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제 3 장

민비의 고민

8

(2)

 

이때 병무와 태봉은 저 멀리 인삼밭이 바라보이는 길로 걸어오고있었다.

태봉이가 병무에게 고개를 돌렸다.

《병무, 너 앞으로 무얼 할 작정이냐?》

《나? 군영에 들어가련다.》

《군영에?》

병무가 얼굴에 엄숙한 빛을 띠우며 입을 열었다.

《지금 나라의 궁성파수를 일본군대가 서고있단 말이다. 군무가 허술하니 이게 어디 나라꼴이 되였니?》

태봉이도 정숙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놈들을 우리 땅에서 다 내쫓아야겠는데…》

이때 어디선가 다급한 녀인의 웨침소리가 울렸다.

《사람 살려요!》

얼른 걸음을 멈춘 병무와 태봉은 소리나는쪽으로 몸을 돌렸다. 웬 처녀가 호랑이한테 쫓기는 모양새로 저고리고름을 등뒤에 날리며 그들에게 헐레벌떡 뛰여오고있었다.

의아하게 지켜보는 태봉이와 병무앞에 다달은 처녀 삼재아기가 황급히 말했다.

《좀, 좀 도와줘요. 저기 인삼밭에 도적놈들이! …》

《뭐요?》

태봉이와 얼굴을 마주보더니 병무가 결연히 말했다.

《가자!》

앞서달리는 삼재아기를 뒤따라 태봉이와 병무도 뛰여갔다.

도적놈들이 정신없이 삼을 캐며 마대에 쑤셔넣는 인삼밭에 다달은 병무와 태봉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이놈들아! ―》

흠칫 놀란 미야께와 다까하시 그리고 왜놈부랑배놈들이 대뜸 굳어졌다. 하지만 이어 놈들은 싸울 태세를 취했다.

병무와 태봉은 놈들속으로 뛰여들며 주먹과 발길로 그들을 쳐갈겼다.

한대 얻어맞은 미야께가 악에 받쳐 뇌까렸다.

《칙쇼!》

놀란 태봉이와 병무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섰다.

《엉, 왜놈들이?!》

《조선놈 죽어봐라.》

눈에 살기를 띠운 미야께가 병무에게 달려들며 가라데를 했다. 날래게 몸을 피한 병무는 놈을 알아보고 격분했다. 격술시합때 자기 눈에 약을 뿌려던지던것이며 태순이를 뒤쫓아 달려오던 미야께의 짐승같은 몰골이 병무의 머리속에 순간에 되살아났다.

(오늘 네놈을 바로 만났구나.)

속으로 이렇게 윽벼른 병무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태봉이에게 소리쳤다.

《태봉이, 이놈이 바로 태순이에게 달려든 왜놈개종자일세.》

《…》

태봉이도 말없이 놈을 노려보기만 하였다.

두 조선청년이 미야께와 맞서 기회를 노리고있는 사이 다까하시와 다른 왜놈부랑배들은 인삼마대를 메고 달아났다.

이때 쓰러져있는 바우를 발견한 삼재아기가 와뜰 놀라며 그의 곁에 얼른 주저앉았다. 바우의 가슴에서 흐른 피가 밭고랑에 질벅히 고여있었다.

《아니 바우오빠, 이게 웬일이예요? ! 바우오빠!》

바우의 시신을 흔들며 비통하게 울부짖던 삼재아기가 문득 고개를 쳐들더니 병무네쪽에 대고 소리쳤다.

《여보세요! 여기 좀 오세요!》

미야께와 싸우던 병무와 태봉은 삼재아기의 처절한 웨침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찰나 미야께는 몸을 홱 돌려 도망쳤다.

그를 따르려는 병무의 팔을 태봉이가 꾹 잡았다.

《도망치는 적을 뒤쫓지 말라는것이 전봉준대장의 군률이다.》

그들은 달아나는 미야께를 내쳐두고 삼재아기한테로 뛰여갔다. 그들도 쓰러진 바우며 그곁에 질벅한 피를 보고 놀라마지 않았다.

《저놈들이, 저 도적놈들이 우리 바우오빠를 죽였어요!》

절규하며 몸부림치는 삼재아기를 보는 태봉이와 병무의 가슴속에서도 불덩어리같은것이 치솟았다.

《저 벼락맞을 왜놈의 종자들을!》

욱해서 몸을 돌린 병무와 태봉은 저 멀리로 줄행랑을 놓는 미야께를 뒤쫓아달렸다.

강기슭의 거루배우에 앉아있던 왜놈부랑배들이 허겁지겁 뛰여오는 미야께를 보고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미야께군!》

《하야꾸! 하야꾸!》(《빨리 빨리》)

그러나 미야께를 뒤따르는 두 조선청년을 본 왜놈들은 겁에 질려 어쩔바를 몰라했다.

드디여 물녘에 이른 미야께가 첨벙첨벙 물을 헤가르며 거루배에 기여올랐다.

《빨리 노를 저으라!》

다까하시의 호령에 따라 한놈이 제꺽 노를 잡더니 팔에 힘을 주어 노를 젓기 시작했다.

강기슭에 이른 병무와 태봉은 잠시 가쁜숨을 몰아쉬였다. 분노를 참을수 없어 강물에 뛰여든 병무는 첨벙거리며 배를 잡으려고 앞으로 몇걸음 나갔으나 어쩔수 없음을 깨닫고는 원통하여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에익! 저놈들을! …》

배우의 일본부랑배놈들은 그제야 안심하고 낯에 안도의 기색을 지었다. 놈들은 강기슭에 속수무책으로 우두커니 서서 자기들을 노려보는 병무와 태봉이를 야유하고 조롱했다.

《오이, 조선놈, 따라오라, 따라와! 하하.》

한 부랑배놈은 병무네들에게 엉덩짝을 돌려대고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조선놈, 이거나 먹어라!》

《하하…》

놈들을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분함으로 병무가 몸을 떠는데 태봉이는 눈을 쪼프리고 놈들을 노려보더니 저고리앞자락을 헤치고 허리춤에서 뼘창을 서서히 뽑아들었다. 그는 량손에 뼘창을 갈마쥐였다.

휙! 그의 손에서 뼘창 하나가 날아갔다. 뼘창은 엉덩짝을 두드리며 시시덕거리던 부랑배놈의 덜퍽진 엉뎅이에 면바로 박혔다.

《악!》

엉뎅이에 뼘창이 박힌 놈이 비명을 지르더니 뒤로 벌렁 나동그라졌다. 첨벙! 놈이 떨어져들어간 강물우에 잔 파문이 일어났다.

《엉?!》

배우의 왜놈들이 놀라 눈들이 둥그래졌다. 놈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겁에 질린 눈길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휙! 또다시 날아간 뼘창이 이번엔 노를 젓던 왜놈의 목에 가 박혀 놈은 노대를 놓아버리였다.

《사이또!》

미야께가 웃몸을 솟구며 다급히 웨쳤다. 그 순간 또다시 날아온 뼘창이 미야께의 가슴팍을 꿰질렀다.

《야라레따!》

미야께는 가슴을 부여안고 모지름을 썼다.

다까하시와 다른 두명의 왜놈은 거루배바닥에 엎드려 숨도 크게 쉬지 못하였다.

거루배는 방향없이 둥둥 떠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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