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 회)

제 2 편

17

(1)

 

드디여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애를 먹던 설비들도 다 들어와 봉사기실과 시험장이 나무랄데 없이 완성되였으며 위원회의 종합봉사기실과 망을 통한 대화도 오갔다.

망부하시험과 100대가 훨씬 넘는 시험용말단콤퓨터들을 동시에 가동시키는 련동시험도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

이 일을 위해 유선일도 수고를 많이 했지만 정성금이나 김호성도 그들나름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들은 콤퓨터시험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실무강습을 여러차례 진행하고 대비시험까지 조직하느라 여러날동안 휴식 한번 못해본것이였다.

이틀후에는 도안의 수백명 수험생들이 모여들게 될것이다. 하여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한숨 돌리면서도 초조감이라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이고있을 때 평양에서 전화가 왔다. 시험연구조에 떨어져있는 장연화가 걸어오는 전화였다.

《추운 날씨에 도에 내려가서 수고가 많겠습니다, 부국장동지.》

《수고야 거기 떨어져있는 동무들도 다같이 하지. 다들 잘있소? 앓는 동무들은 없소?》

《우리 여기서야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거기 내려가있는 사람들이 일없으면 되는거지요 뭐.》

《걱정마오. 여기서는 다들 건강하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를 하오?》

《시험날자가 다되지 않았습니까, 부국장동지. 거기 준비가 어떻게 돼가는가 해서 여기서 다들 걱정을 하기에 제가 전화를 해보는겁니다.

여기 떨어져있자니 어디 거기 생각을 안하게 됩니까.》

광우는 가슴이 뭉클해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원, 사람들두! 모두들 걱정하지 말라고 하오. 준비가 다되였으니 일이 잘될거요!》

김광우는 평양을 떠나면서 시험연구조에 준 과제와 관련하여 몇가지 알아보고나서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평양에서도 맡은 일을 다 끝내고 모두들 여기 일이 잘되기만을 바라고있소. 량원일동무랑 거기 사람들이 수고했겠소. 밤을 패면서 일했겠지.》

무슨 내용인가 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온 내용을 알려주고나서 광우는 손을 썩썩 맞비비며 방안을 오락가락했다.

평양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 준비가 다되였다고 전화로 큰소리를 쳐놓았지만 그래도 놓치고있는 구석이 없는가 해서 신경을 썼다.

여러 갈래의 실무강습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여 새로운 시험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원만히 섰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것이다. 사람들이 준비된것이다. 이제 봉사기실과 시험장준비에서만 다른 일이 없으면 된다.

유선일과 함께 그가 맡은 물질적기반을 한 공정, 한 공정 따져보던 광우는 발동발전기에 생각이 미치였다.

콤퓨터시험이 한창 진행되는 시간에 전원이 차단될수도 있는 비상정황을 예견하여 오늘 낮에야 겨우 가져다놓은 발동발전기였다. 그것을 책임지고 실어온 최윤호는 대학경리부서에서 창고로 쓰던 건물안에 지금 설치하는중인데 이제 가동시켜보고 제대로 되면 다른 일이 없을것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광우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싶었다.

광우가 발동발전기를 들여놓았다는 건물쪽으로 가는데 마침 거기서 퉁탕거리는 소리가 났다. 발동발전기를 시동시켜보는것이였다.

고르롭게 돌아가는 발동기소리에 기분이 좋아가지고 건물안으로 들어서니 깨끗한 작업복차림의 말쑥한 중년사나이가 기관상태를 주시하고있다가 초면의 광우에게 머리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발동발전기를 실어보낸 기관에서 설비의 상태를 확인해주기 위해 따라온 기술자일것이다.

《수고합니다. 잘됩니까?》

요란한 발동기소리때문에 광우는 그의 귀에 대고 큰소리로 물었다.

사나이는 빙그레 웃으며 퉁탕퉁탕 기운차게 돌아가는 발동기를 눈으로 가리켰다.

《잘되지 않구요. 신형인데요. 요즘은 다 이걸 씁니다.》

사나이는 발동기소리때문에 큰소리로 말했다.

판매자특유의 심리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말이여서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느슨한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빨간 도색을 하고 기름 한점 새여나오지 않은 발동발전기는 미남자처럼 잘생겼으며 탐탁해보였다.

발동발전기가 꺼졌을 때 광우는 하나 의문되는것이 있어 물었다.

《동무는 기술을 아는 전문가인것 같은데 어떻소? 이 발동발전기를 가지고 콤퓨터를 200대쯤 걸어도 되겠소?》

그것은 광우가 발동발전기에 붙어있는 사용설명서며 기술적제원을 보면서 생겨난 의문이였다.

《200대를 걸어야 합니까?》 그는 무엇이 이상한지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혼자서 픽 웃었다. 《용량이 좀 모자랍니다.》

광우는 대뜸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동무네는 이 필요없는것을 왜 실어왔소? 량심이 없지 않소. 우린 중요한 국가적인 일에 쓰자고 그러는데 동무네는 구매자의 사정은 어떻든지간에 판매만 실현하면 그만이라는거요?》

중년사나이는 한순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있다가 얼굴이 뻘개지며 벌컥 성을 냈다.

《그러지 마십시오. 우리야 여기 사정을 구체적으로 압니까? 콤퓨터시험때문이라면서 그저 실어오면 된다기에 구매자측과 약속한대로 이렇게 가져다놓았을뿐인데요.》

광우는 그제서야 자기가 애꿎은 사나이에게 화를 내고있다는 생각에 점직해졌다.

화를 내자면 최윤호를 탓해야 마땅한 일이였다. 발동발전기때문에 판매기관에 갔으면 마땅히 용량타산을 해봤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윤호가 발동발전기의 용량이 얼마만해야 한다는것을 모를 사람인가. 지금이라도 와보기를 잘했다. 시험날자가 눈앞에 박두했는데 최윤호의 말만 듣고 마음놓았다가 시험이 시작되였을 때 정전이라도 되면 어쩔번 했는가! 잘 준비된 일이 별치 않은 구두 한컬레때문에 튄다더니!

어느 유명한 인물의 격언 한구절이 떠올라 《허.》 하고 자기도 모르게 맹랑한 소리를 질렀다.

판매기관의 사나이가 어쩐지 비난의 색조에 가까와보이는 미소를 매끈한 얼굴에 실으며 한마디 했다.

《용량이 모자라면 어디 가서 새걸 다시 사오느라 그러지 말고 어느 기관에서 가지고있는것을 빌려오십시오. 탐문해보면 발동발전기를 가지고있는 기관이 있을겁니다. 시험도중에 정전이 되여 쓴다고 해도 한번이나 쓰고말것인데 뭐 값이 비싼 새것으로 사올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광우는 그 말이 대뜸 이상하게 들리였다. 애당초 이 사나이가 별다른 의미없이 말을 시작한것 같지 않았다.

《동문 지금 무슨 소리를 하오? 한번만 쓰고 그친다는건 뭐요?》

사나이는 무엇때문인지 주저하는듯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남들이 하는 말을 곁에서 듣고 다른 사람들한테 옮긴다는것도 례절바른 처사는 못되지요. 하지만 경우에 어긋나는것이라고 해도 말합시다. 아침에 이 발동발전기때문에 왔던 그 동지가 우리 책임자동지하고 말하면서 그러더구만요. 우에서 아래실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콤퓨터시험이라는걸 하자고 그러는데 시범적으로는 해볼수 있지만 그게 전국도입은 안된다구요.》

《! …》

사나이는 피끗 고개를 들어 김광우의 굳어진 얼굴표정을 일별했다.

《나도 그 동지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저도 대학추천을 받은 딸애가 있다보니 동지들이 여기 내려와서 콤퓨터시험문제를 놓고 진행한 강연회에 참가하여 들었습니다. 콤퓨터에 의한 시험을 한두사람의 욕망만 가지고 시작한 일이야 아니겠지요? 그건 국가의 정책이겠는데 아무렴 국가가 될수 없는 일을 시작했겠습니까? …》

사나이는 무엇을 주저한것이 아니였다. 실없는 소리를 한것은 더우기 아니였다. 자기가 하고싶었던 말을 한것이였다!

그가 방금전에 한번이나 쓰면 되는 발동발전기인데 무엇때문에 비싼 새것으로 사다놓을 필요가 있는가고 말한것도 결코 본심에서 나온것이 아니였다. 일종의 울분이였다.

웅심의 호수우로 바람이 불었다. 아니, 폭풍이 일었다. 폭풍은 지금껏 가까스로 잠재우고있던 호수를 순식간에 뒤번져놓았다.

광우는 자기가 어떻게 창고건물에서 나왔으며 발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나쁜 사람! 언젠가 건설사업소 운전사가 《늘 좋은 말만 하는 사람에게 다 정의가 있는것은 아니지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또 다른 목소리가 귀전을 울리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저도 많이 배웠구요!》 그건 누구의 말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최윤호가 원격시험과 관련한 강습에 참가하고나서 진지한 표정을 띠고 하던 말이다. 그 최윤호가 콤퓨터에 의한 새로운 시험체계의 가동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그것을 믿지 않고있단 말인가? 믿지 않고있으면서 그것때문에 뛰여다녔단 말인가? 단지 자기의 체면을 세우려고? 아니면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최윤호의 사무실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광우는 안에서 들려오는 방주인의 성난 목소리에 굳어졌다. 최윤호가 누구와 전화를 하는지 아니면 사람을 앞에 놓고 그러는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여보시오, 도대체 콤퓨터 한대가 뭐요? 이 잘난 콤퓨터 한대때문에 일하는 일군들을 비판받게 만든단 말이요? 동무때문에 일하자는 사람 뭐가 되였는가! 당장 가져가오! 당신의 이 콤퓨터가 아니면 국가가 일을 못할것 같소? 여보, 주제넘소! 이게 아니래도 시험준비가 다 됐단 말이요!》

최윤호는 마치도 자기가 콤퓨터시험을 위해 애를 쓰며 일한 결과 시험준비는 끝났는데 일을 하느라 발이 닳도록 뛰여다닌 자기는 콤퓨터 한대때문에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누구에게인가 모욕적인 언사를 복수적으로 퍼붓고있었다.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어 최윤호의 노기충천한 우뢰질에 주눅이 들어버린듯 한 약간 갈린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미안합니다, 일하는 일군을 비판받게 해서요. 당신이야 〈좋은 사람〉이지요, 〈좋은 사람〉.》

문밖에 있는 김광우에게는 겨우 전달되는 사나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주눅이 들었다고? 아니였다! 로골적인 비양이였다. 선들선들 날이 선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임자는 결코 쉽게 수그러들 만만한 성격이 아니였다.

그것을 느낀듯 최윤호가 조금전의 청청하던 목소리와는 달리 나직하게, 그러면서도 결코 노기가 조금도 풀리지 않은 소리를 했다.

《여보시오 동무, 그건 무슨 소리요?》

《당신은 신소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나를 찾아와 말했지요? 자기는 김광우부국장동지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구요. 그게 우에 신소를 해야 부질없는 일이니 다시는 복잡하게 놀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였는가요? 시시해서 더 말하고싶지도 않소!》

쾅!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

조용조용 울리던 사나이의 목소리가 급기야 높아졌다.

《당신은… 당신은 그런 〈좋은 사람〉이란 말이요! 언제나 〈좋은 말〉만 하는 〈좋은 사람〉! 하지만… 하지만… 사람을 함부로 모욕하지 마시오! 》

《…》

《…》

광우는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왔다. 그게 언제였던가? 신소문제때문에 처음 내려왔던 그때 저 최윤호가 뭐라고 했던가? 자기가 신소자를 만나 잘 리해시키겠노라고 했다. 그 《리해시킨다》는것이 바로… 광우는 기가 막혀 입을 하 벌린채 아무것도 없는 복도천정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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