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1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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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보우, 광우부국장.》 방안으로 들어서는 부국장에게 쏘파를 권하며 전학선이 난처한 기색을 지어보이였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류철삼이라고 생각나오?》

《누군지? …》

광우는 얼떠름해서 얼추 기억을 더듬었다. 떠오르는것이 없었다.

《모르겠는데요.》

《부국장동무하고는 소시적에 군인사택마을에서 함께 자랐다더구만. 그 사람 아버지가 사단의 무슨 과장이였다던지.》

부상이 튕겨주어서야 생각이 났다.

아버지네 사단 정찰과장에게 《꺽새》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던 그런 아들이 있었다. 좀 거만하고 키가 큰것을 내놓으면 별로 특별한것이 없는 아이였다.

광우는 아버지가 잘못된 후 군대에 나갈 때까지 한동안 군인사택마을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어째서인지 그와는 별로 친해서 지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잊고있었는지 모른다.

생활에는 불가사의한 일들도 있는것이지만 부상한테서 그 류철삼이란 이름을 듣게 되니 참으로 놀랍기만 했다.

《아니, 부상동지가 어떻게 류철삼이를 압니까?》

전학선은 어이없다는듯 《허.》 하고 소리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알기는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안단 말이요? 최윤호동무가 그 사람을 나한테 떠밀어보내놓고 전화로 말해주더군. 광우부국장과는 소시적부터 가까운 친구지간인데 어느 건설사업소 지배인이라고 말이요.》

최윤호가 자기들 두사람이 어렸을 때 가까운 친구지간이였다고 요란스럽게 소개했다는것도 야릇하지만 최윤호가 그를 전학선부상한테 보냈다는것이 이상했다. 갈피없는 꿈을 꾸는듯 아리숭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부상동지를 왜 찾아왔답니까? 》

전학선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손을 홱 내저었다.

《이 전학선이 위원회에 있다니까 굉장한 권한이라도 있는가 하는게지. 하긴 그 최윤호란 사람이 전학선이한테 찾아가면 문제가 술술 풀릴거라고 했겠지. 글쎄 자기 막내아들녀석의 대학추천문제를 좀 도와달라는거요.》

광우는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왔다. 방금전에 복도에서 만났던 최윤호의 몸이 별로 나지 못한 허우룩해보이는 체구며 살갑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바빠하는 기색이였던 꺼칠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니 최윤호는 지배인을 달고 평양으로 올라왔으나 자기는 부상방에 들어가지 않고 그 사람만을 들여보낸것이였다.

짐작이 갔다.

최윤호로서는 아버지들의 남다르다고 할수 있는 옛 전우관계를 믿고 같은 소꿉친구인 건설사업소 지배인의 일을 도와주자고 이 김광우한테 직접 부탁했으면 좋겠는데 이미 신소건으로 하여 있었던 좋지 않은 감정이 장애가 되리라는것을 타산했을것이다. 하여 전부상한테 보냈을것이다.

하지만 전부상이 모집국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일군이 아니라는것을 최윤호가 몰라서 지배인을 그한테 보낸것은 아닐것이다. 부상한테 부탁하면 결국 부상이 한청사안에 있으면서 모르는 사이도 아닌 이 김광우한테 말해서 일을 성사시킬것이라는 세밀한 타산밑에 지배인을 달고 올라왔을것이다.

광우는 그제서야 부상이 최윤호소리를 하면서 화를 낸 진짜 리유가 무엇인가를 알았다. 부상 역시 사개를 잘 맞춘 최윤호의 《프로그람》을 간파하고 입이 쓰거웠을것이였다.

《최윤호는 최윤호이고 그래도 지배인이란 사람이 아들애의 대학추천문제를 여기까지 들고다닌단 말입니까? 도에서 시험을 쳐서 추천을 받으면 되겠는데.》

《허허. 이보우, 부국장동무. 아들이 제 실력으로 당당히 추천을 받을것 같으면 아버지란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다니겠소?》

뻔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에 광우로서도 어이없는 웃음이 나갔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대학추천사업은 이 부상이 하는게 아니라고 했소. 아마 광우부국장을 찾아갈수 있으니 어쨌든 만나는 보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부상이 아닌가. 원칙적인 말을 해서 리해를 시키지 않고 이 부국장에게 밀어붙일건 뭔가!

《어찌겠소.》

부상이 그의 심리를 들여다본듯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숨을 내그었다.

《어찌겠소.》하는 말은 그래도 당신들이야 소시적부터 아는 사이인데 가능한껏 힘써주면 안되겠소 하는 소리였다.

결국 최윤호는 자기가 부탁받은 《짐》을 부상한테 올리밀었고 사람이 용한 학자출신인 부상은 그 딱한 《짐》을 광우부국장에게 또 밀어놓은것이였다.

광우는 자기가 《마지막계선》에 서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마지막계선》이 무너지면? 문득 최전연초소의 그 엄혹했던 밤이 떠올랐다.

엎드려있는 잠복초소에 진눈까비가 쏟아져내리던 그밤! 온몸이 얼어들던 그밤! 이 김광우는 의식이 흐려지는 자신과 싸우며 그때 무엇을 생각했던가? 그 계선은 조국이 나를 믿고 나한테 맡겨준 계선이며 내가 이 최전방계선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또다시 원쑤들의 노예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광우는 그날 온 하루 기분이 울적했다. 그런 기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퇴근했다.

집에 들어가니 뜻밖에도 돌격대에 나가있는 딸애가 문을 열어주며 반겨맞았다.

《아버지, 지금 오세요?》 가방을 받아주며 방글거리는 딸애의 티없는 얼굴!

《너는 왜 또 왔니? 돌격대에 나갔으면 지써 있으면서 생활을 잘해야지.》

아버지의 언짢은 소리에 딸은 눈이 올롱해졌다.

《어마! 아버진 이 딸이 온게 반갑지 않아요?》

《여보, 그 애가 집에 놀러 온게 아니예요. 돌격대일로 왔다가 잠간 들린거예요.》

안해가 딸을 역성들어 하는 말이였다.

그 딸을 보면 대학추천을 못 받고 울던 그때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며 미안하고 자식앞에 죄를 지은것만 같은 마음을 금할수 없는 김광우이다. 그는 인차 딸에게 언짢게 말한것을 후회했다.

《얘야, 잘못했구나. 이 아버지를 리해해다오.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아서 그러는거다.》

《아버지, 리해해요. 아무렴…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광우는 얼굴에 애써 밝은 미소를 담았다.

《저녁전이겠구나. 밥이나 먹자.》

저녁식사후에 잠자리에 누운 광우는 인차 잠이 오지 않아 괴롭게 뒤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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