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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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는 두놈 다 일본놈이였다.

잠시후 차광수는 류창한 일본말로 사로잡은 두놈을 대상으로 심문을 시작하였다.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고있는 첫번째 놈은 맨머리바람이 되였는데 그놈의 팔새모 하나는 어데서 떨어져나갔는지 볼꼴없이 되였다. 몸집도 크고 번뜩이는 안경알안에서 퀭한 눈을 두리번거리는 놈은 누린내가 날 정도로 불무지곁에 다가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였다.

《그래서 어디로 가기로 명령을 받았는가?》

《목적지는 길림입니다.》

《거기는 뭣하러 가는가?》

《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그 목적을 알지 못합니다.》

《너도 마찬가지냐?》

두번째 놈을 향해 차광수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맨머리바람인 그놈은 키가 작고 몸이 통통하였다.

《하!》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수 없이 《하! 하!》하기만 하여 차광수는 불끈 화가 치밀어올랐다.

《넌 왜 저고리를 벗고 내의바람으로 있는가? 엉? 마차우에 침실이라도 꾸렸는가?》

《하! 저는 저의 태도를… 말하자면 제가 대항할 의도가 없음을… 각하들에게…》

그놈이 자기 정체를 감추기 위해 잔꾀를 부리려든다는것을 알고 차광수는 모멸에 찬 시선을 던지며 또 다그쳤다.

《그래 네 직급은 뭐냐?》

그놈은 대답은 하지 않고 두무릎사이에 박통같이 반반한 머리를 틀어박고 연신 조아리기만 한다.

《빨리 말해!》

차광수는 꽥 소리를 쳤다. 그옆에 앉았던 안경쟁이가 좌우를 둘러보다가 제가 솔직히 말하겠노라고 하였다.

《여기 이 사람은 지도관입니다.》

안경쟁이는 웃옷을 벗은 놈을 가리키였다.

《수송대를 책임진 장교지요, 오까모도라고 합니다. 네! 이것은 추호도 거짓이 없는 솔직한 자백입니다.》

《너는 뭐냐?》

야비할 정도로 눈이 또릿또릿한 그놈을 향해 차광수는 턱을 들어보이였다.

《네! 저는 군인이 아닙니다. 보십시오. 이것은 요새 도꾜에서 한창 류행하고있는 잠바올시다. 저는 신문기잡니다. 명백히 비전투원입니다. 총을 가진 일이 없습지요. 네! 아까 전투가 시작되였을 때 즉시에 저는 손을 들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차광수의 이 한마디 말이 그에게 부쩍 활기를 띠게 했다.

《사실입니다. 여기 증명서가 있습니다.》

안경쟁이는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그 갈피에 끼웠던 증명서를 내놓았다.

《제 이름을 하라라고 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붙은 사진은 제 얼굴이 틀림없습니다. 네.》

차광수는 랭소를 지으며 증명서를 보지도 않고 돌등에 밀어놓았다. 하라는 실로 섬나라 오랑캐족의 전통적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은 인테리였다. 눈이며 민첩한 동작은 팽팽 돌아가는 그의 두뇌를 잘 드러내고있었다. 그의 말대로 어느정도 솔직한지는 알수 없으나 그 태연한 표정에서 간교한 의도를 숨기고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차광수는 기분을 잡쳤으므로 더 꼬치코치 캘 필요도 없이 대강 넘겨버릴 작정을 하였다.

《뭣하러 여기 왔는가?》

《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라는 좀더 침착해지면서 이쪽 세사람가운데 누구에게 잘 보여야겠는가를 생각하는듯 하였다.

《저는 만주사변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국제련맹의 릿든조사단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지난 2월에 심양에서 만날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허탕을 쳤습니다. 본사에 불리워갔더니 기어이 인터뷰기사를 써야 한다는것입니다. 그래 다시 청진항에 내려 길림으로 가는 길이였습니다.》

《거짓말 말어!》

발을 탁 구르며 차광수는 엄엄하게 고함을 질렀다.

화닥닥 놀라난 하라는 두손을 가슴에 대고 한참 말이 없다가 온몸의 힘을 끌어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때 운명의 무게가 천평에 놓여 한들거리고있음을 직감하였다.

《아니올시다. 사실입니다.》

《그럼 왜 기차를 타지 않고 여기로 왔는가? 말달구지에 앉아야 할만치 너는 구차하지도 않을터인데. 응, 너는 렴탐군이 틀림없지?》

《기잡니다. 틀림없습니다. 저는 인터뷰기사를 쓰는것과 동시에 이근방 자연풍물과 민속을 보여주는 기행문을 하나 만들 작정이였던것입니다. 금년이나 늦어도 래년까지에 책을 내서 자그마한 집을 하나 마련할 심산이였던것입니다.》

《민속을 연구한다? 그래서 돈을 번다? 그럴듯한걸. 제국주의자들때문에 고통받고 피흘리고있는 얼굴과 심리를 묘사해서 돈벌이를 한단 말이지?》

《저는 어디까지나 보도의 객관성을 주장합니다. 사회여론의 인도자이며 민심의 목탁이 신문이나 통신보도의 사명이니까요. 정부의 소행은 우리의 피사체일뿐이지 우리의 립장과 같다고는 말할수 없습니다.》

《위선을 위해서 꽤 세련되였군. 그래 네 눈으로 보건대 이곳 민속은 어떻던가?》

차광수는 낯을 찡그리며 역겹게 한마디 더 하였다. 징그러운 괴물을 보는것과 같은 혐오를 느낀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침묵을 지키신채로 앞에 바위처럼 앉아있는 전광식의 얼굴을 쳐다보고계시였다. 차광수가 주고받는 대화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으시였다.

하라가 입안의 소리로 웅얼웅얼하며 명확한 대답을 못하자 차광수는 재차 공격을 들이대였다.

《왜 말이 없는가? 네놈의 상전인 <일본제국>의 통치자들이 이곳 사람들에게 어떤 민속을 만들어놓았는지 똑똑히 보지 않았겠는가? 조선사람은 자기 조국에 기여든 침략자를 한놈도 살려보내지 않는 좋은 풍습을 가지고있다. 깨끗이 땅에 묻어주는 습관이 있지.》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런것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제가 민속을 알고싶다는것은 의도뿐이였지 실제는 아무것도 본것이 없고 취재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풍습을 당장에 보여주지.》

차광수는 한쪽눈을 찡긋하고나서 뒤로 돌아갔던 권총갑을 앞으로 돌려놓았다. 화닥닥 놀란 하라가 고개를 들었을 때 차광수는 이미 김일성동지앞에 서있었다. 두발을 모으고 서서 차광수는 심문결과를 보고하고 자기 의견을 말씀드렸다.

《모두 처단해버리는것이 어떻습니까?》

《모두 처단을 한다? 거짓말을 하고있는 놈은 아직 진심으로 투항했다고 볼수 없기때문에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지만 비전투원에 대해서야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매우 야비하고 교활합니다.》

《신분을 다시 확인해보고 기자가 틀림없다면 놔주도록 합시다.》

《놔주기만 하면 틀림없이 그놈은 우리에 대해 악선전을 할수 있습니다.》

차광수는 하라의 위선에 찬 눈빛을 상기하며 결정적인 제의를 하였다.

《물론 동무 말대로 못된짓을 할수도 있습니다. 사실 고약스러운것 같아서는 아무렇게나 처리해버렸으면 좋겠지만 제 입으로 기자라고 했고 또 인차 투항을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의 말대로 기자가 옳다면 우리가 삐라를 찍어서 뿌리는것보다 몇배 더 우리에 대한 생동한 선전이 될수도 있습니다. 석방해주되 그에게 한가지 조건을 첨부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기자인 그에게 자기 직분에 맞게 앞으로 특종기사를 쓸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시오. 표제는 <조선공산주의자들은 자기 손으로 일제를 타도하고 자기 조국을 해방하였다> 이렇게 달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문제를 이렇게 세웁시다. <투항하면 살려준다> 이렇게 말입니다, 하하하…》

그이께서는 절망에 빠져 오돌오돌 떨고있는 하라를 쳐다보시다가 별이 총총한 하늘로 시선을 옮기며 통쾌하게 웃으시였다.

돌연 분위기가 바뀌자 하라는 여태 무관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주의를 돌리게 되였다. 하라는 고개를 들어 불무지앞에 앉아계시는 그이를 바라보았다. 다음순간 그는 얼른 머리를 숙이였다.

그이의 입가에 어리여있는 미소에 압도되고만것이였다. 하라의 견해에 의하면 자기 신념에 대한 드놀지 않는 확신을 지니였을 때만 사람들은 그러한 표정을 지을수 있는것이였다.

하라는 죽지 않게 되리라는 안도감을 느끼자 동시에 자기 리성이 산산이 부서져나가는 처절한 순간을 겪게 되였다.

그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꿇으면서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였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무릎우에서 바르르 떨었다. 하라는 눈물을 떨구며 이제 몇분후이면 영원히 그것에 몸을 묻어버리고 종당에는 그것과 전혀 구별해낼수 없게 될수 있었던 시꺼먼 땅을 내려다보았다. 불그림자가 환영처럼 땅우에 명암을 엇바꾸어가며 그의 얼을 흔들어놓는다.

《차광수동무! 우리는 먼저 갈터이니 뒤에 오시오. 전광식동무, 우리는 떠납시다.》

차광수만 남겨놓고 모두 숲속으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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