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1 편

32

(2)

 

김호성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미래》프로그람을 개발해오는 나날에 어떤 애로를 이겨내야 했으며 무엇때문에 마음을 써야 했던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담담한 어조로 각 부문별시험문제형식에 대하여 실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

정성금의 강의는 원격시험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내용이였다. 그것은 우리 나라 제도의 우월성과 관계되는 문제이고 강습에 참가한 청강생들로서는 누구나 쉽게 리해할수 있는것이였다.

그는 강습에 교육전문가들만이 아닌 일반주민들이라고 할수 있는 학부형들까지 참가한것을 고려하여 될수록 알기 쉽게 강의하려고 했다.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에서 시험문제를 짐이라고 한다면 프로그람은 그 〈짐〉을 싣고갈 자동차라고 할수 있습니다. 바로 그 자동차가 달리자면 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그 〈도로〉가 콤퓨터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콤퓨터망을 통해서 〈짐〉을 운반하자면 전국의 시험장들을 지휘통제하며 시험문제들을 내려보내고 시험결과를 받아들일수 있는 중앙의 종합봉사기가 있어야 하며 그밖에 말단봉사기와 수험생들을 위한 콤퓨터들을 비롯한 물질적기반이 준비되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그 어려운 고난의 행군시기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오늘을 내다보시고 나라에 정연한 콤퓨터망체계를 갖추어주시였기때문입니다. 이미 교육부문에서도 원격교육체계가 활발히 가동되고있으며 그리하여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현지에서 대학원격강의를 받고있다는것은 누구나 다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품을 들여 마련하여주시고 고삐를 쥐여주신 그 룡마가 없었더라면 교육부문에서도 오늘과 같은 눈부신 비약의 속도를 이룩할수 없었을것입니다. …》

강습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수 있었다. 중등교육부문의 교원들과 일군들, 특히 자녀들이 당장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해야 할 학부형들이 환영했다.

마지막강사가 퇴장하고 그들속에서 《좋구만!》, 《채점이 어드랬든 공정하겠소.》, 《콤퓨터로 시험을 친다는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이젠 알겠구만.》, 《새 시험제도가 나오면 교원들의 수업방법도 달라져야겠소.》하는 찬사가 울려나올 때 김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앞쪽에 앉아있는 청강자들에게로 눈길이 갔다. 그 사람들이란 콤퓨터시험과 관련하여 광우부국장이 대체로 한두번씩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던 대학일군들이였다. 이 강습에 대하여 누구보다 관심이 커야 할 청강생들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들중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그들은 말보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였다. 그런데 광우는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었다.

그가 불안한 심리속에 빠져들 때 맨 앞줄에 앉아있던 전학선부상이 일어났다.

《제가 한마디 합시다.》

웅성이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강의는 끝났는데 저 부상이 무슨 말을 하려나 해서 모두들 긴장해서 그를 지켜보았다.

《강의에 출연한 매 강사동무들이 준비를 착실히 해가지고 나왔습니다.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강사동무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모두들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에 대한 대체적인 리해를 가졌으리라 봅니다. 저자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라의 진보를 위해 꼭 해야 한다는것을 자각하고 연구를 많이 한 사람들과 그것이 필요하다는것을 인정만 하면서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리를 인식하고 리해하는데서는 현저한 차이가 있는것이라고 말입니다. 서하경선생,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뭐 학장선생을 비판하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 서하경학장이 바로 학계에서도 권위가 있는 ㄱ대학 일군이였다.

틀지게 앉아있던 그가 약간 자세를 달리하며 부둥부둥해보이는 커다란 얼굴에 느슨한 웃음을 띄웠다.

《허, 비판을 하시면서 안한다는건 뭡니까?》

전학선이 바삐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비판이 아니라니까요. 학장선생.》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내에 웃음이 일렁이였다.

서하경학장이 일어났다. 얼굴에는 진중한 표정이 어리였다.

《여러분.》 그는 여전히 사색을 하고있는듯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약간 석쉼한 목소리로 다시 이었다. 《강사동무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강의준비를 착실히 했다는데 대하여 저도 동감입니다. 저자신부터가 새로운걸 인식하게 되였으니까요. 특히 시험연구조사람들이 우리의 현실에 맞는 우리 식의 프로그람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있다는것이 알립니다. 그건 좋은 일입니다. 교육혁명의 요구에 비추어보아도 시험방법은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데 프로그람개발이 끝나고 물리적인 기반이 구축된다고 일시에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으로 전환해도 되겠는가? 제 개인의 견해를 말한다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원회에서 하자고 하는것은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하에 진행하는 원격시험이지만 먼저 어느 한두개 대학을 선정하여 시험적으로 원격시험을 쳐보는것이 어떻겠는지? 제가 시험연구조사람들이 고심분투하면서 개발하는 프로그람을 믿지 못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좀 신중론자가 돼서…》 학장은 왜서인지 《신중론자》소리를 할 때 전학선부상쪽을 향해 이상하게 싱긋이 웃어보이였다.

전학선 역시 빙그레 웃었다.

《알만합니다, 학장선생.》전학선이 그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학장선생이야 나라의 교육전선에 자그마한 파렬구라도 생길가봐 그러겠지요. 걱정하는것은 좋은 일입니다. 제 말하고싶은건 위원회적인 사업으로 진척중에 있는 새로운 시험방법에 대하여 관조적인 립장이 아니라 주인된 립장에 서서 생각해보자는것입니다. 그래야 문제를 바로 볼수 있지요. 관점과 립장이 달라질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터놓고말하면 어떤 립장에서 대하는가 하는것은 교육자의 량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김광우로서는 뜻밖이였다. 부상이 꼭 자기가 하고싶었던 말을 하지 않는가. 자기가 전부상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고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광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서하경학장의 말에 웅성웅성하며 긍정의 반응을 보이던 장내가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전학선은 그 정적이 자기의 말에 대한 불만의 말없는 표현이라는것을 간파했다. 전학선이 지금껏 김광우네가 주인이 되여 준비하고있는 새로운 시험방법이 옳다고 긍정하면서도 자기의 견해를 내놓고말하지 않은것은 모두가 학계에서 권위가 당당한 교육계의 중진들인 그들 다수의 《미움》을 살것이 두려워서였다. 그것이 자기의 운명에 어쩌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자기는 《관점과 립장》소리를, 《량심문제》라는 예민한 표현을 써서 지금 그 사람들의 불만을 야기시킨것이였다. 결국 자기는 김광우를, 말하자면 한명을 지지해줌으로써 다수의 불만을 산셈이였다.

전학선은 그 사람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빙그레 웃으며 굳이 부언했다.

《뭐 다르게들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념두에 두고 말한것이 아닙니다. 실은 지금껏 저자신부터가 그런 관점에서 콤퓨터시험을 대했다는것을 말하자는것입니다.》

가벼운 웃음이 일렁이였다. 부상답지 않게 구차스런 변명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은, 그렇다고 해서 비난하는 색채도 없는 비교적 너그러운 리해의 웃음이였다.

김광우가 일어났다. 그는 웃지도 않고 별로 정색해서 말했다.

《우리는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평양시안의 여러 중학교들에 나가 실태료해를 진행하였으며 시험연구조에서 개발한 프로그람이 우리 실정에 맞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시험도 쳐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자면 미숙한데가 적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두개 학교를 선정하여 콤퓨터시험을 쳐보자는 서하경학장선생의 제기는 옳습니다. 그래서 이제 결속단계에 있는 프로그람개발이 끝나는 차제로 종래의 시험방법과 새로운 시험방법을 가지고 대비시험을 조직하자고 합니다. 그때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빠짐없이 참가해주셔야겠습니다.》

대비시험에 참가해야겠다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내가 웅성웅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표정들은 각이했다. 소리없이 너그럽게 웃는 사람, 신중한 기색을 하고 무슨 생각에 잠기는 사람, 《대비시험이라, 좋구만!》하는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

《조용합시다.》누군가 소리쳤다.

장내가 조용해지는 가운데 조금 미안해하는듯 한 김광우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러면서 제가 말씀드리고싶은것은 물론 어련하겠지만 우리모두가 주인이 되여 새로운 시험체계를 나라의 교육발전을 추동하는 우리 식의 가장 우월한 시험체계로 완성하자는것입니다. 시험은 세계가 줄곧 관심하는 문제인 동시에 교육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하고 연구하는 문제입니다. 그것은 장연화동무가 강의하면서 옳게 언급한것처럼 시험이 교원의 교수활동과 학생의 학습활동, 교육목표와 교육평가, 교육관리개선 등 모든 요소들의 지속적발전을 추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때문입니다. 특히 대학입학시험이 그렇게 중요하기때문에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현존 시험제도가 안고있는 여러가지 모순점들을 극복하고 보다 리상적인 시험방법을 모색하고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광우의 목소리는 차츰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더 말씀드리고싶은것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론의하고있는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에 대해서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 대학들이 실지로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시험을 진행하고있다.

거기에는 제노라고 하는 발전된 나라들도 있고 발전도상나라들도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류급대학들도 있는가 하면 3부류에 속하는 대학들도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이 한결같이 지향하면서도 실현하지 못하는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대학입학시험을 국가가 통일적으로 주도하여 나라의 교육전략을 옳바로 세울수 있도록 모든 학교들의 교육수준을 정확하게 장악하는것이다.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은 이 과제를 수행할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 나라에서만이 가능한것이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실정을 무시하고 남들이 해내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도 할수 없다는 인식에만 머물러있다면 한걸음의 진보도 이룩할수 없게 될것이다.

신랄한 론조였다.

《물론》 하고 김광우는 계속했다.

《시험방법에 대한 연구는 사람들의 자질과 능력, 학교교육의 질, 교수의 질을 개선하는 과정으로서 교육에 대한 관점이 개선되는데 따라 더욱 심화될것입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교육목표, 우리 현실에 맞는 발전의 길을 선택해야 할것입니다. 모두가 다 알고있는 문제를 제가 이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다시 언급하는것은 여기 모인 동지들이 이런 취지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대비시험에 참가해달라는것입니다. 우리야 한렬차에 오른 사람들이 아닙니까.》

광우는 《한렬차》소리를 하면서 비로소 좌중을 향해 빙긋이 웃어보이였다.

한순간 조용해졌던 좌중이 그의 마지막말에 바람맞은 숲처럼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좌중에서《대비시험을 쳐보면 명백해지겠구만.》 하고 누구에게나 들릴수 있는 큰소리로 말했다. 어찌보면 새로운 시험방법에 대한 믿음이 서있지 못한듯 한감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시비할것이 못되는 말이였다.

각이한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이 일부 그 소리에 리해의 뜻으로 머리를 끄덕이였다.

한편 전학선은 언제봐도 자기의 지식을 드러낼줄 모르는 김광우가 새로운 시험방법의 완성을 위해 그동안 누구도 모르는 걸음을 많이 걸었고 연구를 많이 했으며 교육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소유하고있다는데 대하여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조금후에 김광우는 부상의 차에 올라 위원회로 돌아오고있었다.

《부상동지, 오늘 정말 고맙습니다.》

한동안 무슨 생각에 잠겨있던 김광우가 먼저 침묵을 깨며 하는 말이였다.

전학선이 부드러운 미소를 담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고맙다는건 무슨 소리요?》

《우리 일을 지지해주었으니까요. 저는 사실 부상동지가 그렇게까지 나오실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일〉이라는건 무슨 소리요? 그게 어디 동무네한테만 한한 일이요?》 부상은 언짢은 투로 말했다.

《그리고 말이요, 고맙다는것도 그렇소. 내가 오히려 부국장동무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 일이지.》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동무가 이 전학선을 비판하지 않았소. 콤퓨터시험이 필요하다는것을 인정하면서도 자기보신을 위해서 앞에 나서지 않는다고 말이요. 내가 오늘 나선건 동무의 비판이 옳았다는것을 인정한것이지.》

《부상동지두. 비판은 무슨 비판입니까. 그리고 제가 언제 자기보신소리를 했다고 그럽니까.》

《그래, 보신소리를 안했지. 그저 〈다른 요인〉이라고 했지, 허허.》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전학선이 별로 이상한 감촉을 받은듯 김광우를 돌아보았다. 부국장의 얼굴에 실린 우울의 엷은 구름장을 일별하자 의혹에 잠기며 물었다.

《왜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러오?》

《…》

부상은 알만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 사람들이 시원한 소리를 안했다고 해서 그러오?》 그가 말하는 《그 사람들》이란 강습에 참가했던 대학일군들이였다.

김광우의 입에서는 드디여 속에서 차츰차츰 괴여오르던 울분이 쏟아져나왔다.

《사람들이 왜 그렇습니까? 새로운 시험제도가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말들은 하면서도 도입하는데서는 신중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거야 내놓고 반대를 못해서 그러는게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강습에서 많은걸 새롭게 알게 되였다고 하는것도 다 외교지요.》

부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차안에는 또다시 답답한 침묵이 깃들었다. 이윽하여 부상이 편안치 않은 심기를 드러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오. 내가 이미 동무에게 말하지 않았소. 그 사람들은 나라의 교육을 위해 공로가 있는 사람들이고 학술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들이라고 말이요. 장연화강사가 〈책임적인 사고〉에 대하여 말하면서 그것이 나라의 진보를 위하는데 기초해야 한다고 한것은 옳소. 그 책임교학이 연구를 많이 했더구만. 그 동무의 강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된것도 사실이요. 나 역시 그 강의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소.

하지만 내 부국장동무한테 하나만은 말해주고싶소.》

광우는 긴장해서 부상의 갱핏한 얼굴을 피끗 바라보았다.

《?》

《그건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그 사람들의 견해를 두고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거요. 그 사람들은 신중하게 사고해야 하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소? 그건 누구보다도 그들이 나라의 교육을 위해 그야말로 책임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사람들이기때문이요! 그런데…》

부상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는 누구든지 자기가 정당하다는 일면적인 사고를 하면 공정성을 잃어버린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것이였다.

광우는 부상이 다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느끼였다. 그는 아무런 반박의 말도 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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