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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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근거지에서 토지개혁이 진행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이전에 근거지에서 나갔던 농민들과 땅이 없어 고생하던 타지방인민들이 적통치구역으로부터 유격구로 찾아들어오고있었다. 그들을 분배대상에서 제외하는가? 아니다! 살길을 찾아온 사람들이니 그들에게도 땅을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돌격대와 청년산업돌격대가 경작하기로 한 중간지대의 토지뿐아니라 근거지안의 농경지도 재분배하게 되니 그때까지 준비해온 토지분여안을 다시 뜯어고쳐야 하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높고낮은 산고개들을 넘고 여러갈래의 골짜기들을 드나들고 버덩을 에돌며 수많은 밭들을 돌아보시였으나 피곤하신 기색은 조금도 없으시였다. 오히려 걸으면 걸으실수록 점점 더 정력이 넘치시여 손수 새끼줄을 늘여 밭의 평수를 재보고 밭흙을 두줌 가득 쥐여올려 냄새도 맡아보고 부스러뜨려보면서 토질을 가늠해보시는것이였다.

봄바람에 탄 그이의 존안에는 노상 밝은 미소가 어려있었다.

지쳐버린 리재명이와 안경쟁이가 밭머리에 앉아 다리쉼을 할 때에도 그이께서는 밭가운데로 걸어들어가 허리에 두손을 올리시고 넘실넘실 파도쳐나간 거뭇한 밭들을 실눈으로 바라보시다가는 조용히 휘파람을 부시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 십리평의 밭들을 다 돌아보시고 동림촌으로 돌아와 어느 산비탈밭에 올라가셨을 때였다.

봄하늘의 연무속에 감빛으로 보이는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져있었다. 비탈밭우에 우거진 소나무숲속에서 참새들이 무슨 경사라도 난듯 야단스럽게 우짖었다. 그 자그마한 날짐승들도 인간세상의 변화를 예감하고 기쁨에 들떠있는것 같았다.

안경쟁이와 김진세가 새끼줄을 늘여 평수를 재여보고 리재명은 장군님을 따라 밭을 돌아보았다. 일군지 오랜 밭인데도 씁쓸하고 향긋한 락엽 썩은 냄새가 풍겨올랐다. 밭흙은 시꺼멓고 부들부들하였으나 어떤데는 땅속이 채 풀리지 않아 꾸둑꾸둑하였다.

밭을 다 돌아보신 장군님께서는 밭머리에 서시여 골짜기건너편에 있는 같은 모양의 비탈밭을 바라보시였다.

그 밭은 흙이 더 시커멓게 보였다. 그리고 밭가운데에 배겨있는 너럭바위가장자리에서 땅김이 보일듯말듯 피여오르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해를 쳐다보시다가 리재명에게 얼굴을 돌리시였다.

《저 밭은 몇등전입니까?》

《2등전입니다.》

리재명은 그이께서 무엇에 관심을 두시는지 알수 없어 의아한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이 밭은?…》

《역시 2등전입니다. 비탈밭들은 대체로 3등전으로 매겼는데 이렇게 비옥도가 높은 경우에는 2등전으로 정했습니다.》

《이 밭과 저 밭이 같은 2등전이란 말입니까?》

《비슷하게 생긴 비탈밭이고 비옥도도 비슷하기때문에 그렇게 판정이 됐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보십시오. 이 밭은 아직 흙속이 채 녹지 않아 꾸둑꾸둑하지만 저 밭에서는 김이 피여오르지 않습니까?》

《예?》

《저-기 저 바위옆에서 땅김이 피여오르는게 뵈지 않습니까? 이쪽은 음달인데 저쪽은 양지기때문에 해가 더 잘 들어 그렇습니다.》

옆에서 새끼줄을 사리던 김진세가 장군님께서 가리키시는 양지쪽밭을 바라보다가 빛나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장군님께서도 그를 돌아보시였다.

《김위원아바이, 양지밭과 음달밭에 곡식을 심으면 어느쪽에서 소출이 더 많이 납니까?》

김진세는 머리를 수굿하고 왼팔에 새끼줄을 슬슬 사리며 한생의 농사일을 더듬어보는듯 하였다.

《몇해전에 제가 저- 큰배나무골에 들어가서 양지쪽과 음달쪽에 화전을 일구고 콩을 심어봤는데 양지쪽에서는 싹도 먼저 돋아나고 꽃도 먼저 피고 소출도 썩 많이 났습니다. 토질은 음달쪽이 더 걸었는데 소출이 너무 적어 그다음부터는 아예 양지쪽에만 화전을 일구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신 장군님께서는 밝게 웃으시였다.

《그것 보시오! 그러니 저 밭과 이 밭을 같은 등급에 놓을수 있겠습니까? 허허허… 비탈밭의 등급을 매기는데서는 비옥도나 위치뿐아니라 해빛이 드는 정도를 깊이 고려하는게 중요할것 같습니다.》

토지부의 안경쟁이서기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 이거!》

김진세가 그이를 우러르며 목멘소리로 말씀드렸다.

《2등전이면 어떻구 3등전이면 어떻구 제땅이 없어 피눈물나는 고생을 다해온 저희들이 그걸 타발하겠습니까!》

장군님의 안색이 심각해지시였다.

《농민들 심정은 그렇겠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되는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농민들에게 좋은 땅이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됩니다. 우리가 좀 밤잠을 못 자고 좀더 수고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게 어떤 일입니까. 우리 나라 반만년력사에서 처음으로 밭갈이하는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주는 일인데… 농민들을 땅의 주인, 혁명의 담당자로 일으켜세우는 큰일인데 어찌 소홀히 할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조국원정중에 저 두만강에 있는 류다섬에 들린 일이 있는데… 우리 동무들이 동섬이 라는 손바닥만 한 모래섬에 찾아들어와 낟알을 심을데가 없나 해서 눈속을 헤집어보는 농민을 봤답니다. 땅이 없어 헤매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하는 토지개혁이 근거지인민들뿐아니라 우리 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줄 혁명적영향에 대하여 생각해보십시오. 때문에 빈틈없이… 티끌만 한 흠도 없이 해야 합니다.》

바람이 불어왔다. 구수한 흙냄새가 바람에 실려 비탈밭을 휩쓸었다. 훈훈한 그 바람은 저 푸른 봄하늘에 땅김을 뿌옇게 피워올리는듯 하였다.

눈석이가 시작되면서부터 불어난 소왕청하의 물은 해빛에 번쩍거리며 세차게 굽이쳐 흘러내려오다가는 징검다리우를 훌쩍훌쩍 뛰여넘는가 하면 바위들의 짬으로 쏴- 쏟아져내리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가을에 불을 놓아 검은 얼룩이 진 내가의 나지막한 둔덕에는 민들레, 씀바귀, 냉이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비탈밭에서 내려오신 장군님께서는 소왕청하의 물에 흙투성이된 신발이며 행전을 헤워내여 꽉 짜서 널어놓으시고 화끈 단 발을 물속에 잠그시였다.

《어- 시원하다!》

리재명은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서며 열정에 넘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비탈밭에 대한 판정을 몽땅 다시… 다시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웃음을 짓고 그를 돌아보시다가 새무리들을 쳐다보시였다.

《아, 봄! 이 봄이야 우리가 근거지에서 처음 맞는 봄이 아닙니까. 힘껏 일해봅시다!》

그 기쁨에 넘친 웃음소리에 화답하는듯 거품이 둥둥 떠가는 소왕청하의 물결도 주절주절 소리를 높이며 세차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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