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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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런 사람에게 대를 물려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이 사람이 대씨가 아닌탓에 조정의 수석자리는 물려주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가지고있는 간자들이야 왜 넘겨주지 못하겠는가.

그동안 당나라를 드나드는 장사치들과 사신들 지어는 숙위의 일행속에 간자들을 박아넣어 그곳에 자리를 잡도록 하였다.

《우선은 이렇게 합세. 내가 당나라의 움직임을 알아내는족족 자네에게 공문으로 보내주겠네. 그리고 자네가 원한다면 간자일을 할만한 사람도 보내주겠네. 그들을 자네가 생각하는 곳에 묻어두면 도움이 될걸세.》

이렇게 말하던 반안왕은 일이란 사람이 만들어 할탓이니만치 황족이 아닌 사람은 재상의 지위에 오를수 없다고 한 국법을 뜯어고칠수도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해에서는 고구려와 달리 문무백관을 통솔하는 대내상의 자리에는 황상과 제일 가까운 황족의 사람만이 오를수 있었다.

나라의 법이 그러하니 장문휴가 아무리 큰 재목이라고 해도 백관을 통솔할수는 없었다.

그 아쉬움을 조용히 묵새기고난 반안왕은 이번에도 장문휴가 생각지도 못하는 곳으로 화제를 몰아갔다.

《참, 자네 열두살적에 벌써 어른들도 어쩌지 못한 도적을 잡았다며?》

장문휴는 자기도 잊고있던 그 일을 반안왕이 알고있다는것이 놀랍기만 하였다.

어린 문휴가 무술을 닦는다며 부룩송아지처럼 뛰여다닐 때 그의 집마당은 동네애들의 무술터였다.

그 무술터에서 스스로 대장을 맡아나선 문휴가 날마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수박희며 검술을 배워준다고 벅적 끓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문휴를 꿇어앉히고 이렇게 꾸짖었다.

《며칠전 우리 앞집인 분지나무집에서 그것도 대낮에 동전 백냥이 고스란히 없어졌다고 하더라. 그 집의 고소를 받고나온 관가의 어른이 말하기를 그 돈을 훔쳐간 도적이 너희들속에 있을거라고 하였다.

그러니 넌 어떻게 하든 그 돈을 찾아내여 돌려주어야 한다.

알겠느냐?》

문휴는 어머니의 령을 거역할수 없었다.

그 즉시 분지나무집을 찾아간 문휴는 그 집의 울담부터 살피였다.

분지나무집의 울담은 돌담이 아니고 비좁게 심은 분지나무로 담을 이루고있었다.

가을이면 그 울담에 새까만 분지열매가 다닥다닥하여 분지나무집이라 불리웠다.

분지나무집의 삽짝문이 우리 집 대문과 마주하고있으니 도적이 대낮에 기여들었다면 남의 눈을 꺼려 분지나무울담으로 도망쳤을것이 아닐가?!

아니나다를가 분지나무울담의 한쪽에 햇가지들이 꺾여있는데 거기에 한치가량의 파란 비단실오리가 걸려 하느작거리고있었다.

그 실오리를 가져다 어머니에게 보이였더니 조하주라고 하는 값진 비단천에서 풀려나온 실이라는것이였다.

그런 비단천으로는 부자들이나 옷을 해입을수 있었다.

그것을 실마리로 해서 범인을 찾았더니 이웃마을에서 사는 관속의 자식이 걸려들었다.

바로 조하주로 지은 그 애의 파란 비단저고리의 옷자락이 약간 째져 있었던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되게 문초를 하였더니 그 애는 지은 죄를 토설하고야말았다.

이것이 소문나서 온 마을을 감탄시킨것이였다.

반안왕이 어색해하는 장문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자네가 도적을 잡을수 있은것은 억울한 루명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자기의 청백함을 애써 보여주려 했기때문일세.

이제 도독노릇을 하느라면 억울하게 루명도 쓰게 될걸세. 사람이 큰일을 하느라면 본의아니게 잘못을 저지를수도 있고 실수도 하기마련이니까.…

그리고 주위에는 자네를 도우려 하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자네를 해치고 헐뜯으려고 하는 나쁜 사람도 적지 않을거네.

자네가 맡은 일을 감당해나가려면 부득이 강짜를 부려야 할 때도 있고 남들의 밥줄을 다쳐야 할 때도 있을거네. 그러니 억울하게 루명을 쓰지 않을수 없는거네.

하지만 자넨 열두살때처럼 그 루명을 쓰지 않겠다고 정력과 시일을 허비해서는 안되네.》

장문휴는 속이 답답해나서 헛기침을 깇었다.

이거야 고스란히 억울한 루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벌을 받으라는건데 그걸 어떻게 참을수 있단 말인가.

온몸에 장사다운 기백과 기운이 한가득 넘쳐있는 장문휴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훈시였다.

장문휴의 심정을 엿본 반안왕의 안색이 엄해졌다.

《자넨 자기가 나라방비의 큰몫을 안고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네. 그런 중임을 맡은 사람이 보신부터 생각한다면 큰일을 할수가 없네. 죽더라도 기어이 맡은 일은 해내고야말겠다는 생각만 해야 하네.

그럴 용단이 없다면 이제라도 이 길에서 물러서는것이 좋을걸세.》

그제서야 장문휴는 잠시나마 마음이 흔들렸다는 자책감에 얼굴이 붉어졌다.

반안왕은 여전히 엄한 안색으로 말했다.

《황상마마께서 자네를 크게 믿는것은 바로 자기를 바쳐서라도 나라를 받들려 하는 그 마음이 자네에게 있다는것을 알기때문일세.

그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재주가 뛰여났어도 나라앞에 큰 공을 세울수 없네.

나라가 자네를 믿고 자네를 지켜보고있다는것을 잊어선 안되네.》

그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 장문휴는 고개를 떨구었다.

북받치는 격정에 자리를 차고 일어선 장문휴는 부르짖었다.

《전하, 래일로 떠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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