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제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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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문 정말 콤퓨터시험을 치자는거예요 어쩌자는거예요? 도안의 수백명 수험생들을 치르어야 하는 원격시험장인데 콤퓨터가 이게 다예요?》

최윤호를 앞세우고 김광우와 함께 시험장에 직접 들어와본 정성금이 참지 못하고 발끈해서 소리질렀다.

《어찌겠습니까. 도안의 실정이 그렇단 말입니다. 수험생들은 다른 도들보다 우리 도가 제일 많은데다가 콤퓨터를 많이 가지고있는 대학들에서는 수업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서로 밀내기를 하지. 그렇다고 생산이 바쁜 공장이나 기업소들에 가서 업무용콤퓨터를 내라고 할수도 없는 일이고…》

정성금이 기가 막혀 그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그게 일을 하자는 사람의 말이예요?》

《그래서 내 우에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최윤호는 옆에 있는 광우부국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변명했다.

패배주의이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태만이다! 광우는 무슨 말이 나가려는것을 참았다.

정성금이 성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하고 최윤호를 몰아대는 가운데 광우는 쓸쓸한 눈길로 시험장안을 둘러보고 또 보았다. 전날에 유선일이 하던 말이 조금도 그른데가 없었다.

시험장안에 들여놓은 콤퓨터라는것이 기껏해서 60대정도나 되였다. 그것도 대학도서관에 원래부터 있던 콤퓨터들을 시험장을 꾸리면서 부랴부랴 옮겨놓은것 같았다.

봉사기실의 형편도 다를바 없었다.

《동무는 일을 하자는 사람이 아니구만요. 어쩌면 이럴수가 있어요? 도의 실정을 핑게대지 말아요. 도의 실정이 어쨌단 말이예요? 도의 실정이 어려워서 종합전원코드 하나 똑바른것이 없고 시험장엔 감시촬영기나 하나 달랑 달아놓았어요? 콤퓨터가 이것밖에 없는데 감시는 무얼 감시하고 콤퓨터시험은 뭘 가지고 친다는거예요?》

《그래서 부국장동지한테 당장은 위원회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도자체의 힘으로 힘들다고 제가 솔직히 다 말씀드린겁니다.》

김광우는 쓰거운 웃음이 나갔다.

《그건 사실이요.》

그는 무슨 말을 또 참지 못하고 하려는 정성금에게 언짢은 눈길을 피뜩 던졌다.

《그만하우, 성금동무. 도의 실정이 어려울거라는거야 우리가 생각못하고 내려온게 아니지 않소. 유선일동무는 여기 남아서 봉사기실을 꾸리는데 무엇이 더 있어야겠는지 명세를 작성해야겠소.》

광우는 정성금과 김호성을 데리고 숙소로 향했다. 돌아오면서 광우는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은 정성금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성금동무, 웬일이요?》

《제가 어드래서요?》

정성금이 내쏘듯이 성의없는 소리를 했다.

광우는 탓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로 내려올 때부터 좋은 인상이 아니더니… 최윤호처장과 무슨 일이 있었소?》

《일은 무슨 일이겠습니까. 부국장동진 호인이 돼서 좋겠습니다.》

《허허허.》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예요!》

광우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더 캐묻지 않았다.

그는 어깨가 무거웠다. 방금 정성금에게 도의 실정이 어려울거라는거야 우리가 모르고 내려온건 아니지 않소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였다.

이곳 도로 말하면 인구수가 많은데다가 수도와 멀리 떨어져있어 이래저래 불리한 조건들이 많다. 실은 그래서 1차로 진행하는 시범대상으로 정했던것이 아닌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때문에 지방에서부터 먼저 콤퓨터원격시험을 실시하더라도 조건이 유리한 도를 선정하지 않겠느냐고 하는것도 굳이 이곳으로 내려온것은 제일 불리한 단위에서부터 진행하면 다음 단계부터 수월하리라는 타산에서였는데 그게 잘못한것이 아니였을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정성금이나 김호성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는 속에서 최윤호에 대한 욕이 와글와글 끓어올랐다.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무책임할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대학추천사업과 관련한 신소가 제기되여 최윤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처음으로 품게 되던 그때와 또 다른 감정이였다.

그때에는 최윤호를 비판하면서도 사람이 원칙을 떠나 사고하기 시작하면 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범할수 있는 과오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뭔가? 이게 량심이나 원칙에만 국한되는것인가? 교육에서 진보가 이루어지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가 하는것이 나라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사라는것을 최윤호가 과연 모를 사람인가?

광우는 위원회에서 떠나올 때 당비서가 해주던 말을 생각했다.

《교육을 발전시켜 하루빨리 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고 우리 나라를 강성부흥의 령마루에 올려세우는것은 우리 수령님들의 뜻이고 경애하는 원수님의 원대한 구상이요.

내려가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성과를 보고 올라와야겠소. 나라의 시험제도를 혁신하는데서 큰걸음을 내디디자면 무엇보다도 이번 일이 잘돼야 합니다.》하고 당비서는 말했었다.

당비서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한것은 처음부터 일이 얼음우에서 박밀듯이 수나롭게 되지 않으리라는것을 예견해서였는지 모른다.

광우는 도당위원회의 도움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인민위원회안의 교육부문담당 일군들과 학교후원단체 책임자들도 만나야 했다.

정성금과 김호성은 대비시험을 비롯하여 콤퓨터시험과 관련한 사업을 맡아하기도 바쁜 몸이니 결국 그 모든 일감을 광우 혼자 다 맡아안고 뛰여다녀야 했다.

해야 할 일은 가득한데 자기의 몸이 견디여내겠는지 걱정스러웠다. 여기로 내려오는 길에 된탕을 겪은 후과가 아직은 완전히 가시여지지 않아 이따금 속을 비트는것 같은 아픔에 자기도 모르게 배를 움켜안군 했다.

일을 끝내기 전에는 쓰러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시간에도 몇번씩 하면서 집을 떠나올 때 안해가 넣어준 약을 사람들 몰래 먹었다.

그는 먼저 모자라는 콤퓨터문제를 풀기 위해 공업대학의 지석영교무부학장을 만날 생각을 했다.

최윤호가 그것을 알고 왜서인지 쓰거운 웃음을 꺼칠한 얼굴에 실으며 말했다.

《지석영교무부학장을 만나자고요? 만나지 마십시오, 부국장동지.》

광우는 이상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동문 별난 말을 하누만. 그 사람이 먼곳에 있는것도 아닌데 왜 만나지 말라는거요?》

《제가 그때문에 한번 방에 찾아갔댔으니까요.》

지석영이 학생들에 대한 강의에 지장이 되여 콤퓨터를 그 이상 내줄수 없어한다는것이며 애당초 콤퓨터시험이라는것이 해보다가 그만둘 일이라고 했다는것이며… 하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광우는 어이없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최윤호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최동무는 시험봉사기실의 설비들을 보는 동무에게 그런 말을 했소? 콤퓨터시험이라는게 가망없는 일이라고 말이요.》

최윤호는 얼굴이 뻘개지면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니 들리는 소리가 사실인게로구만. 그렇소?》

광우는 속에서 노기가 치받쳤다. 하면서도 지석영이 그렇게 말했다는것이 선듯 믿어지지 않았다. 이 최윤호는 최윤호이고 지석영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단 말인가!

눈앞에는 지석영의 잘 다듬어진 커다란 얼굴이 떠올랐다. 번쩍이는 장서를 부러워하는 광우에게 대학에서만도 20대, 30대의 박사들이 나오는데 자기는 행정실무에 빠지다보니 오래전에 시작해놓은 박사론문도 손대볼 겨를이 없다고 그가 한숨을 쉬며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럴수야 있나?》하고 광우는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는 생각이 많아가지고 대학교무부학장방을 찾아들어갔다. 광우네가 도소재지로 내려왔을 때 얼핏 한번 나타난 후 사흘이 지나도록 얼굴을 볼수 없는 지석영이였다.

《늘 바쁜 모양이군요.》 서늘한 기운이 도는 사무실에 앉아 목소리를 돋구어가며 누구와 전화를 하다가 반겨맞아주는 지석영을 보고 광우가 인사삼아 말했다.

《별로 큰일도 못하면서 늘 이래야 하지 않습니까. 이 추운 날씨에 내려와 고생하겠습니다.》

《고생이야 무얼.》

광우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정갈한 책장에 또다시 눈길이 갔다. 손 한번 대본것 같지 않은 화려한 표지의 새 책들이 빈자리 없이 차곡차곡 꽂혀있는 서가이다. 생활에는 책을 치장물처럼 여기면서 거두어들여서는 자기도 읽지 않으면서 남들한테도 빌려주기 꺼려하는 괴이한 습벽의 인간들이 간혹 있지만 이 지석영의 경우는 다른것이다. 행정사업을 하지만 대학일군이 아닌가.

김광우가 책장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지석영이 구슬픈 음향조차 느껴지는 한숨을 내그었다.

《집에 들어가서는 도무지 원서 한장도 읽어볼 사이가 없어 사무실에서나 짬짬이 보자고 해서 몽땅 내다놨지요. 우리 대학에만도 20대, 30대 젊은 박사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내라는게 이미 시작해놓은 박사론문조차도 손을 못 대보지 않습니까. 공연히 행정사업에 발을 들여놔가지구 그러지요.》

(이 사람은 전번에 나를 만났을 때에도 그 말을 했다는걸 잊은 모양이군. 이 사람은 누가 사무실에 찾아오면 그 말부터 하는가? 교수나 박사가 못된것이 마치 행정실무사업때문인듯이 말하는군. 하긴 그대신 일은 많이 하는 모양이군. 그럴수 있지. 이 사람에게야 언제 책을 펴들고있을 시간이 있을라구.)

그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광우는 허거픈 웃음이 나갔다.

지석영이 그 웃음을 동정의 뜻으로 알았던지 또 긴 한숨을 내쉬였다. 그러고나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김광우의 입에서 콤퓨터소리가 나오자 지석영은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해보다가 우선우선한 미소를 지었다.

《어찌겠습니까. 교수에 며칠 지장이 되더라도 내놓아야지요.》

광우는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아니, 교수에 지장이 된다면 그만두시오. 그러면 안됩니다.》

《허허, 일없습니다. 며칠이면 되겠는데요. 위원회적으로 하는 중요한 사업인데 보장해야지요. 30대 더 냅시다.》

광우는 어리벙벙할 지경이였다. 최윤호의 말을 듣고 큰 희망을 못가지고 왔는데 비록 원만한 수자는 못되지만 어쨌든 일정한 대수는 확보된것이였다.

지석영이 조직사업을 하여 콤퓨터들을 시험장에 설치까지 해주겠다는 바람에 마음놓고 곧장 다른데로 발걸음을 옮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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