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 회)

제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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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는 그냥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조용하던 방안에서 최윤호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동문 아주 나쁜 사람이요! 아주 까다로운 말짼 사람이란 말이요. 일군들을 물어메치는 능수. 내가 동무때문에 골탕먹은것이 어디 이번이 처음이요?》

《그러니 당신은 내가 신소한것으로 해서 비판을 받은 그 복수를 지금 하는거요?》

《여, 동무!》 우뢰치는듯 한 최윤호의 목소리. 《나만 비판을 받았으면 말도 하지 않겠소. 동무때문에 그때 김광우부국장동지가 우에서 어떤 비판을 받았는지 아는가? !》

《…》

정적… 정적…

광우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모욕당한 자존심으로 하여 길길이 뛰던 인간이, 평상시에 성글성글한 흰 이발이 드러나도록 웃던 건설사업소 운전사가 최윤호의 그 마지막말에 할말을 찾지 못한채 얼굴을 숙이고있는 처참한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것만 같았다.

분노로 하여 가슴이 널뛰듯 했다. 정의롭고 주대가 있던 저 로동자는 이 광우가 자기때문에 비판을 받았다는 그 한마디에 주눅이 들어버렸는가?

최윤호가 그렇게 뒤집어놓다니! 이 광우가 우에서 어쨌다구?

광우는 기척도 없이 자기도 모르게 출입문을 벌컥 열었다.

방안에 있던 두사람의 눈길이 동시에 출입문쪽으로 향했다.

부국장이 공교롭게도 그 시각에 나타나리라는 생각을 못했던 방주인은 아연해서 굳어져버리였고 다른 한사람, 건설사업소 운전사는 얼굴이 컴컴해서 마치 생면부지의 손님을 대하듯 김광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허허…》

청청한 하늘에서 소낙비라도 내리는듯, 지금 이 방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당치않은 웃음소리가 자기의 입에서 어떻게 되여 흘러나왔는지 광우자신도 어이없었다.

《문형이 아버지는 가보십시오.》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며 광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가 나가고 두사람만 남았을 때 광우는 벽가의 쏘파에 가앉으며 호주머니를 더듬다가 잡히는것이 없어 엉거주춤 서있는 최윤호를 올려다보았다.

《담배 한대 주겠소?》

최윤호는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길로 부국장을 피끗 보고나서 담배 한갑을 옆차대에 가져다놓아주었다.

광우는 담배 한대를 뽑아 불을 붙여들었으나 피우지 않고 한동안 천정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가슴이 쓰리였다. 아득한 허공 그 어딘가에서 안해의 목소리가 울려오는듯 했다. 《여보, 내려가면 최윤호동무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세요.》

《비판을 하십시오.》

지겹도록 오랜 침묵끝에 최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 일도 별나게는 되여 김광우앞에서 자기의 본심을 적라라하게 드러냈다는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광우는 이윽해서야 최윤호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그 순간 그의 의식의 한끝은 다른데 가있었다. 아득히 흘러간 세월의 언덕너머에서 울려오는 목소리가 고막을 울리고있었다.

《광우야, 아버지처럼 살아라!》

그것은 김광우를 초소로 떠나보내며 아버지네 부대의 정치일군이 해주던 말이다. 아버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같다고 어머니가 생전에 고마와하며 말해주군 하던 그가 바로 저 최윤호의 아버지가 아닌가!

광우가 가슴이 쓰려오는것은 그때문이였다.

《동무의 아버지는》 광우는 숨이 꽉 막히는것 같은 고통을 강잉히 묵새기며 말했다.

《그래, 동무의 아버지는 전쟁시기 락동강을 건너갔다왔고 신념이 없는 떨떨한 인간이라면 자기 생명부터 생각했을 가장 엄혹한 시각에 담가에 실려 사람들을 전투에로 불러일으켰소. 부상병들을 지휘하여 사단을 구원했고 전투승리의 돌파구를 열어놓은 정치일군이였단 말이요!》

광우는 지금도 아득한 망망천지 어딘가에서 울려오는것만 같은 그 참된 인간의 목소리를 듣고있다. 부상병들을 전투에로 부르던 문화부사단장의 그 목소리를.

《동무들! 부상병동무들! 우리는 부상을 당한 몸들이지만 군인들이고 전투원들이요. 우리가 무엇을 위해 군복을 입었고 총을 잡았는가?

지금 전투의 운명이 우리한테 달려있소! 최고사령부의 전략적의도가 위험에 처한다면 우리가 살아서 무얼하겠는가! 동무들, 앞으로! 승리를 위하여 앞으로―오! ―》

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넋의 메아리가 아닌가! 피흘리면서, 목숨을 바치면서 위대한 수령님과 당을 사수했고 우리의 소중한 제도를 지켜낸 선대의 넋이 우리들의 심장에 와닿는 메아리가 아닌가!

《내가 왜 최윤호동무도 다 알고있을 이런 말을 하는가?

동무를 보면서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다고 해서 사상은 저절로 유전되는것이 아니라는 말이 참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때문이요.

나는 그 생각을 동무가 가져온 발동발전기를 보러 나갔다가 여기로 오는 그 짧은 시간에도 했고 이 방에서 동무가 량심이 깨끗한 한 로동자를 몰아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했소.

그래 동무는 자기 당조직이 준 비판이 그렇게도 가슴에 걸려 내려가지 않소? 그래서 한 로동자에게 분풀이를 했소?

동무가 언제부터 변했는지는 모르겠소. 동무는 아주 좋지 않은 사람이요! 신념이 없는… 그렇소! 신념이 없는 위험한 사람이란 말이요!》

납덩이같은 정적이 한동안 계속되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있던 최윤호의 입에서 한참후에야 나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것은 원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무슨 변명도 아니였다. 자기를 조금이라도 유지해보려는 인간의 맥빠진 몸부림도 아니였다. 끈질긴 그 무엇이 그의 말에서 감촉되였다.

《말해보오, 뭐가 너무하단 말이요?》

《이자 그 로동자동무앞에서는 제가 너무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함부로 반동취급하지는 말란 말입니다!

부국장동지나 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야 일하기 쉽지요. 지시하면 되니까요. 성과를 거두고 올라가면 그만이겠지요.

원칙에 대해서 아래사람들한테 말하기도 좋구요. 현실이 어떠하든, 아래사람들의 사정쯤 어떠하든 동지들한테야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광우는 아연해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동문 발동발전기의 용량타산도 해보지 않고 가져왔소?》

그 말에 최윤호는 왈칵 증을 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겁니까? 판매기관에 가니까 그런것밖에 없는데요?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할수 있는걸 제가 안했습니까?

용량문제도 그렇습니다. 정전이 되는 경우에 비상대책으로 발동발전기가 필요한것인데 설사 그걸 쓰게 된다고 해도 용량에 맞게 100명씩 갈라서 시험을 치면 되지 않습니까.》

《매해 그렇게 하겠소?》

《…》

광우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믿지 않았지, 새로운 시험체계가 성공하여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에서 진보가 이루어지리라는것을 믿지 않았지. 그래서 용량이 모자라는 발동발전기를 가져다놓아 형식이나 갖춘거요!》

《…》

광우는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는 쏘파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다.

밖에서는 바람이 일고있었다. 마당가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거리였다. 앙상한 가지들에는 지난해 떨어졌어야 할 말라버린 잎사귀 몇개가 앙탈을 부리듯 끈질기게 달라붙어있으면서 바람에 떨었다.

《믿지 않았지… 믿지 않았지.》

광우의 입에서 그 말이 사라지지 않는 메아리처럼 울려나왔다. 가슴이 예리한 송곳에 찔린듯 아파나기 시작했다.

《동무에 대하여 이미전에 들은 소리가 있소. 동무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순직한 로동자의 자식을 데려다 친아들처럼 키웠고 대학공부까지 시켰소.

그런데 동무는 친형제나 다름없는 그 사람이 과오를 범했다고 해서 어떻게 했소?

동무의 곁에서 떨어져 촌으로 내려간 한 녀선생은 동무가 형님이 아니라고 배척해버린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놓은 자식의 재능을 틔워주기 위해 그 애를 데리고 평양으로 올라와 한달동안 안 가본데가 없소.

그 녀선생이 한 어린 수재학생의 미래를 위해 평양의 인민대학습당으로,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로, 서해갑문으로 끝없이 걸을 때 동무는 자신의 리기적목적실현을 위해 평양에 올라와 어떻게 했소?

주위를 둘러보면 제가 맡은 일에서는 못한다는 구실이 더 많으면서 일신상의 문제에서는 결심해서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 있소. 동무는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오.

사람이… 사람이… 어쩌면 그럴수 있소? 교만방자해도 분수가 있지. 당조직에서 비판을 받고 로동자에게 분풀이를 해? 동문 그 깨끗한 로동자의 마음을 어떻게 모욕했소? 최명선동지가 아들의 그 꼴을 봤더라면 저세상에서 일어나 최윤호의 이마빡에 총알을 박아넣었을거요!》

아, 가슴이 왜 이다지도 쓰리고 아픈것인가? ! 정의란것이 없다면 사람은 이 세상에 살 필요가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 사람은 참 괜찮은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여 그 말이 생각나는것인가?

문득 방금 방에서 나간 로동자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가슴이 아플거야, 내 가슴이 이렇게 쓰린데 모욕당한 그 사람의 심정이야 말해 무엇하랴!

광우는 다시금 창문너머로 눈길을 보냈다. 마당건너 태를 치는 앙상한 나무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앙탈을 부리던 묵은 나무잎사귀 하나가 끝내 떨어져 바람에 날려갔다.

《지금이 어느때요? 놈들이 우리 나라를 없애버리겠다고 지랄발광하는 때가 아니요. 우리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교육사상과 구상을 받들고 나라의 교육을 더욱 발전시켜 인재강국을 건설하고 더 훌륭한 미래를 앞당기자는것도 경애하는 원수님을 보위하고 우리의 제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란 말이요!》

광우는 나들문을 향해 걸어나가다가 서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있는 최윤호를 다시 돌아보았다.

《명심하오. 어머니배안에서부터 역적이 되여 나오는게 아니요. 사람이 자기의 리익만을 추구하며 사는데 습관되면 속에는 다른 세계가 생겨나게 되며 그러면 당정책을 믿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수령도 당도 국가도 모르는 인간이 되고마오!》

그는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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