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2 편

2

(1)

 

최윤호는 어느날 안해한테서 심상치 않은 말을 들었다.

《여보, 당신은 요즘 어쩐지 다른 행성에서 사는 사람같애요.》

저녁밥을 먹고 텔레비죤방영도 끝나 느지막해서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안해가 불쑥 한마디 하기에 처음에는 실없는 소리로 생각하고 무심히 스쳐보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안해라는 녀자는 고지식하기란 이를데 없어 여직껏 살아오면서 남편앞에서 롱을 모르는것이였다.

《여보, 당신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이 최윤호 다른 행성 사람이면 어디 사람이라는거요?》

안해는 조용히 한숨을 그었다.

《당신한테 찾아오는 친구들이 어디 있어요? 사람은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사는것인데 우리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이란 건설사업소 지배인과 같은 개인적인 리해관계로 얽혀진 몇몇 사람뿐이지요.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일로 우리 집에 찾아온적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좋은 사람들한테서는 따돌림을 당하면서 사는것만 같아 겁이 나요. 그게 다른 행성에서 사는것이지 뭐예요? 여보, 들어요?》

《…》

《여보!》

최윤호는 턱을 흔들며 역증을 냈다.

《잠이나 자오.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면서 그러지 말고. 당신이야 시집와서부터 늘 집안에 박혀 걱정이란 모르고 살아오는 녀자니까 생활을 다 알수 없지. 난 바쁜 사람이요.》

안해는 더는 응대가 없었다. 갑자기 흑 하는 흐느낌소리가 들리였다.

안해는 울고있었다.

최윤호는 점점 더 화가 났다.

《여보, 당신 오늘 정말 왜 그러오?》

흐느낌소리는 끊어졌다. 안해는 울음을 참고있었다.

《여보, 난 오늘 시내에 나갔다가 형님을 만났댔어요.》

최윤호는 화를 내던 사람같지 않게 무슨 소리를 하는가 해서 안해를 한동안 멍청히 바라보았다.

《형님? 무슨 형님 말이요?》

《림산사업소에 내려간 금동이 엄마 말이예요, 친정집에 일이 있어 올라왔댔다더군요.》

《…》

《도소재지에 올라왔으면 우리 집에 들려야지 그냥 가겠는가고 내가 섭섭한 소리를 좀 했어요. 그랬더니 금동이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반가워할 친척들도 많은데 내가 그 집엔 뭘하러 가겠는가고 그러지 않겠어요. 뭘하러 가다니? 온참! 우린 마치 친척이 아닌것처럼 말이예요. 어쩌면 그렇게 말할수 있겠어요. 난 얼굴이 뜨거워서… 여보, 형님네 집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당신한테야 이러나저러나 금동이 아버지가 형님이 아니예요. 한동안 형수님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학교에 다녔노라고 당신자신이 말하지 않았나요.》

안해는 그것밖에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다.

도림업관리국에서 일하던 형님이 과오를 범하여 비판을 받고있을 때 그곳 관리국에서 무슨 부원인가 한다는 최윤호의 중학교동창생이 우연히 길거리에서 그를 만나 어마어마한 말을 하지만 않았더라도 일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최문철부국장이 자기가 담당한 림산사업소에 지도사업을 위해 내려가있으면서 큰 과오를 범했다네.

그때 관리국적으로 통나무생산이 긴장하게 제기되고있었는데 부국장이 관료주의로 내려먹여 양묘장사람들을 모두 통나무운반과 가지따기에 동원시켰다네. 그렇게 해서 통나무계획수자는 그럭저럭 맞춰놓았지만 그해 식수계획은 형편없이 미달했네.

나무 한대를 베고 열대를 심으라는거야 당정책이 아닌가. 결국 산판 하나를 벌거숭이로 만들어놓았지.

일이 안될 때라 그해에 비가 많이 왔지. 벌거숭이산에서 사태가 나면서 물동을 휩쓸었네. 손해가 막심했지. 한개 작업소의 전망을 어둡게 했구.

그러니 어떻게 됐겠나? 림산사업소를 말아먹으려고 당정책집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반동행위나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네. 문제가 간단치 않게 설거네.》

그 문철부국장이 바로 오래전에 부모님들이 데려다 친아들삼아 키운 최윤호의 배다른 형이였다.

최윤호는 이제와서 그 형으로 하여 자기 발전에 지장이 되지 않을가 우려했다. 반동행위라니? 그러면 이 최윤호는 반동의 동생이 된단 말인가? 전쟁때 락동강을 건너갔다온 인민군대의 한다하는 정치일군의 아들인 이 최윤호가 아닌가!

하여 전전긍긍하던차에 애인이였던 오련희앞에서까지 자기가 당성이 철저한 《투사》라는것을 인정시키려고 자기한테는 그런 역적같은 형이 없다고 말했던것이였다.

그러고나서 인차 자기의 치졸함을 드러냈다고 후회했는데 이미 때는 늦었다. 오련희는 그와 결별을 선언하고 도소재지를 떠나 고향인 림산사업소로 내려가버린것이였다.

지금의 안해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것을 알면 무엇이라고 할것인가? 성정이 어질고 착한 안해는 지금도 남편인 최윤호가 무슨 일로 하여 한때 사랑하던 오련희란 처녀를 배반했으며 그때문에 그가 운명을 망친것으로만 알고있는것이였다.

최윤호는 자기의 운명은 순풍에 돛단듯이 수나롭게 흘러가다가도 참 별나게는 꼬인다고 생각했다. 마치 천상에 그 어떤 불가사의한 존재라도 있어 최윤호란 자기의 운명을 조롱이라도 하는것 같았다.

후에 알고보니 자기가 역적이나 되는듯이 말했던 그 문철형이 법적으로 엄한 처벌을 받은것이 아니라 일을 잘하느라고 하다가 범한 과오로 인정되여 용서를 받았는데 그자신은 나라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는 자책감으로 모대기다가 당조직에 제기하여 림산사업소로 가족과 함께 스스로 내려간것이였다.

그는 림산사업소에서도 200여리나 떨어져있는 외진 곳에 있는 작업소 소장이 되였다. 그는 통나무생산을 추켜세우면서 안해와 함께 벌거숭이가 된 산판에 나무를 심었다.

그가 심은 창성이깔나무모들이 자라 벌거숭이산판에 한창 푸른색이 짙어갈무렵 또다시 큰물이 났다. 먼 상류에서 례년에 없던 무더기비가 내린것이였다. 떼를 무어놓은 통나무들이 밀리면서 물동을 다쳐놓을수 있었다.

그것은 깊은 밤중에 일어난 일이였다.

그는 사람들을 불러내여 떼를 기슭에 밀어다붙이는 전투를 지휘했다. 하여 물동이 터지는 재난은 면했으나 그는 사나운 물살에 휘감겨들어 떠내려갈번 한 로동자 한사람을 구원하고 그대신 자기가 탕수에 말려들어갔다.

물우로 떠오른 그를 기슭에 있던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했으나 이미 중태에 빠진 몸이였다. 심한 타박을 받아 물속에서 많은 피를 흘린것이였다.

그는 자기가 더 살수 없다는것을 알았을 때 안해에게 말했다.

《여보, 산에 나무를 더 심소. 그리고 우리 금동이가 자라면 이 아버지가 무엇때문에 고민했는가에 대해서도 말해주오.

당신은 내 고민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을거요. 사람은 자기를 키워 내세워준 고마운 나라에 배은망덕은 하지 말아야 하는거요!

그리고 당신이나 금동이는 위축돼서 살지 마오. 과오는 범했지만 나는 당원이요. 당만을 믿고 살아왔고 당의 믿음속에 살아왔소. 그래서 나는 이 궁벽한 고장에 내려와서도 외로움을 모르고 살아왔던거요. 당신이나 금동이도 그렇게 살아야 하오.》

그는 눈을 감으면서 자기의 잘못으로 벌거숭이가 된 산, 자기가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려고 했던 그 산에 자기를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 땅의 나무 한그루라도 키우는 거름이 되자고 그랬는지 모른다.

그는 비록 본의아니게 과오를 범했지만 깨끗한 량심을 간직하고있었으며 참다운 인간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간것이였다.

누구나 과오를 범할수는 있지만 그 과오를 놓고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며 인생의 마무리를 훌륭하게 짓는다는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것이였다.

최윤호는 그 참된 인간이 보여주고 간 그런 인생철리를 다는 알수 없었다. 그것은 결코 그가 배운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였다.

가까운 친지들한테서까지 버림을 받으며 살아야 하겠는가 하는 안해의 눈물겨운 탄식에 습관되다싶이하며 살아오던 최윤호는 형님이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성묘하러 림산작업소를 처음으로 찾아갔다.

안해가 준비를 갖추어주며 그를 떠밀었다.

《여보, 가셔야 해요. 거기 가면 형님네 집에 들려 어떻게 사는지도 알아보셔야 해요. 우리가 여기서 도와줄수도 있지 않나요. 생소한 곳에 가서 금동이 아버지까지…》

안해는 눈굽을 찍으며 끝내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랬건만 최윤호는 형님의 집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땡볕이 내리는 한낮에 그는 타고오던 화물자동차운전칸에서 내리여 다시 10리쯤 되는 길을 걸어 림산작업소마을로 찾아들어갔다.

사방 높고 험한 산으로 둘러막힌 궁벽한 고장이였다. 마음이 쓸쓸했다. 그것은 낯선 고장에 왔다는 생소함때문이 아니였다. 그는 울적해지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은 다음 형님네 집을 찾아들어가려고 가까이에 있는 개울로 내려갔다.

하얗고 동이를 엎어놓은듯 둥글둥글한 돌들을 엇돌며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개울이였다. 거기에 발을 잠그고 산촌의 맑은 물로 먼지와 땀에 젖은 몸을 씻고나니 울적하던 기분도 어느 정도 가시여지고 마음이 한결 거뿐해지는듯 했다.

사람들에게 림산작업소 전 소장네 집이 어덴가고 물어서 형님네 집을 찾아갔다. 동기와집들이 의좋게 처마를 가까이하고 들어앉은 아담한 마을이였다. 그 한끝 산기슭에 바싹 붙어있는 지은지 얼마 안되여보이는 아담한 새 집이 형네 집이였다.

문을 두드리니 형수가 안에서 《누구세요?》했다. 이어 문이 열리였다. 몇해사이에 수척해져서 모습이 몰라보게 변한 형수였다. 도소재지에서 살며 생활이 수나롭게 흘러가던 그때에는 훤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실려있어 이웃들을 기쁘게 해주던 녀자였다.

문앞에 서있는 사람이 최윤호임을 알아보자 그 녀자는 전혀 뜻밖의 일이라 낯선 사람을 대하듯 멍해있었다. 한순간이 지난 다음에야 눈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아니, 그 녀자의 온몸이 순식간에 얼음장으로 변한듯 랭기를 풍기였다.

그렇게도 친어머니처럼 다심한 정을 시동생을 위해 깡그리 부어주던 형수가 아니였던가!

최윤호는 오한을 느끼였다.

《가세요!》 매몰찬 한마디가 그 녀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문은 매정하게 닫기였다. 다시는 영영 열리지 않을 그 녀자의 마음의 문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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