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제 1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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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날 밤, 오련희는 대학때 알게 된 정성금의 집으로 초청받아갔다.

두 녀자가 나이차이는 있지만 기숙사의 같은 호실에 있으면서 남달리 가깝게 지낼수 있은것은 서로가 상대방에게서 자기와 비슷한것을 보았기때문이였다. 두 녀자는 다같이 마음이 깨끗하고 불의앞에서는 참지 못했다.

그들은 기숙사시절처럼 한잠자리에 누워 대학때의 일들이며 동무들에 대한 추억도 하면서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련희동무, 난 도무지 리해가 안되누나. 좀 설명을 해주렴.》

정성금이 갑자기 심각해서 하는 말에 련희는 의아해서 그 녀자를 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해요? 성금동지.》

《그때 넌 그 사람에 대해서 나한테 좋은 말을 얼마나 많이 했니? 성격이 좋고 인물 그쯘하고 인정이 많고 또 어쩌고 하면서 좋은 말을 다하지 않았니. 그러던 네가… 글쎄 너같이 마음 깨끗한 녀자를 그 인간이 배반을 했단 말이냐?》

오련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그러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성금동지, 그 말을 꼭 들어야겠어요?》

《들어야겠어. 대학때 한호실에서 생활하던 혜숙이랑 그 얌전때기 영란동무랑 후에 만났는데 그 인간을 욕하더라. 사랑을 그렇게 쉽게 배반하는 나쁜 사내라구. 그래 정말 어떻게 된거냐?》

《그건 사실 소문이 잘못 난거예요. 제가 스스로 도소재지를 떠난걸요.》

정성금은 그 말에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서글서글하던 눈에 잔뜩 의혹이 비끼였다.

《뭐라구? 그럼 동무가 먼저 배반을 했다는거냐? 마음 곱고 불의앞에서 너그러울줄 모르던 동무가? 난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구나. 말해주렴.》

《…》

《어서.》

오련희는 한동안 지꿎게 말이 없다가 정성금이 재촉해서야 《성금동지두!》하고 원망의 소리를 했다.

그것은 돌아다보기조차 괴로운 과거였다.

눈앞에는 해볕이 재글재글 끓던 무더운 여름날이 떠오른다.

여름방학을 보내려고 고향인 멀고도 먼 산골의 림산마을에 내려갔던 오련희는 대학으로 돌아가고있었다. 그는 몹시 바빴다. 수백리나 되는 산골길로 자동차를 잡아타고 오다가 길우에서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기차가 떠날 시간이 림박해서야 겨우 도소재지 입구에 들어섰는데 거기서 또 발동이 멎은것이였다.

운전사는 몹시 미안해하며 철도역까지 태워다줄테니 잠간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오련희는 그럴 경황이 못되였다. 자칫하면 렬차를 놓칠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는 운전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걸어서 철도역으로 가면서 오련희는 괜히 운전사의 호의를 마다했다고 후회했다. 집에서 배낭가방과 들가방이 터져나갈지경으로 간식이며 옷가지를 가득 채워넣어준 두개의 짐을 지고 들고 달아오른 세멘트포장길로 달리다싶이하며 걸어가자니 여간 베차지 않았다.

온몸은 어느새 땀에 화락하니 젖었는데 철도역쪽에서는 당장 렬차가 떠나려는지 기적소리가 련거퍼 두번이나 울렸다.

오련희는 그 소리에 바빠맞아 자기도 모르게 《어마나!》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뒤에서 《함께 갑시다.》 하는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돌아다보니 대학생복을 입은 남자였다. 오련희와 꼭같이 배가 불룩한 배낭가방에 들가방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바삐 달려오고있었다.

《동무도 방학에 왔다가는게구만요. 평양가는 차를 타러 나가지요?》

초면의 남대학생이 물었다.

《예. 그런데 차를 놓치면 어쩌나!》

남대학생은 히쭉 웃었다.

《타게 되겠지요, 희망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가방 하나는 저한테 주십시오. 몹시 힘들어하는것 같은데…》

《일없습니다. 아니… 정말…》

처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방 하나는 그의 손에 가있었다. 숨막히게 무거운 짐을 덜게 되자 남학생이 은인처럼 생각될 지경이였다.

두사람이 역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차표판매가 끝나고 나들문으로 여라문명 남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빠져나가고있었다. 차표를 팔아주는 매표구는 닫겨있었다.

아무리 두드려야 응대가 없었다. 오련희는 맥살이 풀려 울상이 되여버렸다.

그가 희망을 잃고있을 때 남학생이 히쭉 웃으며 또 《희망을 가지십시오.》하고 말했다.

배포유한 성격같았다.

남학생은 오련희의 증명서까지 걷어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잠시후에 차표 두장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는 오련희의 배낭가방까지 빼앗다싶이하여 들고 나들문으로 이끌었다. 거기서는 이미 문을 닫고있는중이였다.

여기서도 남학생이 돌부처도 감동시킬만 한 간절한 표정을 동반한 끈질긴 기질을 발동하여 역원처녀를 기어코 설득시켰다. 두사람이 나들문을 빠져나가 렬차에 오르기 바쁘게 덜커덩 하며 기차가 떠났다.

《동진 기적을 창조하는구만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았을 때 오련희가 비로소 마음이 편해서 웃으며 말했다.

남학생은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즐펀히 흐르는 땀을 씻으며 말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기쁨은 남이 할수 없다고 생각하는것을 하는것입니다. 나는 늦어가지고 역으로 나오면서도 내가 오늘 기차를 놓치게 되리라는 생각은 안했으니까요.》

《그러니 저는 동지의 생활에 대한 견해랄가 좌우명이랄가 아니, 그건 좀 지나친 표현같아요. 어쨌든 견해이든 좌우명이든 그 덕분에 저도 이 기차를 탈수 있었구요. 사실 난 오늘 기차를 못 타는줄 알았어요. 기차 못 타면 려관에서 하루밤 자야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동문 여기 시내에서 살지 않습니까?》 남학생은 그제서야 오련희에 대하여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련희는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하늘아래 첫 동네에서 살아요. 자동차를 타고 세시간이나 왔으니까요.》 오련희는 《령을 넘어 또 넘어》하고 노래부르듯이 말하다가 해해거리였다.

남학생은 정말로 그가 하늘나라에서라도 내려온것 같이 생각되는듯 처녀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래서 처녀에게 더 각별한 관심을 돌리는것 같았다. 처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리한 자리를 마련해주려고 애썼다. 처녀가 물을 마시고싶어하자 자기의 배낭가방을 주저없이 헤치였다.

처녀의것보다 두배는 될 큰 가방이였다. 욕심쟁이배낭이구나 하고 자기도 어처구니없는 우습강스러운 생각을 하고있을 때 남학생은 그안에서 화려한 상표가 붙은 노란 과일단물병을 꺼냈다.

향기로운 과일단물로 갈증난 목을 기분좋게 추기며 오련희는 《욕심쟁이배낭》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너그럽게 정정했다. 좋은 배낭이구나 하고.

《동문 어느 대학이요?》 남학생이 물었다.

오련희가 사범대학에서 공부한다는것을 알고는 무슨 의미인지 알수 없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러니 선생님이 되겠구만요. 동문 원래 교원이 될것을 지망한게지요?》

《그래요. 전 아이때부터 교원이 되고싶었어요. 동진 어느 대학이예요?》

알고보니 남학생은 공업대학에 다니였다.

점심때가 되였을 때 그들은 자기의 가방속에 넣어가지고온 도중식사구럭들을 꺼내놓았다.

남학생의 도중식사가 굉장하였다. 김밥과 깜찍하게 빚은 꼬리떡에 문어회, 낙지순대, 고기… 《어마나!》하는 감탄이 처녀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나왔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

《이런 노래 있지 않습니까. 〈먹어야 힘난다네〉 하하. 많이 하십시오.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란 말입니다. 사실 동무를 위해 많이 꺼내놓은거요.》

그럴수도 있었다.

사실 거기에 비하면 오련희의 도중식사는 너무나도 소박했다. 흰쌀밥이 들어있는 비닐밥곽 하나에 반찬이란 도라지생채와 고사리볶음이 전부였다.

최윤호는(남학생의 이름이였다.) 기름진 자기의 음식은 처녀앞으로 밀어놓고 자기는 산나물이 좋다면서 도라지와 고사리만 집었다.

그 행동에는 처녀에 대한 총각의 호의가 작용한다는것이 알리였지만 최윤호의 꾸밈없는 밝은 미소와 관심으로 하여 오련희는 조금도 구속감을 느끼지 않았다.

《동문 어머니가 료리사인게지요?》

곱게 빚은데다가 파란물까지 들이여 여간 먹음직스럽지 않은 꼬리떡 하나를 집어들며 오련희는 물었다.

《어머니가 료리사인게 아니라 우리 형수가 료리사요. 나한테는 훌륭한 형님이 한분 계시오. 도림업관리국에 있는데 일을 많이 해서 국가적인 큰 대회에도 많이 참가했소. 표창도 많이 받고. 한마디로 말하면 전도가 양양한 일군이지. 우린 그 형님신세를 많이 지오. 이번에도 내가 방학이 끝나 대학으로 올라간다니까 형수가 이렇게 잔뜩 꾸려주지 않겠습니까. 많이 드십시오. 남겨놓으면 이제 기숙사에 가서 그걸 다먹고 왔을걸 하고 후회하게 될거요. 난 말이요, 생활에서 후회를 남기는 일은 제일 질색입니다. 동무도 그렇게 하십시오.》

최윤호는 그러면서 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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