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2 장

5

 

오또리공사가 집무탁우에 펴놓은 조선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고있는데 스기무라서기관이 방으로 급히 들어섰다.

고개를 쳐든 오또리가 스기무라에게 따지듯 물었다.

《허가를 받았소?》

《…》

대답을 못하는 스기무라에게 오또리가 어성을 높였다.

《입이 얼어붙었소, 왜 말이 없소?》

그제야 스기무라는 난색을 지으며 허가는 고사하고 조선정부의 새로운 법령이 공포되였다고 울기가 올라 두덜거렸다.

《새로운 법령이라니?》

《조선국내의 토지, 산림, 광산은 조선국적이 아닌 외국인이 점유하거나 매매하는것을 일체 금지한다는 군국기무처의 법령입니다.》

《뭣이?!》 오또리는 울컥 화를 냈다. 《이건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덧붙인다는 옛말 한가지가 아닌가?》

이 사실을 통보받은 일본내각에서는 이또총리이하 내무대신 이노우에, 외무대신 무쯔사이에 론의가 분분하였다. 그들은 오또리공사가 군국기무처에 업혀돌아가면서 조선정부에 리용당하는게 분명하다느니, 박영효를 귀국시킨게 언제게 아직도 정부에 박아넣지 못하고있다고, 오또리공사가 무능하다고 욕하기도 하였으며 조선의 군국기무처가 일본이 요구한 내정개혁을 저들에게 유리하게 악용하고있다고 눈을 흘기기도 하였다.

지어 이또총리는 조선공사를 교체해야겠다고 하면서 조선을 지배하는것이 제국의 급선무이고 그것때문에 청국과 힘겨운 전쟁까지 하고있는데 오또리는 무슨 휴양지에나 가있는것처럼 처신하고있다고 주먹을 흔들기까지 하였다.

화제가 빗나가는것을 느낀 무쯔가 오또리공사는 그렇고 당장 조선직산금광개발은 어떻게 하겠는가고 하였다.

이또총리는 의연히 성난 기색으로 조선정부의 법령같은건 무시하고 금광개발에 곧 착수하라고 지시하면서 총 한자루 변변한것이 없는 조선의 눈치를 보긴 무슨 눈치를 보는가고 악에 받쳐 고아댔다.

금광개발을 강력하게 내밀라는 본국의 지령을 받은 오또리공사는 스기무라서기관과 함께 김홍집총리를 찾아왔다.

조선의 광주 최일이와 함께 무슨 이야기인가 벌리고있던 김홍집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방에 들어선 오또리에게 앞의 의자를 가리켰다.

좀 머밋거리던 오또리는 그가 가리키는 의자에 가앉았다. 그의 낯에는 자기를 하대하는 김홍집에 대한 불쾌감과 함께 자신이 이제 제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고심과 불안이 력력히 내비치였다.

김홍집이 무뚝뚝한 기색으로 오또리에게 얼굴을 쳐들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아시겠지만 우리 시부자와자작의 명의로 직산광산개발을 허락받으려고…》

오또리는 저도 모르는 사이 빌붙는 투로 말했다. 그는 김홍집이앞에서 매양 주눅이 들어버리군 하는 자신을 속으로 탓하였다.

김홍집은 그 무슨 하찮은 물건짝이기라도 하듯 손가락을 들어 스기무라를 가리키면서 눈에 날카로운 빛을 띄웠다.

《거기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법령이 제정되였기에 이미 저 사람에게 말해주었는데 무엇이 납득되지 않아 다시 왔소?》

《총리각하, 우리 정부에선 무조건 직산광산개발을 시작하라는 지시입니다.》

김홍집은 한동안 오또리의 낯짝을 빤히 쳐다보다가 힐난하듯 물었다.

《공사, 한가지 물읍시다. 그래, 직산광산이 조선의것이요, 일본의것이요?》

오또리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정부는 조선의 토지, 광산 등 부동산은 일체 외국인이 소유 또는 매매할수 없다는것을 법령으로 채택하였소.》

《우리 일본정부는 그 법령을 인정, 접수할수가 없습니다.》

오또리도 좀 뻣뻣하게 말했다.

《인정할수 없다? 공사 또 한가지 물읍시다. 〈강화도조약〉제1조에는 조선국은 일본국과 동등한 자주독립국가라고 했는데 이 조약도 인정 못하겠소?》

오또리는 낯색이 벌개서 아무 대꾸도 못했다. 그는 답답했던지 긴 목을 뽑으며 와이샤쯔의 깃을 늦추어놓았다.

《공사, 나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있소.》

《조약은 조약이지요.》

《그러니 조선이 자주독립국이란것은 인정한다는 소리인데 자주독립국가의 법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것은 무슨 소리요?》

오또리는 또 울뚝거렸다.

《우리 일본은 조선에서 치외법권을 행사하고있습니다.》

《여보 공사, 당신은 외교관인데 외교라군 조금도 모르는것 같소그려. 치외법권은 범죄자에 한한 문제요. 남의 나라 금광을 강탈하겠다는것도 치외법권에 속하는 문제요? 내 명백히 언급하지만 직산금광개발은 우리 정부가 이미전에 여기 계신 최일선생에게 임금의 이름으로 윤허하신것이요. 그런데 일본은 강도적으로 그것을 빼앗으려 하니 국제법적으로 보나 인륜적으로 보나 그게 어디 가당한 일이요. 그런데 한갖 외국사신에 불과한 당신이 이런 중대사에 얼굴을 내밀어서야 되겠소?》

오또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긴 목을 뽑아들고 고아댔다.

《나는 일본전권공사요. 말씀을 삼가하십시오.》

그러는 오또리를 쳐다보며 김홍집은 도리여 씨물씨물 웃었다.

《나는 일인지하만인지상(한사람아래, 만사람의 웃자리)인 내각총리요. 그러니 임금 다음자리에 있는 사람이란 말이요. 오또리, 당신은 일국의 공사, 사신에 불과한데 일본정부에서 당신은 몇번째 자리를 차지하오, 백번째요? 이백번째요?》

성은 났으나 말문이 막힌 오또리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씩씩거리기만 하였다. 자기 공사의 주책없는 태도가 민망했던지 스기무라도 벽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말았다.

《나는 당신네가 총칼로 우리 궁성을 점령하고 강제적으로 조작한 정부의 총리요. 그런 총리의 허락도 없이 직산광산을 빼앗는다면 나는 그런 허수아비, 꼭두각시정부의 총리는 고사하고 당신네 말로 꼬쯔까이(심부름군)노릇도 하지 않겠다는것을 당신네 정부에 보고하시오. 내가 할 말은 이게 다요.》

김홍집은 두번다시 오또리쪽은 보지도 않고 최일이와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꺽뚜룩한 키를 구부정하고 잠시 어정쩡하게 서있던 오또리는 급기야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를 뒤따라 스기무라도 자취를 감추었다.

조선정부, 구체적으로 총리 김홍집으로부터 최대의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한 오또리공사는 자신의 본때를 보이려는 심산에서 직산광산개발을 강력하게, 강경일변도적으로 내밀기로 작정했다.

공사관에 돌아온 오또리는 곧 스기무라, 오까모도, 다까하시 등을 자기 방에 불러들이였다.

《우리는 일단 광산개발의도를 조선정부에 알린 이상 이제부터는 본국의 훈령대로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해야겠소.》

다까하시가 안심치 않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조선정부의 최근 법령까지 있고 더우기 이미 조선광주들이 직산개발에 착수했다는데 일없을가요?》

오또리가 단호하게 언명했다.

《그따위 조선정부나 조선광주들은 총칼로 내리누르면 되오. 문제는 요지부동의 인물인 조선의 왕후 민비인데 우리도 요지부동으로 금광개발에 곧 착수해야 하겠소.》

그는 큰 키를 휘저으며 방안을 거닐면서 성칼진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그의 얼굴에는 흥분하고 격분한 기색이 력력했다.

《본국의 시부자와자작께서는 이미 거액의 개발비용을 보내왔고 개발에 참여할 랑인 30명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처할 순사들을 대기시켰으니 오까모도군은 다까하시군과 함께 현지에 가서 인부들을 모집하도록 하시오.》

《하.》

 

직산군 보덕리의 산기슭에 커다란 천막이 세워졌다. 천막에는 《시부자와구미》라는 글발이 새겨져있었다.

천막안에는 광산개발도면을 펼쳐놓은 책상과 몇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는데 그 주위에 오까모도와 다까하시, 미야께 그밖의 랑인들과 순사들이 둘러서있었다.

뒤짐을 진 오까모도가 자못 위엄스럽게 자기 부하들을 일별하고나서 틀스럽게 언명했다.

그는 오또리공사각하의 위임에 의해서 직접적으로는 이 광산의 개발주인 시부자와자작각하의 분부에 따라 금광개발을 하루라도 빨리 다그쳐야 한다고 말하고나서 총관리는 다까하시 다데오상이 맡고있는 조건에서 그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는것을 강조하였다.

둘러서있는자들의 시선이 다까하시에게 집중되였다. 다까하시는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눈인사를 하였다.

오까모도가 곁의 다까하시를 돌아보며 차후행동안에 대해 제시하라고 하자 다까하시는 한발 앞으로 나서며 대머리를 쓸고나서 입을 열었다.

다까하시는 이 광산에 대한 조선국의 승인이 없는 조건에서 개발을 하게 되는만큼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것이지만 그렇다해서 우려할것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왜냐면 우리 광산(그는 직산광산이 정식 일본광산으로 공인되기라도 한듯이 이렇게 말했다.)은 화족인 시부자와자작의 투자로 개발되기때문에 설사 불미스러운 사태가 야기된다 해도 본국의 강력한 대응책이 있기때문이라고 우쭐대면서 여기 조선금전군놈들을 다 쫓아버린 조건에서 조선광주 최일이가 투자한 일체 설비들을 전부 몰수해야겠다고 뇌까렸다.

서로들 무언의 의문을 표시하는 랑인들과 순사들을 둘러보며 다까하시가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모집되는 광부들에게는 조선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일치하게 말해야 할것은 물론 한달분의 간죠를 미리 지불한다는것을 미끼로 걸어야 하오.》

랑인, 순사들의 눈이 둥그래져서 또 서로 돌아보았다. 사무라이출신의 오까모도는 강도적이라면 장사군인 다까하시는 협잡군이였다.

미야께가 그렇다면 우리한테두 보수가 있어야 할게 아닌가고 불평어린 기색으로 두덜거렸다.

오까모도가 게정을 부리는 미야께를 바라보며 너그럽게 타일렀다.

《보수? 물론 보수가 지불된다. 하지만 본국이 재정곤난을 겪고있는데 제 주머니부터 생각해서야 되겠는가. 미야께, 큰것을 생각하라, 큰것을! 자네가 제국을 위해 공로를 세우면 장차 조선이 우리 일본의 식민지가 된 다음 군수 아니, 도지사가 될수 있다는것을 생각하란 말이다. 야심을 가지라, 야심을! 야심은 사나이의 가장 귀중한 재부라는것을 명심하라.》

눈첩첩이인 젊은 랑인 하나가 첩첩한 눈을 비비며 오까모도에게 물었다.

《오까모도상, 그런데 조선은 언제 우리 일본의 식민지가 됩니까?》

《멀지 않았다. 그것을 위해 지금 수천수만의 일본남아들이 피를 흘리며 청국과 전쟁을 하고있지 않는가. 남들은 제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치는데 총후(후방)에 있는 우리가 제 주머니를 불릴 생각만 한다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야마도남아답지 않은 수치다, 알겠는가!》

모두가 고개를 젖히고 힘차게 대답했다.

《하.》

오까모도가 근엄한 기색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돈 벌려고 뛰지 말고 명예를 위하여 뛰라!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우리 일본속담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오까모도의 심복들이 엄숙하게 답변했다.

《끝으로 말할것은 조선의 첫 금광석을 기선 〈천세환〉편으로 해서 천황페하께 올려야 한다는것이다. 이를 위해 각자 분골쇄신하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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