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2 편

8

(1)

 

《여보, 요즘 날씨가 찬데 속탈이 도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해요.》

남편이 자동차편으로 먼길을 가야 한다는것을 알고 안해가 두툼한 털내의를 여벌로 가방안에 넣어주며 하는 말이였다. 소녀처럼 체소한 안해이지만 이런 때에는 김광우에게 있어서 철없는 자식을 한지에 내놓는 다심하고 걱정많은 어머니와도 같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러는군.》 하고 광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안해는 지금도 남편의 건강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있었다.

광우는 오래전 그때의 어혈로 몸을 조금만 차게 하여도 속탈이 도지여 남모르는 고생을 했다. 그렇다는것은 오직 그의 한생의 변함없는 《담당간호원》이라고 할수 있는 안해만이 알수 있는것이였다.

광우는 걱정많은 안해를 안심시키려고 웃는 낯을 지어보이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차에 오르면서부터 몸은 편안치 않았다. 그는 아득한 지평선 한끝에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듯 한 그 어떤 분명치 않은 위험을 어렴풋하게 느끼듯 그렇게 육체의 어느 한곳에서 조금씩 엄습해오는 아픔을 느끼고있었다.

《일없겠지.》 하고 광우는 생각했다. 그 순간에 대수롭지 않은것이 일을 친다는 격언이 언뜻 떠올랐지만 다시금 《일없겠지.》하고 자신을 위안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는것이 광우의 지론이기도 했다. 실지로 생활은 그의 지론대로 지금껏 흘러왔다.

한겨울의 얼어붙은 날씨였다.

소형뻐스는 필요한 물자를 마저 해결하느라 오후 4시가 다되여가지고 북방의 ㅎ도를 향하여 출발했다. 교외에 나서니 도로연선의 야산들과 전야는 온통 허옇게 눈에 덮여있었다. 사흘전에 눈이 발목을 치게 내린것이였다. 그래도 한낮의 해볕에 도로의 눈이 녹아 질벅하더니 인차 꾸둑꾸둑 얼어버리였다.

소형뻐스는 100리길도 축내지 못했는데 노루꼬리만 한 하루해가 다갔다. 해가 지면서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는가싶더니 인차 캄캄나락이 되였다.

김광우와 함께 정성금과 김호성, 유선일이 함께 타고갔다.

차에는 시험봉사기외에도 최윤호가 위원회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도의 형편에서 원격시험을 보장할수 없다고 딱한 소리를 하여 급히 해결한 여러가지 말단설비들을 실었다.

김광우는 갑작스레 우는소리를 하는 최윤호에 대하여 이상야릇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1차원격시험을 다른 도로 옮겨 진행할수는 없는 일이여서 계획에 없었던 설비들과 부분품들을 해결하느라 사흘동안 온몸이 녹초가 되도록 뛰여다니였다.

광우는 기분상태가 장마철 하늘처럼 개일줄 몰랐다. 육체를 야금야금 먹어들어오는것 같은 아픔때문만은 아니였다. 그는 김호성때문에 은근히 마음을 쓰고있었다.

이제 며칠후에 시험정보과가 정식 나오면 김호성은 과장으로 임명될것이다. 이 김호성이 평양을 떠나올 때부터 무엇때문인지 얼굴색이 밝지 못했다.

사람이 과묵한 형은 아니면서도 일신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서둘러 말할줄 모르는 김호성이였다. 집에서 가시어머니때문에 또 무슨 일이 있는것이나 아닌지?

김호성이 가시어머니가 집을 나간것때문에 바쁜 목에 숙천을 다녀오게 된 사연도 량원일이 말해주어서야 알수 있었던 광우였다.

혹시 라영국의 문제를 놓고 이 부국장과 의견대립이 있었던 그 일때문에 저 김호성이 지금도 기분이 언짢아하는것은 아닌가?

아니, 무슨 꼬부장한 사내라고 지금도 그 일이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그러랴.

그러나저러나간에 여기로 떠나올 때 라영국이를 한번 만나 담화를 해봤어야 할걸 그랬다고 광우는 생각했다.

원격시험준비때문에 눈코뜰새없이 돌아쳐야 하는 때에 라영국의 문제가 제기되다나니 그를 만나 담화해볼 겨를이 없었지만 그래도 후회되였다.

일행중에 유일한 녀성인 정성금은 ㅎ도로 내려가는것을 웬일인지 애당초 좋아하지 않았다.

《거기라면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십시오. 장연화동무가 있지 않습니까.》하고 정성금이 말했다.

《성금동무는 이상한데가 있구만. 왜 거기는 안 내려가겠다는거요? 장연화동무야 콤퓨터전문가는 아니지 않소. 그 동무는 평양에 남아있으면서 시험연구조일을 봐줘야 하오. 거긴 꼭 책임부원이 필요해서 위원회에서도 동무가 우리와 함께 내려가기로 조직사업을 한거란말이요.》

김광우가 그렇게 말했어도 기분은 좋지 않아가지고 따라나선 정성금이였다.

세사람의 기분상태가 그러하니 차안에선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아 침묵만 계속되였다. 그런데다가 몸이 얼어들기 시작하면서 모두 솜옷속에 움츠러들어 빨리 목적지에 가닿았으면 하는 하나의 생각만을 하고있었다.

차가 목적지에 가닿으려면 내처 달려도 새날이 밝아야 했다.

광우의 머리속에서는 또 라영국이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 그를 만나 사연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따뜻한 말도 해줄걸 그랬다. 함께 고생해온 동무들의 비난거리가 되였다고 괴로와하지는 않을가?

평양경내를 벗어난지도 다섯시간은 지났다.

차는 자그마한 읍거리를 지난지 10분도 안되여 높은 산들이 량옆에 줄레줄레 늘어선 협곡에 들어섰다. 좌우는 짙은 어둠에 싸인 숲이였다. 소형뻐스는 올라갈수록 점점 숨가쁜 소리를 불안스럽게 질러댔다.

지루하게도 긴 올리막협곡길이였다. 30분정도 달리여 기본령길이 시작되였다.

경사가 어지간히 급한 령길이였다. 령마루에 겨우 올라섰는데 발동기가 부르릉거리더니 끝내 자동차가 멎어섰다.

《어떻게 된거요?》

광우는 불안에 싸여 물었다.

운전사는 뭐라고 웅얼거리며 기관실뚜껑을 열어제끼고 한참이나 떨거덕거려보다가 《허.》 하고 랑패한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오?》

《이거 야단났습니다. 윤활유도관 련접구나사가 마모되여 못쓰게 되였습니다. 발동기소리가 이상하다 했는데…》

《그게 왜 나가오? 예비가 없소?》

《그런거야 예비가 있을게 뭡니까. 여태껏 그게 나가는 일은 없었는데.》

광우는 난감해하는 운전사를 보며 생각을 굴려보다가 말했다.

《우리가 협곡에 들어서기 전에 군소재지가 있었지? 여기서 몇리나 될가? 운전사동무.》

《시오리는 될겁니다.》

《할수 없지. 나와 함께 내려가보기요. 거기 인민위원회에 들려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소.》

옆에서 듣고있던 김호성과 유선일이 저마끔 제가 운전사동무와 함께 내려가겠노라고 했다.

《됐습니다. 두사람씩이나 고생할게 있습니까. 뭐 무거운걸 지고가야 하는것도 아닌데요.》

운전사가 굳이 고집을 썼다. 그는 자기때문에 일행이 산마루에서 지체하게 되였다고 미안해하고있었다.

끝내 운전사 혼자 령을 내려갔다.

남은 사람들은 어쩔수없이 고개마루에서 오도가도 못하면서 운전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활동성이 있는 사람은 일행중에서 제일 젊은 유선일이였다. 그는 밖에 나가 전지를 휘두르며 사방을 돌아보다가 《어!》 하고 놀라는 소리를 질렀다.

《이거 우리가 로빈슨 크루소우신세가 된것 같구만!》

령마루에서 둘러봐도 어둠의 심연뿐이니 허허바다의 한가운데 외로이 떨어진것 같은감이 절로 드는 모양이였다.

차안에서 솜옷속으로 파고들던 정성금이 유선일의 질겁한 소리에 키득거리였다.

유선일은 그렇게 사람들을 웃겨놓고는 전지불을 비쳐대며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아니 유동무, 어딜 가는거요?》

광우부국장이 걱정스러워 밖에 대고 소리쳤다.

유선일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런 응대도 없이 조금 더 내려가다가 전지를 사방에 대고 휘둘렀다.

《호성조장, 나가보오. 저 사람 저러다가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그러는지 모르겠소.》

김호성이 할수없이 일어나 뭐라고 투덜거리며 엉기적엉기적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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