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회)

제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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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튿날 처녀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고모쪽에서 조카의 일생문제이니 생각을 깊이 해보고 결심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너야 가정환경으로 봐도 그래, 앞으로 크게 발전할 사람인데 아무렴 어디서 더 좋은 처녀를 얻지 못하겠느냐고 했다.

그 말에 광우는 속이 좋지 않았다.

《고모, 내가 어쨌다는거예요? 그리고 처녀의 처지가 어쨌다는거예요? 나는 세상을 다 뒤져도 그보다 더 훌륭한 처녀는 찾지 못할거예요!》

처녀를 만났다. 《할머니의 노래》를 불러주던 그때의 천진스럽던 처녀가 아니였다. 창백한 처녀의 얼굴에는 수심의 흔적이 어려있었다. 하긴 운명적인 독한 결심을 하고난 처녀가 아닌가!

《동문 생활을 포기할 권리가 없소!》

광우는 청혼했다.

《아니, 그러지 마세요! 그래선 안돼요!》

처녀는 얼굴이 새파래서 부르짖었다.

《왜 안된다는거요?》

《난 죄많은 녀자가 되고싶지 않단 말이예요. 그리고 동진…》

광우는 격해서 처녀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동무가 무슨 말을 더 하자고 그러는지 알겠소. 우리 고모한테 다 말하지 않았소. 하지만 동문 잘못 생각하고있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참되게 사랑할줄 아는거요. 깨끗한 마음으로… 진심을 바쳐… 그렇게 자기 조국, 자기가 태여난 고향, 자기의 동지들을 사랑하고… 그렇게 자기 수령께 충정을 다할줄 아는 그거란 말이요!

생각해보오. 그때 동문 스러져가는 내 생명을 붙들고 〈할머니의 노래〉를 불러주며 무엇을 생각했소? 나는 지금도 솜옷을 못 입고있던 그 간호원을 잊을수가 없소. 그래서 동무를 사랑했소. 실은 그때부터 말이요. 동무를 너무도 사랑하기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던것이요.》

처녀는 울고있었다. …

우등불은 탁탁 불꽃을 튀였다. 너울거리는 불길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모두 생각하고있었다. 인생에 대하여, 의무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광우는 집을 나설 때부터 은근히 온 심신을 압박해오던 불안이 현실로 되는구나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동통은 더는 참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등불은 기세좋게 타오르는데 몸이 와들와들 떨리면서 속을 집게로 집어비트는듯 한 아픔이 왔다.

두려운것은 자기가 쓰러지는것자체보다도 그것때문에 소동이 일어나는것이였다.

도소재지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있을것이다. 이제 거기 가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것인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험체계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강습을 진행해야 하고 수험생들이 도착하는 즉시로 그들이 콤퓨터시험에 나설수 있게 준비시키는 사업도 해야 한다.

중앙의 종합봉사기실과 망련결은 되여있지만 말단설비들이 어떻게 준비되였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밖에도 예견치 못했던 일들이 제기될수 있다.

미지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가시덤불이나 벼랑이 막아나설수 있다. 그때엔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은 에돌거나 미룰수도 없는 일이다. 대학입학시험이라는것자체가 미룰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첫걸음을 내짚은 우리의 일이 늦어지면 조국의 진보가 그만큼 늦어진다. 늦어지면 안된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광우의 눈앞에는 군관학교시절의 그 전술교원이 떠올랐다. 소를 잃은 농부에 대하여 교훈적인 말을 해주던 그가 근엄한 표정을 하고 광우를 바라보았다.

《쓰러지지 마시오. 동무는 그럴 권리가 없소. 조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오!》

그래… 그래… 기관차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조국은 미래를 향해 오직 앞으로… 질풍같이 앞으로… 앞으로… 그는 의식이 몽롱해지는 속에 거대한 강철바퀴들이 지구를 쾅쾅 울리며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광우는 끝내 배를 그러안으며 신음소리를 질렀다.

모닥불주위에 둘러앉아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왜 그러는가고 일시에 부르짖었다.

광우는 그 소리를 들으며 의식을 잃었다.

그것은 짧은 한순간이였다.

다시 깨여났을 때 광우는 누구를 나무라는 정성금의 어렴풋한 목소리를 들었다.

《동문 부국장동지가 얼굴색이 좋지 않다는걸 알고있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요. 그랬더라면 도중에 어느 병원에라도 입원시키든가 떨어져서 치료를 받도록 할수 있지 않았어요.》

《호성동지두 참!》

그것은 유선일의 목소리이다.

그러니 두사람이 김호성을 나무람하고있다.

그다음엔 어떻게 할것인가 하는 토론이다.

돌아올줄 모른다고 운전사를 걱정하는 소리, 부국장을 업고서라도 령아래 군소재지에 내려가야 한다는 소리, 지나가는 자동차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는 막연한 소리…

그 순간에 광우는 흐리마리한 의식을 파고들어오는 귀에 설지 않은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전술교원이 아니다.

《쓰러지지 말아라. 인생의 좌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사람은 언제나 다그쳐 살아야 한다고, 그것은 인생은 짧은데 걸머진 짐은 무겁기때문이라고 아버지의 생이 응축된 말을 들려주던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러지들 마오. … 기다려야… 해… 운전사를…》

그는 망각의 심연속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는 깨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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