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제 1 편

17

(2)

 

광우는 아리숭한 말을 하는 부상을 의혹에 차서 바라보기만 했다. 까닭모를 불만이 속에서 자라올랐다.

부상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이보우 광우부국장, 나도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을 지지하는 사람이요. 정보산업시대가 오고 교육부문에서도 정보화가 급속히 심화되고있는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니요. 오늘까지도 수세기를 거쳐 내려오는 낡은 시험방법에 의거할수는 없소. 지금의 서지시험방법이 여러가지 부족점을 안고있다는거야 교육부문에서 일해오는 우리들가운데서 누가 모르겠소. 중등교육부문에 남아있는 교과서를 그대로 따로외우는 암기식학습방법을 완전히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응용능력을 키워주자고 해도 시험방법은 개선해야 한단 말이요.》

광우는 꼭 숨박곡질을 하는것 같은 어이없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허.》 하는 김빠진 소리가 새여나갔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리해가 안됩니다. 부상동지는 콤퓨터에 의한 새로운 시험방법이 교육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게 실현될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저는 그게 리해가 안된단 말입니다.》

광우는 부상이 어째서 사위감을 시험연구조에서 뽑아내려고 딸에게 좋지 않은 바람을 불어넣었는가고 따지고싶은것도 꾹 참았다.

《내가 부국장동무한테 이미 말하지 않았소. 동무가 만나본 사람들이란 교육부문에서 오래동안 일해왔고 공로도 있는 사람들이며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사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요. 그 사람들이라고 뭐 시험방법을 혁신해야 한다는것을 모르는것 같소? 그렇지 않소. 그 사람들이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에로 넘어가는데 선듯 손을 들기 저어하는것은 나라의 교육을 걱정하는 애국적인 감정에서 그러는거요. 그러니 그 사람들을 나쁘다고 할수는 없는거요.》

광우는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려다가 여기엔 무엇인가 모순되는것이 있으며 한생의 많은 구간을 교단에 바쳐온 이 오랜 일군이 좋은 말로 에돌고있는데는 서둘러 말하기 저어하는 보다 심각한 그 무엇인가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다가》 부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이를 두었다가 고개를 들어 광우의 얼굴을 관찰이나 하듯이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은 학계에서도 땅땅 굳은 관록있는 전문가들이요. 광우부국장이 그 사람들을 어떻게 리해시킨단 말이요?》

광우는 어리치운 사람처럼 한동안 멍하니 부상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서서히 의분이 끓어올랐다. 뿌연 안개속에 잠겨 아리숭하던것이 선명해지는듯 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업의 전진을 위해 허용되여서는 안된다! 나라의 진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사람들의 굳어진 인식은 어쩔수 없는것이라고 여기며 나서지 않으려는 이것이야말로 지식인나름의 보신주의인가? 호인격의 사고인가?

《옳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상동지처럼 그렇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남들보다 앞서나갈수 있습니까? 부상동지가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이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확신한다면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주저하지 말아야지요. 앞장에 서서 그런 사람들을 설복해서 인식을 바로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걱정만 하고있다면 그거야말로 사회적진보에 유해로운…》 그는 격해서 목소리가 높아지려는것을 애써 누르면서도 속에 옹쳐있는 말을 끝내 쏟아놓고야말았다. 《패배주의입니다!》

우뢰소리처럼 들리는 말이였다.

부상은 부지불식간에 증기가마처럼 달아올라 그답지 않게 진중성을 잃어버리는 김광우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패배주의라는 말에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부국장동무의 그 말은 옳소. 이 부상이 용기가 부족하여 패배주의를 한다고 비판을 해도 좋소. 하지만 생활이야 어디 그렇소?》

《생활이 어쨌단 말입니까?》

《됐소, 됐소.》 전학선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 전학선은 어쩔수 없는 일을 하려다가 공연히 그런 사람들의 눈밖에 나기나 할가봐 나서지 않는다고 합시다. 부국장동무는 그들을 설복할수 있소?》

《그 사람들도 부상동지가 말한것처럼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나라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제가 아는것이 적어 설복하지 못하면 부상동지가 나서야지요. 나라의 리익에 저촉된다는것을 알면서도 자기보신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집이 기우는것을 보면서도 못 본척하는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허허, 동무는 모순에 빠진 소리를 하는군. 자기는 리론적으로 준비가 안돼서 리론의 대가들을 설복할 힘이 없으니 이 부상이 나서라?》

《부상동지두!》 광우는 애써 자신을 다잡았다.

《어쨌든 부상동지는 그저 좋은 사람이 되면 안됩니다. 그게 자기 보신을 위해서는 필요할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상동지야 큰 일군이 아닙니까.》

《나도 그게 내 일이 아니라고 앉아 구경만 하겠다는건 아니요. 나서야지. 내가 말하는건 리론적으로 완벽한 사람들의 인식을 돌려세운다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거요. 더구나…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들은 누구보다도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일을 많이 했고 지금도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요.》

광우는 무슨 말을 더 하고싶었으나 단념하고 나왔다. 피뜩 오늘 전부상의 거동이 여느때와는 다르다는 이상한 생각이 뇌리에 떠올랐다. 부상이 분명 원격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자기를 일부러 만나자고 한것 같은데 그것도 새삼스러운것이지만 왜서인지 무엇인가 내놓고말하지 않는것이 있는것 같이 보이였다. 그것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줄곧 부상의 얼굴에 나타나있었다.

광우는 어제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교육부문에 주신 유훈관철정형을 중간총화하는 일군회의를 진행한 뒤끝에 위원회 당비서가 원격시험문제를 놓고 전학선부상을 별도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것을 알수 없었다.

그때 당비서는 원격시험에 대한 전학선부상의 견해를 듣고나서 《원격시험이 모집국에서 하는 일이라고 해서 부상동무가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야 않겠지요. 또 그것이 나라의 중등교육에 관여하는 부상동무에게 남의 일이 될수도 없는것이구요. 어련하겠지만 그 사람들의 일을 잘 도와주십시오.》하고 말했던것이였다.

전부상방에서 나와 무거운 마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던 김광우는 서류묶음을 들고 마주오는 몸이 부한 녀자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부국장동지.》

그 녀자가 별로 생글생글 웃으며 먼저 인사를 했다. 정보화국의 정성금책임부원이다.

《부국장동지의 차바퀴가 요즘 빵크날 지경이라더구만요.》

김광우는 얼떠름해서 그 녀자를 건너다보았다.

《그건 무슨 소리요? 정동무.》

《나야 정보화국사람이 아니나요. 정보가 빠르답니다. 광우부국장동지가 자기의 〈급행렬차〉에 태울 손님모집을 다닌다더구만요.》

위원회안에서 요 며칠사이에 있은 김광우의 부지런한 행보를 두고 본인모르게 돌아가는 말들이 있는 모양이였다.

《과연 정보가 빠르기도 하구만.》 그러던 김광우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무작정 책임부원의 팔을 덥석 잡았다. 《나 좀 봅시다.》 하며 그를 한쪽으로 잡아끌었다.

《아유나! 남들이 보면 련애를 하는줄로 알겠어요.》

김광우는 그러거나말거나 개의치 않고 그를 자기 방으로 끌고들어가서야 놓아주며 빙그레 웃었다.

《내 그러지 않아도 성금동무를 만나려던 참이였소.》

《아니, 저야 같은 부서도 아닌 정보화국사람인데 부국장동지가 만나야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정보화국사람이니까 만나자는것이지. 정성금이 콤퓨터에선 위원회적으로 인정받는 실력자인데다가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이 교육발전을 추동하게 될거라고 말했다는것도 아오.》

《누가 그래요? 부국장동지, 이 정성금이한테 비밀정보원이라도 붙여놓은게 아니예요?》

김광우는 껄껄 웃었다.

《그럴수도 있지. 허허, 그럴수도 있소.》

《오, 알만해요. 장연화책임교학이 부국장동지한테 뭐라고 한게구만요. 미주알고주알.》

《지레 넘겨짚는걸 보니 동무네 두 녀자가 마주앉아 이 김광우 뒤소리를 어지간히 한게로구만.》

《했지요 뭐.》 정성금은 그러고나서 깔깔 웃었다.

그것은 장연화책임교학이 시험연구조의 일에 관여하기 전에 있은 일이였다.

어느날 정성금은 위원회에 책임교학으로 온지 얼마 안되는 장연화와 나라의 교육발전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문제를 놓고 서로 자기들의 견해를 나누었다.

《교육에서 똑똑한 인재들을 키워내자면 그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예요. 그런데 누구보다먼저 리해하고 앞장에 서서 내밀어주어야 할 사람들이 왜 리해하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시험방법이 연구되여야 한다고 저마다 말들은 하면서도 말이예요.》 하고 장연화가 말했었다.

그때 정성금은 콤퓨터시험문제를 놓고 자기들 두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다는것을 알았던것이였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안되여 장연화가 시험연구조에 동원된것이였다.

정성금이 그 일을 념두에 두고 웃으며 말했다.

《부국장동진 참 엉큼하구만요.》

《그건 무슨 소리요?》

《장연화책임교학이 교육문제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콤퓨터시험을 지지하는 립장이라는걸 용케 알고 자기네 렬차에 태웠으니까요.》

광우는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을 그리였다.

《어찌 그 동무뿐이겠소. 책임부원도 태우고 온 나라 사람들을 다 태우자는거요. 이제 두고보오.》

정성금이 《아유나! 그건 초인류적인 렬차가 아니예요?》하며 깔깔 웃을 때 김광우는 갑자기 한숨을 내불었다.

《이보우 성금동무, 이 김광우 요즘 고민이 많소. 당의 신임은 큰데 중임을 감당하지 못할가봐 앉으나서나 걱정이란 말이요. 밤에 자다가도 그 걱정때문에 깨여나군 하지. 그런데 동무야 정보기술분야에선 박식가가 아니요.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하자는 일로 말하면야 실은 성금동무같은 사람들이 응당 앞에 나서야지. 안그렇소?》

정성금은 그 말에 어지간히 감동되였다.

정성금은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말이 없었는데 얼굴에는 심각한 빛이 어려있었다. 이윽하여 그 녀자는 얼굴을 들며 생긋이 웃었다.

《그러니 이 정성금이도 부국장동지네 렬차에 오르라는 말씀이시군요.》

《내가 말하지 않았소. 누구나 다 올라야 할 급행렬차라고.》

《유선일동무를 만나보세요. 원격시험에로 넘어가자면 망기반을 구축하고 운영해야겠는데 그러자면 그 동무가 꼭 있어야 합니다.》

《원, 아무렴 그 콤퓨터귀신을 내가 놓칠가. 교육정보고속도로개척자를 말이요. 그러니 정동문 벌써 생각을 많이 해두었구만!》

김광우는 얼굴이 환해졌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1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