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4 장

신임공사 이노우에 가오루

2

 

이노우에, 스기무라, 오까모도가 공사관구내에 사꾸라나무를 심고나서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스기무라가 아첨기어린 웃음을 띠우고 이노우에에게 말하였다.

《각하, 어쩌면 이런 경황에서 사꾸라묘목을 가져오실 생각을 다하셨습니까?》

이노우에는 좀 뻐기는듯 한 기색으로 웃몸을 젖히였다.

《서기관, 이제 이 사꾸라나무에 꽃이 필 때면 천황페하의 대망이 성취될거요. 그렇지 않소, 오까모도군?》

《정말 감탄할 일입니다, 각하!》

이노우에가 문득 스기무라와 오까모도를 갈마보며 물었다.

《참, 내가 가지고온 사꾸라묘목을 민비와 대원군에게 각각 전했겠지?》

오까모도와 스기무라는 둘다 대답을 망설였다.

동안이 뜬 침묵이 흐른 뒤에 오까모도가 결기있게 대꾸했다.

《완명고루한 배외주의자인 대원군은 아마 사꾸라묘목을 꺾어 아궁이에 쓸어넣었을겁니다. 각하, 첫 사업으로 대원군을 제거해야 할것 같습니다.》

스기무라도 같은 대답을 하였다.

《아마 민비도 그 사꾸라묘목을…》 스기무라는 말하다 말고 머리를 흔들었다. 《민비도 정계에서 결정적으로 은퇴시켜야 합니다.》

얼굴의 상처자리를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노우에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군들은 대원군도 민비도 다 제거하자는거겠소? 아니, 당분간은 이들을 존속시켜야 하오. 그들 수룡과 암룡이 권력이라는 금구슬을 사이에 두고 조선정계에서 계속 풍진을 일으키게 해야 한단 말이요.》

오까모도와 스기무라는 이노우에의 깊은 궁냥에 경건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노우에가 먼저 현관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스기무라와 오까모도가 그의 량옆에서 따라걸었다.

이노우에가 걸으며 스기무라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우리 공사관에서 제일 큰 방이 어느 방인가고 물었다. 1층에 있는 공사각하의 집무실이라는 스기무라의 대답을 들은 이노우에는 자기 방을 2층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스기무라가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주어섬겼다.

《저, 2층에는 변변한 방이 없습니다.》

《상관없소.》

《그럼 1층의 집무실은?》

스기무라의 어정쩡한 물음에 이노우에는 호기있게 대꾸했다.

《검도실로 꾸립시다.》

《검도실?! …》

이노우에는 의혹을 감추지 못하는 스기무라의 잔등을 다정하게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니뽄도는 사꾸라와 함께 야마도정신의 상징이요. 꽃과 칼, 우리는 이 두가지를 항상 량손에 들고있어야 하오.》

오까모도가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의 뜻을 알겠습니다.》

스기무라와 오까모도는 그날로 공사관 직원들을 동원하여 2층에 공사의 집무실을 새로 꾸렸다. 꾸려놓고보니 방은 비록 작으나 여간 안침지고 아담하지 않았다. 웃저고리를 벗은 오까모도가 의자우에 올라서서 집무탁 뒤벽에 현액판을 걸었다.

《이만치 높이면 되겠습니까?》

오까모도의 물음에 이노우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 그대로 걸게.》

이노우에는 자기가 한자로 쓴 《만사유종지미(모든 일은 끝장을 보아야 아름답다.)》란 현액판을 쪼프릴사한 눈으로 한동안 쳐다보았다. 그 눈에 심상치 않은 빛이 흐르고있었다.

그의 량옆에 서서 현액판을 보는 스기무라와 오까모도의 얼굴에는 감탄하는 기색이 짙게 어려있었다.

《공사각하는 참으로 명필이십니다.》

이렇게 칭찬한것은 오까모도였고 스기무라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의 최대명필이라고 하는 고보에 못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칭찬이 별로 흥미가 없는듯 이노우에는 신중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문제는 필체에 있는것이 아니라 내용에 있네. 만사는 끝장을 보아야 아름답다, 얼마나 좋은 격언인가. 조선문제도 끝장을 볼 때가 되였네. 총리대리까지 한 내무대신인 내가 왜서 한갖 조선의 공사로 왔겠나. 그건 정한 즉 조선정복의 끝장을 보기 위해서네. 알겠나, 군들!》

《하!》

오까모도와 스기무라는 경건하게 이노우에를 바라보았다.

이노우에가 그들의 앞을 천천히 거닐며 무게있게 말했다.

《래일 조선국왕접견시에는 반드시 민비를 동석시켜야 하네. 조선의 실제적통치자인 그를 배제한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아. 스기무라군!》

《하.》

《자넨 이제 곧 미국공사관에 가서 알렌을 통해 내 뜻을 조선왕비에게 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목례를 한 스기무라와 오까모도는 공사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이노우에에게 감동된 그들은 복도로 걸어가며 감탄하는 소리를 했다.

《역시 이노우에각하는 큰사람은 큰사람이야!》

《제국정부의 2인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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