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 회)

제 2 편

22

(1)

 

대형화물자동차 한대가 그 시각 눈이 내려쌓인 산협길로 기우뚱거리며 천천히 가고있었다.

생눈길이였다. 하늘이 미여지게 눈이 쏟아져내리고있었다.

운전사는 겨우 길을 골라가며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갔다. 온통 하얀 눈이불을 뒤집어써서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길밖인지 분간하기 힘든것이였다. 유리닦개를 가동시켜놓았지만 쏟아져내리는 눈이 시창에 련속 달라붙어 시야를 가리우군 했다.

《허,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체격이 장대한 젊은 운전사가 눈때문에 온통 뽀얀 하늘을 올려다보며 쾌활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였다.

북방의 날씨는 변덕도 심하다. 련사흘째 눈이 내리다말다하며 산촌에 두툼한 눈이불을 씌워놓고나서 하늘이 열리기에 이제부터는 해를 보려는가 했는데 또 눈이 내리는것이였다.

림산작업소마을을 떠나오기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였다. 그때는 눈발이 성글은것이여서 바래주는 사람들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자동차가 출발한지 10분도 안되여 폭설이 쏟아졌다.

도소재지로 들어가는 기본도로에 나서자면 아직 100리는 더 가야 하는데 눈은 잠간사이에 거의 무릎을 칠 지경으로 내려쌓이였다. 거기에다 이미 사흘전에 내린 눈을 자동차들이 다져놓아 산골길은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운전실안에는 운전사외에 오련희와 최금동학생이 타고있었다.

《하지만》 운전사는 오련희옆에 붙어앉아 초조해하는 금동학생을 돌아다보며 한쪽눈을 우습강스럽게 찡긋해보였다.

《걱정하지 말아라. 금동인 일이 잘될게다. 이제 두고보렴, 이 아저씨의 말이 맞지 않나.》

폭설을 만나 대학입학시험에 늦을가봐 바재이는 금동학생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였다.

걱정이 가득해서 시창밖을 긴장하게 내다보고있던 오련희가 별로 태평스러워보이는 운전사에게 불만에 찬 눈길을 보냈다.

《조심하세요.》

오련희는 모든것을 랑만적으로만 생각하는 남편이 조금이라도 긴장성을 늦출가봐 그렇게 자주 주의를 주군 했다.

아닌게아니라 운전사가 순간이라도 딴생각을 하면서 길을 잘못 잡으면 차는 영낙없이 길옆의 도랑창이나 웅뎅이에 빠져들판이였다.

그런데 사실 운전사는 그렇게 태연스럽게 말하면서도 정신은 활줄처럼 긴장해서 차를 몰아가고있었다.

《너무 초조해서 그러지 마오, 련희.》

운전사는 안해를 안심시키려고 창황중에도 그를 돌아보며 히쭉 웃었다. 웃을 때마다 성글성글한 흰이가 활짝 드러나 보는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는 사나이였다. 그 웃음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의협심이 있으며 속이 활 트인 사람이였다.

련희는 그 성격에 반하여 그를 사랑하게 되였는지 모른다.

오련희가 초조감에 가슴을 조이며 시창너머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을 때였다.

비좁은 산협길로 조심스럽게 대형차를 운전해가던 운전사의 눈이 갑자기 덩그래지고 입에서 돌연 절망적인 소리가 튀여나왔다.

《아! 저게 뭐야? !》

오련희는 깜짝 놀라며 운전사의 눈길이 가닿은 멀리 맞은켠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련희는 거기서 무엇이 일어나고있는지 리해하지 못하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며 어리둥절했을뿐이였다.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문인가. 경사급한 두 산비탈사이로 눈내리는 재빛공간이 내다보이는 비좁은 협곡, 불과 200메터 남짓해보이는 거기서 오련희가 아직은 미처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있었다.

키높이 자란 소나무들이 하얀 눈을 떠이고있어 눈부시고 황홀한 세계를 펼친 거기 산경사면에서 이상한 눈갈기가 날리였다. 오련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것은 온 산촌이 소리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 조으는듯 한 잠풍한 날에 눈보라란 당치않은것이기때문이였다.

눈갈기는 급작스레 살아있는 생명체로 변한듯 했다. 신비롭고 장엄한 광경이였다.

그것은 흡사 공룡시대에나 살았음직한 거대한 흰 새가 흰눈을 날리며 날아내리는듯 한 광경이였다. 그것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오련희의 머리속에 아득한 선사시대의 환상을 불러일으킨 황홀한 새형상은 꿈처럼 사라졌다. 그러자 고적이 깃든 골안을 메우며 하얀 눈보라가 일어났다. 공간을 뽀얗게 메우며 타래쳐올랐던 눈보라가 서서히 잦아드는무렵에야 련희는 그것이 눈사태라는것을 알았다.

자동차가 지나가야 할 길우에는 눈산이 생겨났다. 《하늘로 오르는 문》은 눈때문에 막혀버렸다. 그런데 그것은 한 애어린 청년의 꿈이 닿아있는 희망의 하늘이였다.

운전사는 거대한 눈산 앞에 차를 세우고 운전실에서 뛰여내렸다. 하지만 무슨 수가 생기랴.

그곳은 가까이에 마을이 없는 외진 곳이였다. 에돌아가는 길도 없었다. 애어린 청년의 그 하늘로 오르자면 외통길을 통과해야 하는것이였다. 하늘은 꿈을 안은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려고 눈사태를 일으킨것이나 아닌가?

눈산앞에 억이 막혀 망연히 서있던 운전사가 운전실로 올라오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였다.

《야단났구만! 어떻게 한다?》

생활을 락관적으로 대하는데 습관된 그답지 않게 절망에 빠진것은 자동차가 더는 갈수 없게 되였다는 그자체때문이 아니였다. 자동차는 한 학생의 인생의 꿈과 리상을 싣고가던 길이 아닌가. 그 학생의 일이 잘되기를 바라며 온 작업소마을이 떨쳐나와 바래주었던것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골똘히 무슨 생각에 잠겨있던 오련희가 말했다.

운전사가 의아해서 태연한 웃음을 머금은 련희를 건너다보았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해? 자동차가 갈수 없는데 금동이의 대학입학시험은 어떻게 한다는거요? 되돌아가자는거요?》

《참, 당신두! 되돌아가긴 왜 되돌아가요? 금동이가 대학시험을 쳐야지요. 우린 걸어서 가겠어요.》

웃으며 하는 련희의 말에 운전사는 기가 막혀 한동안 멍해있다가 별안간 버럭 성을 냈다.

《정신나가지 않았소?!》

《그럼 어찌겠어요?》

《당신 곰아구리에 들어갔다나오더니 곰같은 녀자가 되였구만. 이보우. 거기가 몇리인지 알기나 하구 도깨비같은 소릴 하는거요? 시내에 들어가는 기본도로라면 지나가는 자동차라도 얻어탈수 있겠지만 여긴 무인지경이요. 기본도로까지 나가자 해도 아직 100리는 더 가야 할거요.》

오련희는 나직이 말했다.

《가야 해요.》

태연스러워보이는 그 말에 운전사는 의아해서 오련희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 녀자가 별다른 생각없이 마음편한 소리를 한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자 운전사는 《허!》 하고 기가 막혀 소리질렀다.

《못 가! 이런 길에 나섰다가 무슨 일을 당하자고 그래? 설사 기본도로까지 나간다고 해도 이런 날에 차가 다닐게 뭐요?》

《글쎄 가야 한다니까요.》

《글쎄 못 간다니까.》

두사람은 거의 한식경이나 가야 한다거니 못 간다거니 하면서 다투다싶이 했다.

결국은 남자쪽에서 손들고말았다.

《고집쟁이! 무슨 녀자가 그래?》

운전사가 금동학생을 돌아보며 걱정스러워 물었다.

금동은 히쭉 웃었다.

《일없어요, 아저씨. 걸어갈수 있어요.》

세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오련희가 그만 돌아가라고 했으나 남편은 바래주겠노라며 한참이나 따라나섰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1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