말에 설경성은 코허리가 시큰하였다.

이래서 색시가 곱다고 하는것일가.

웅장국을 들며 어머니가 즐거워하니 설경성은 기쁨으로 눈물이 글썽해졌다.

즐거운 기분속에 배불리 밥을 먹고난 설경성이 상 한가녁에 차려놓은 과일을 가리켰다.

《이보게 나리,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가. 옛사람들이 과일이름을 글로 만들 때 말이요, 과일나무의 모양새라든가 쓸모를 헤아렸단 말일세.》

나리가 웃으며 보챘다.

《그래서요?》

설경성이 코등을 문지르며 벌씬 웃었다.

《능금은 말이요, 능금이 나무에서 익을 때면 그 향기와 새빨간 빛갈에 끌린 새들이 하얗게 날아든다누만. 그래서 나무 목자에다 새 금자를 옆에 붙여 지은 글이 능금 금자라네. 그런가 하면 배는 가슴에 드는 기침병을 막아주는 리로움이 있다고 하여 나무 목자우에 리로울 리자를 얹혀가지고 배 리라는 글을 지은거네.》

설경성은 보다 흥이 나서 말을 이었다.

《석류는 나무의 모양새가 버드나무와 비슷하다고 해서 버들 류자밑에 밭 전자를 써서 석류 류자라 한거네.》

설경성은 《듣고보니 참 그렇군요.》하고 감탄하는 나리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허나 만반진수가 결코 몸보신에 좋은건 아니네. 웅장국이면 다지. 웅장국 같은 천하의 별식이 있을 때에는 이 하나만을 먹어야 하네. 이것저것 다 먹으면 오히려 웅장의 효험을 해칠수 있거던. 그런즉 앞으로 이런 별식을 차린다면 잡다한 음식은 그만두게.》

진실로 감탄한 나리가 공손히 대꾸했다.

《명심하겠나이다.》

즐거움속에 상을 물리였는데 나리가 차반을 안고 들어섰다.

설경성이 눈을 크게 떴다.

차까지?…

나리는 먼저 박씨에게 차잔을 내밀었다.

《어머니, 이건 박넝쿨에서 받아낸 약물이나이다.》

차잔을 받아든 박씨가 혀를 찼다.

《원, 꼼꼼하기란. 난 까맣게 잊고있었구나.》

설경성도 얼굴을 붉히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의원이라는 내가 이걸 잊다니.…

마가을에 박넝쿨의 밑둥을 한자정도 남겨두고 자르면 밑둥의 줄기에서 물이 솟구쳐나온다.

고려사람들은 그 물이 기침의 명약이라면서 중구날에는 반드시 마셔야만 하는것으로 알고있었다.

설경성이 박물을 마시고났는데 밖에서 《동생 있나?》하는 부름소리가 울리였다.

설경성이 《휴휴선생이로구나.》하고 부르짖으며 급히 방문을 여니 과연 리승휴가 뜨락에 서있었다.

얼른 달려나간 설경성이 리승휴의 팔을 잡아끌었다.

《마침이오이다. 웅장국까지 있소이다.》

《아아, 그럴새가 없네.》

떡 버티고선 리승휴의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

리승휴는 방으로 들어가자고 청하는 박씨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단란한 분위기를 깨뜨려서 미안하오이다. 급히 아드님을 데려가야 할 일이 생겼기에…》

《무슨 일이 생겼소이까?》

설경성의 질문에 리승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겼네. 리덕손이라고 어사대에서 잡단(종5품관)을 하는 사람네 집에서 변이 났는데 자네만이 그걸 풀수가 있네.》

리덕손이라는 말에 설경성의 두눈에서 불꽃이 튕기였다.

《그자가 혹시 몇해전 경시서를 타고앉아 백성들의 피땀을 빨아먹기로 악명을 떨친 놈이 아니오이까?》

《그렇네.》

설경성이 치를 떨었다.

리덕손이 하면 도성의 백성들이 치를 떠는것은 놈이 바다물을 통채로 삼켜도 성차하지 않을 무서운 욕심쟁이이기때문이였다.

리덕손이 도성의 시장들과 점포를 관할하는 경시서의 우두머리로 있을 때 백성들은 벌벌 떨었다.

장세나 점포세를 곱으로 받아내는것쯤은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제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면 팔지 못하게 금지된것으로 몰아 사정없이 앗아냈다. 그에 불응하는 사람은 리덕손의 졸개들에게서 뭇매를 맞아야 했다.

날마다 남의 재물을 앗아내면서도 그놈이 무사할수 있은것은 재상들에게 뢰물을 찔러주기때문이였다.

그 덕에 부자가 된 리덕손은 어사대로 돌아앉아 법관이랍시고 거들먹대고있었다.

《휴휴형, 난 악귀같은 그런 놈과는 마주하기도 싫소이다.》

리승휴가 설경성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나도 그렇네. 그놈과 이웃에 살지만 않아도 어찌 그런 일에 비칠텐가. 오늘 아침 그자의 아비가 아침밥을 먹고 죽었는데 글쎄 덕손이 그놈이 그걸 가지고 시녀가 독살했다고 살인범으로 몰아대는게 아니겠나. 그걸 내버려둔다면 죄없는 사람이 참형을 당할거네.

내 그래서 도병마판사 현보어른의 분부를 받아가지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물건 하나 다치지 말라 이르고 자네한테 온걸세.》

의기에 북받친 설경성이 박씨에게 말했다.

《어머니, 제 좀 나갔다 오겠소이다.》

리덕손의 집은 서부에 있었다. 길높은 담장이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다섯채나 둘러싸고 솟을대문을 요란스레 세운 집에서 리덕손이 살고있었다.

대문안에 들어서자 그 집 하인이 가운데 집으로 안내했다. 그 집의 널다란 방에 음식상이 그대로 놓여있고 아래목에는 비단옷을 입은 늙은이가 누워있었다.

얼굴이 거무칙칙한 리덕손이 나타나 살기띤 눈으로 설경성을 노려보더니 음식상을 가리켰다.

《그 죽일 종년이 음식에 독을 쳐서 내 부친을 죽였단 말이요.》

리승휴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제지시켰다.

《난 도병마판사 현보어른에게 이 집의 불상사를 알리고 검시를 하라는 위임을 받았소.》

현보란 문하시랑 동중서문하 평장사의 관직과 개국백의 작위를 가진 리장용의 자이다.

조정의 실권자인 리장용은 나라에 국가적인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대신들이 모여 토의결정하는 비상설적 최고국가기구인 도병마사의 우두머리인 판사를 겸하고있었다.

그러니 그의 령이자 조정의 령이라고 할수 있었다.

《오늘 검시는 설의원이 하게 되였소.》

검시가 처음이였지만 설경성은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집주인에게 묻겠소이다. 시녀가 제 상전을 독살해야 할 리유가 무엇이오이까?》

볼이 잔뜩 부은 리덕손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거야 늙은이의 시중에 싫증난때문이겠지.》

설경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로 뜨락에 꿇어앉아 떨고있는 시녀에게 물었다.

《넌 무엇때문에 상전을 독살했느냐?》

시녀는 고개를 흔들며 눈물만 흘릴뿐이였다.

이윽고 죽은 사람을 들여다보던 설경성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독살이 분명했기때문이였다.

이를 악물고 죽은 늙은이의 얼굴에도, 배와 가슴에도 푸릿푸릿한 독기의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을 가지고서는 그것이 독살인지 증명할수 없었다.

설경성은 이 집 종들에게 일러 몇마리의 닭을 발목에 끈을 매여 뜨락에 가져오도록 하였다.

그리고 상우의 음식들을 차례로 가져다 닭에게 던져주었다. 어떤 닭에게는 밥이 또 어떤 닭에게는 떡붙이같은것이 한가지씩만 차례지게 하였다.

이제 어느 닭이 쓰러지면 어떤 음식에 독이 있는지 증명될것이였다.

허나 한식경이 가고 또 한식경이 지났어도 멱주머니가 터져나갈듯 먹은 닭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

설경성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결론을 내렸다.

《보다싶이 음식들에는 독이 없소이다.》

했더니 시퍼렇게 성이 나있던 리덕손이 악청을 돋구었다.

《이거 어데서 굴러먹던 돌팔이의원이기에 그런 망발을 줴치는거야?》

진상을 밝히러 온 설경성이로서는 모욕을 참을수밖에 없었다.

혹시 상극이 심한 음식들을 먹은게 아닐가?…

한동안 음식상을 들여다보았지만 사람이 죽을 정도로 상극이 될만 한것은 없었다. 상우에 생강이 있긴 하지만 술에 그것을 안주로 먹었다고 해도 죽지는 않는다.

음식들중에서 많이 축난것은 뱀장어구이였다. 보약음식인 뱀장어구이와 초는 상극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사람을 죽게 하지는 않는다.

설경성이 시녀에게 물었다.

《네 상전이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했느냐?》

《저… 뱀장어구이를… 오늘 아침도 한접시 더 가져다드렸나이다.》

그렇게 많이?… 하다면 뱀장어구이에 문제가 있다는것이 아닌가?

《요즘 네 상전이 약을 쓴게 없느냐?》

설경성의 질문에 시녀가 대꾸했다.

《요즘 기침이 나서 닦은 은행을 쓰고있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기침이 더 심해서 그걸 더 많이 자셨나이다.》

그 순간 설경성은 막혔던 숨이 탁 터지는것만 같았다.

은행이 기침에는 좋아도 독이 있어 지나치게 먹으면 숨이 멎는다.

《오늘 아침에도 그걸 자셨느냐?》

《예, 식전에 한줌정도…》

그 말에 설경성은 속으로 됐다 하고 부르짖었다.

시녀에게 닦은 은행 한줌과 뱀장어구이 한접시를 가져오게 한 설경성은 그것을 버무려 뜨락에 매여있는 개에게 던져주었다.

닁큼 그것을 먹어치운 개는 조금 있어 낑낑거리더니 껑충껑충 뛰며 태질을 하는것이였다. 거품을 물며 태질하던 개는 좀 있어 모재비로 쓰러지더니 다리를 버드럭거렸다.

죽어가는 개를 가리키며 설경성이 말했다.

《의서에도 은행에 뱀장어기름을 발라먹으면 죽는다고 씌여있소이다.》

말문이 막혀 거적눈을 꺼벅이던 리덕손이 별안간 시녀에게 달려들어 발로 걷어찼다.

《이 쌍년아, 그걸 진작 알았어야지. 이 무식쟁이 쌍년아.》

의분이 끓어오른 설경성이 리덕손의 손목을 꽉 움켜쥐였다.

무술도 배우고 먼길에 단련된 그의 힘을 리덕손이 당할수 없었다.

《이보시오 주인어른, 보아하니 그대도 고황에 든듯싶은데 그렇게 분별을 잃고 악을 쓰면 오래가지 못하오이다.》

그 말에 기가 질린 리덕손이 뒤걸음을 치며 뇌까렸다.

《그렇다, 난 위적에 걸렸다. 민방이 알려주더구나. 죽을건 뻔한데 종년들을 곱게 내버려둘수 있는가, 엉?》

설경성이 리덕손을 쏘아보았다.

자기 못 먹는 밥에 재를 치는 놈 있다더니 이놈이 그런 놈이로구나. 시녀를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설경성은 리덕손을 살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락심하지 마오이다. 그대가 말썽없이 부친상을 치르겠다면 제 명을 다 살수 있도록 해주겠소이다.》

그 말에 두눈이 퀭했던 리덕손이 털썩 주저앉아 설경성의 팔에 매여달렸다.

《제발 살려주게.》

이윽고 리덕손은 값진 기물이 가득한 제 방으로 설경성을 이끌었다.

방에 들어서기 바쁘게 리덕손이 물었다.

《내가 위적에 든걸 어떻게 알았소?》

설경성은 심술궂게 생긴 리덕손의 낯짝에 나있는 검은 점들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대의 두눈아래에 그렇다고 그려져있는데 어찌 모르겠소이까. 그러니 구태여 위적의 자취를 알아보는 신대극혈이라는 침혈까지 눌러보지 않아도 알수 있소이다.》

놀라움으로 하여 리덕손의 두눈에 흰자위가 가득했다.

《과시 명의요. 선자리에서 병을 알아내는거며 잠간사이에 사람이 잘못된 진상을 밝혀낸거며…》하더니 리덕손은 장농에서 시누런 구리장검을 두개씩이나 꺼내놓는것이였다.

《내 성의로 알고 받아주소.》

구리장검을 두개씩이나 받아든 설경성의 가슴이 활랑거렸다.

지금껏 이런 큰돈을 만져보지 못한 설경성이다.

이런 장검 두개이면 보통 기와집을 한채 살수 있었다.

고려에서는 엽전, 은병과 함께 예로부터 화페로 써오는 구리칼도 돈으로 쓰이고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돈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설경성이였다.

요즘 끼식도 끓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병을 보아달라고 찾아오는데 그들에게 차마 약값을 내라고 할수 없어 무료로 병을 보아주고있었다.

또 인차 대풍창으로 고생을 하는 병자들이 많다는 탐라를 찾아가자고 하는데 로자가 걱정이였다.

이 집에 가득한 재물은 다 남의것을 빼앗아들인것이니 그것을 받아가졌다고 해서 불의라고 할수 없었다.

설경성은 구리장검들을 리덕손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허- 고작 그대의 몸값이 이 정도는 아닌것 같은데…》

그 말에 리덕손이 헤덤벼치며 그것들을 설경성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명의어른, 내 다 생각이 있소. 병만 고쳐주면 그때에 가서 열곱은 더 드리겠소. 그리고 약은 다 내가 사대겠으니 그저 처방만 내려주소이다. 산삼이면 산삼, 록용이면 록용 그저 분부만 하소. 내 지금껏 민방이 하라는대로 날마다 꿀물로 목욕을 했건만 효험이 없었는데 이제는 진짜명의를 만나 살것 같소.》

설경성은 민방의 의술이 그 정도밖에 안되는것이 의심스러웠다.

꿀물에 목욕을 하는 비방은 주로 부자집 녀인들이 몸을 유연하고 살결을 곱게 만들기 위해서 쓰는 비방이였다. 무능한 의원들이 별로 신통한 비방이 없을 때 병자에게 생에 대한 의욕이나마 잃지 않게 하자고 그런 수를 쓰는것이였다.

《명의님, 우린 자치동갑이나 같은 사이인데 죽마고우라 여기고 힘써주오.》

리덕손의 말대로 이들은 비슷한 나이였다.

고개를 끄덕인 설경성이 입을 열었다.

《든든한 종 한사람과 부친의 시중을 들던 시녀를 지금 곧 불러주시오.》

인차 건장한 사내종과 시녀가 방문앞에 꿇어엎드렸다.

설경성은 먼저 사내종에게 일렀다.

《너는 오늘부터 아침과 저녁에 반경정도씩 네 집 어른의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촘촘히 주물러드리되 얼마만한 힘으로 어떻게 주무르겠는지는 따로 알려주겠다. 만일 효험이 없게 되면 네가 죄인으로 된다는걸 명심해라.》

다음 시녀에게 일렀다.

《오늘부터 너는 내가 시키는대로만 이 어른의 밥시중도 하고 약시중도 들어야 한다.》

설경성은 대씨가문의 음식비방을 써먹을 생각이였다. 거기에 보약음식으로 서흥 거석골로파에게서 배운 옻나무가지를 닭의 배속에 넣고 끓인 옻닭곰과 개경사람들이 자랑하는 삼계탕을 배합해 쓸것이다.

약으로는 인삼, 두릅나무껍질 그리고 옻나무진을 배합해쓴다면 아직은 병이 깊지 않은 병자이니 능히 고칠수 있을것이였다.

지금껏 위적에 든 병자를 살려낸 경험은 없어도 이번 걸음에 배운바를 크게 믿는 설경성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설경성은 리덕손을 살려준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줄은 몰랐다.

그 후회는 먼 후날에 있게 될 일이였다.

며칠후 설경성에게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최유엄이 부세를 두곱으로 옭아내여 저들의 배를 채우려들던 서흥관가것들의 죄를 밝혀내고 그자들을 파직시키게 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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