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 회)

제 3 장

11

(1)

 

도독영으로 돌아온 장문휴는 지체없이 말굽은을 실은 마차들을 동모산으로 떠나보내면서 이 보물을 병선을 뭇는데 쓸수 있도록 윤허해달라는 상주문을 올리였다.

그리고 영의 가까이에 아담한 집 한채를 마련하고 산련이가 살도록 하였다.

이제 병선을 뭇도록 하라는 황상의 윤허가 내려올 때까지 쇠달이네가 어떻게 군진을 지키고있는지 직접 알아볼 생각으로 장문휴는 또다시 호위군사들을 거느리고 영을 나섰다.

장문휴의 행차를 반기는듯 하늘도 가없이 맑고 푸르렀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남문으로 뻗어나간 큰길에 들어선 장문휴의 눈앞에는 언제나 그러했듯 이채로운 큰 늪이 안겨왔다.

이 늪은 고구려때 성밖으로 흐르는 강(태자하)의 물을 통이 크게 끌어들여 만든것이다.

늪에는 잉어며 붕어와 같은 물고기가 우글거렸다.

늪이 어찌나 넓은지 격구장을 서너개 들여앉힐만 하였다.

그우에 고기배까지 몇척 떠있어 성안의 운치를 돋구었다.

맑은 물이 용용 흐르는 큰 개울을 가로지른 우람한 돌다리로 해서 남문을 나서니 성밖의 경치는 또 그것대로 볼만 하였다.

높다란 성벽을 빙 돌아보며 넓게 파놓은 해자의 물속에도 물고기가 욱실거렸다.

그래서 아무때건 해자에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을 볼수 있었다.

성밖의 마을들로 이어진 큰길의 량옆으로는 수양버들이 우거졌다. 그속으로 민가들에서 놓아기르는 닭이며 게사니며 오리들이 무리지어 다니였다.

장성으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첫눈에 안겨오는것은 웅장화려한 료동탑이였다.

회죽미장을 한듯 너무도 하애서 백탑이라고도 불리우는 8각 13층의 료동탑은 그 멋스러움의 극치로 해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 하였다.

수십길의 아스라하게 높은 탑의 매 층 탑날개끝마다에 매달려있는 밥사발만 한 풍경들이 잔잔한 바람에도 맑고 은은한 종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길손들의 마음을 흥그럽게 하여주었다.

탑꼭대기의 쇠로 만들었다는 세개의 북도 멋스러웠다.

장문휴는 선조들의 슬기와 재능이 크게 어려있는 이 석탑을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말을 멈춰세운 그는 석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도 이 탑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그걸 알아야 한다. 고구려때 300만대군으로 쳐들어왔던 양광이 여기 료동성에도 달려들었댔다. 그때 놈들은 어떻게 하나 료동성을 무너뜨리려고 몇달씩이나 밤낮으로 달려들었지만 저희들의 주검으로 높은 산을 만들어놓고 쫓겨가고말았다. 그때 온 료동성이 수나라를 크게 쳐이긴 자랑을 안고 달라붙어 저 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 저 탑은 불가의 탑일지라도 승전탑이라고 할만 하다.》

일망무제한 료동벌을 굽어보는듯싶은 우뚝한 석탑을 쳐다보며 장문휴가 말을 이었다.

《우리도 고구려의 선조들처럼 이 땅을 넘보는 외적을 크게 쳐부시고 전승의 자랑을 담은 이런 탑을 세워야 한다. 자, 이젠 가자. 이랴-》

말을 몰아 조금 더 가니 광우사가 나타났다.

수나라에 이어 기여들었던 당나라침략자들이 불태웠던것을 발해건국과 더불어 더 크게 지은 광우사였다.

그 절간을 지나자 장문휴는 말에 박차를 가하며 소리쳤다.

《빨리 가자.》

군사들도 말에 박차를 가했다.

《이랴, 쩌-》

군마들은 기세차게 내달렸다.

어느덧 정오를 가까이하고있었다.

말을 달리던 장문휴는 길옆의 마을에서 울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말고삐를 끄당겼다.

한두 아이도 아니고 여러 아이들이 울어대는 그 소리에 애가 끓었던것이다.

무슨 일일가?!…

마을을 바라보니 한집의 마당에서 사람들이 붐비고있었다.

아이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그 집에서 올리고있었다.

슬퍼지는 감정에 말에서 내린 장문휴는 온태곤이에게 손짓해서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걸어서 그 집옆의 울바자앞에서 멈춰선 장문휴는 사람들이 알아볼가 봐 덧입은 전포로 장수의 복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꼭꼭 여미였다.

그다음 눈길을 드니 사람들이 빙 둘러선 그가운데서 다섯 아이가 관을 그러안고 울고있는것이 보였다.

제일 큰 애는 열댓살, 제일 작은 아이는 댓살 나보였다.

《엄마야-》하고 울어대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소리가 장문휴의 가슴을 허비였다. 저 어린것들이 어미를 잃었으니 얼마나 괴로우랴.

관을 두드리며 몸부림을 치는 아이들을 바라보느라니 돌아가신 부모들이 생각나 마음이 더더욱 슬퍼졌다.

장문휴는 늙으신 어머니의 림종을 지켜드리지 못하였다.

그가 동모산을 떠나 변방에 나가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것이였다.

이윽고 상여군들이 관을 메고나가는데 그뒤를 울부짖는 아이들이 어푸러지며 따랐다.

마을사람들을 만나본 온태곤이 다가와 아뢰였다.

《저 애들의 아버지는 몇해전 변방에 번을 들러 나갔다가 불의에 달려든 외적과의 싸움에서 잘못되였다 하오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전부터 앓았다고 하오이다.》

울바자를 쥔 장문휴의 손이 떨리였다.

부모를 다 잃었으니 저 어린것들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외적이 원쑤로구나.

이런 때 도독은 무엇으로 도와줄수 있는가. 나라를 위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의 자식들이 먹고살수 있도록 해주는것도 도독이 할바이다.

큰길로 돌아선 장문휴는 온태곤이에게 일렀다.

《넌 이길로 이 고을 현승에게 가서 나의 령이라 하고 이 마을 고아들에게 쌀과 피륙, 소금을 래일 당장 가져다주도록 일러라.》

그렇게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장문휴는 말우에 올라 호력이에게 일렀다.

《너는 지금 당장 부도독에게 달려가서 각 고을들에 전장에 나가 돌아오지 못한 군사들의 식솔을 관가에서 맡아 돌봐주도록 하라는 공문을 띄우라고 전하라.》

《알겠소이다.》

한겻만에 온태곤에 이어 료동성에 갔던 호력이까지 돌아와 일행은 본래대로 불어났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