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회)

제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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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광우가 라영국이네 련애에 관심이 많았던것은 두 젊은이들의 사랑을 귀중히 여겨주는데도 있었지만 한편 새로운 시험체계를 관조적으로 대하는것 같은 부상을 그 사업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만들자는 엉큼한 속타산도 있었던것이였다.

그런데 일은 맹랑하게 된셈이였다. 알고본즉 전부상이 결코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시험자체를 처음부터 반대해온 사람은 아닌데 그가 젊은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 라영국을 동요하게까지 만든것이였다.

그의 눈앞에는 콤퓨터시험에 대한 강습을 하던 날 학계의 중진들을 대상으로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험방법을 완성하는데 함께 머리를 쓰자고 좋은 말을 하던 전학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전부상의 그 말에는 나라의 진보를 두고 생각이 많은 일군의 진심이 울리였었다. 하여 광우는 한순간 머리속에 떠오른 전학선에 대한 자그마한 불만을 애써 지워버리였다.

《이 부국장이 라영국을 눌러놓으란 말이지?》 광우는 혼자소리하듯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기다가 앞에 앉아있는 량원일에게로 시선을 돌리였다.

《말해보오. 량선생 생각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량원일은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한참만에야 《라영국이 재간있는 사람인데…》하고는 말끝을 사리였다.

발전하고싶어하는 본인의 심정은 리해할만 한것인데 그를 내놓아서는 안된다는 조장의 주장도 사실상 리해되는 일이라는 식이였다. 똑똑한 주견이 없는 소리같지만 거기에는 한 젊은이의 전망문제를 남의 일처럼 대하지 않는 량심적이며 깨끗한 량원일의 인간다운 풍모가 비껴있는것이였다.

장연화 역시 자기 견해가 있을것인데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쩌면 라영국을 동정하는 면에서는 량원일과 비슷한 심리이면서도 보매 김호성이 자기 주장을 굽힐 자세가 아니여서 침묵하고있는것 같기도 했다.

《됐소. 그만합시다. 호성조장은 좀 남소.》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언짢은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방안에 남은 두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광우는 자기가 무엇때문에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은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차츰차츰 김호성에 대한 불만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문득 눈앞에는 평양역을 떠나가던 강수영이란 녀자의 심란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호성동진 정말 너무해요!》

오련희의 원망에 젖은 목소리가 귀전을 울리였다. 왜 그 일이 생각나는것인가? 이 책임성이 있고 투신력이 강한 김호성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게 되는것은 무엇때문이란 말인가?

광우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어수선한 생각들을 밀어버리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라영국동무야 머리좋고 재능도 있는 젊은 수재가 아니요. 전도양양한 사람이지. 이제 생각해보니 그 동무로서는 그럴수 있소. 그러니 차라리 본인의 의향대로 해주는게 아니요?》

김호성은 예상밖의 일이라는듯 부국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국장이 생각없이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자 그는 갑자기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건 안됩니다! 부국장동지.》

《허허, 왜?》

《라영국이 자기 하나의 발전을 위해 가겠다고 해서 내보내면 다른 사람들은 뭐 그냥 있겠답니까?

재능으로 말하면 우리 조에 어디 가서 마음껏 발전하지 못할 사람은 없단 말입니다!》

《물론 하나같이 쟁쟁한 재사들이지. 하지만 조장동무는 잘못 생각하고있소. 난 우리 동무들을 믿소.

그 사람들은 마음껏 나래칠수 있는 재능아들이지만 자기의 명예보다도 국가의 진보를 위해 자기를 깡그리 바치는데서 지식인으로서의 인생의 보람을 느끼고저 새로운 시험체계의 완성에 남모르는 노력을 기울여온것이 아니겠소. 우선 조장동무부터가 그렇지 않소. 라영국이를 놔주기요.

그가 대학으로 돌아가든 어디 다른데 가든 국가의 진보를 위해 큰일을 하면 우린 하나의 급행렬차를 타고가는것이지. 안 그렇소?》

사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광우 역시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운 감정이 없지 않았다. 그동안 데리고있으면서 함께 일해온 정도 있지만 이제 그런 보배덩이를 놓아주면 어디 가서 또 그만한 실력자를 데려오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김호성이 고개를 돌리며 뒤틀린 소리를 했다.

《전부상동지는 시험정보과에 있으면 발전 못한다고 영국동무를 뽑아내지 못해 그러더니 이제는 부국장동지부터가 그를 놓아주자고 합니까? 이거야 뭐 일이 되도록 하자는것입니까? 그렇게 하면 부국장동지야 뭐 인심이 좋다는 말을 듣겠지만…》

광우는 한참이나 아연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차츰 속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동문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들을 한명이라도 붙들어놓을 생각을 해야지 일군들부터가 동정심을 앞세우면 우리 일이 어떻게 됩니까?》

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되자 광우는 자기로서도 다잡을수 없는 감정의 극한점에로 치달아올랐다.

《옳지 않소!》

격한 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여나갔다.

김호성이 돌연한 폭풍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어정쩡한 눈으로 부국장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이건 어느 일군의 관점이나 작풍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 동무가 말한 그 동정심에 관한 문제도 아니요! 라영국동무를 내보내는가 둬두는가 하는데 귀착되는 문제도 아니란 말이요. 김호성동무의 인간성에 관한 문제요!》

《?》

《나는 사심이 없이 량심적으로 일하는 사람인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한가 하는거요? 사람한테는 인간성이 있어야 하오. 무원칙하게 너좋고나좋고 하는 식의 인정을 말하는게 아니요.

동지들을 리해하고 아껴주고 믿어줄줄 아는 그런 진실하고 헌신에 기초한 인간성에 대하여 말하는거요. 내가 이미 강수영이라는 그 녀성동무의 일로 하여 동무한테 말하지 않았소. 심장이 차거우면 큰일을 못한다고 말이요.》

김호성은 고개를 숙이고 이윽토록 말이 없었다. 괴로움이 그의 얼굴에 진하게 어리였다.

지내놓고보면 인정이 헤프다고 할 정도로 많다고 할수 있는 부국장이 무엇때문에 별안간 자제를 못하고 천둥소리를 냈는가에 대하여 알게 되자 그는 고뇌의 늪에 빠져버린것이였다.

광우는 그러한 김호성을 보자 미안한 생각과 함께 갑자기 그가 측은했다.

안해없이 마음속 부담을 많이 안고있는 김호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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