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4 장

신임공사 이노우에 가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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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비는 락엽이 깔린 록원의 나무숲사이를 한걸음, 두걸음 무겁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아정과 조상궁이 경건히 따르고있었다.

아정이 민비에게 눈길을 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중전마마,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시나이까?》

걸음을 멈춘 민비가 홀연 되물었다.

《너, 운현궁의 소식을 들었느냐?》

《네, 어제 관보를 보았소옵니다.》

《운현궁의 죽지를 꺾은 그 화살이 이 건청궁으로 날아들지 않는다고 어찌 담보하겠느냐?》

민비는 불안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였다. 선자리걸음을 하는 그의 꽃신밑에 락엽이 깊숙이 깔려들었다.

아정이가 다시금 말을 꺼냈다.

《마마, 소녀는 그 이노우에공사의 면상에 난 칼자리만 보아도 소름이 끼치옵니다.》

민비가 비웃음을 띠우고 뇌였다.

《그래두 그 사람은 그걸 되려 자랑으로 여긴다더라.》

《칼부림을 업으로 삼는 사무라이출신이니 그럴만도 하겠지요.》

《아무튼 만만치 않은 왜인이니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민비가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시종을 거느린 고종이 향원못가로 걸어 오고있었다. 아마 자기처럼 가슴이 답답하여 소풍을 나온 모양이라고 여긴 민비는 고종에게 못가의 돌의자를 권하였다. 나란히 앉은 그들의 모습이 못에 비끼였다. 시종들과 시녀들이 물러가고 그들 둘만이 남은 못가는 고즈넉하였다.

고종이 걱정어린 소리로 말했다.

《곤전, 안에 있지 않고 왜 찬바람을 맞소?》

민비는 나직한 소리로 대척했다.

《못가에 나오면 심중이 안정되옵니다, 상감마마.》

고종은 민비를 힐끗 쳐다보고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과인이 모르는 일을 하고도 안정이 되오?》

《무슨 말씀이온지?》

《탁지, 법무, 공무, 농상아문의 네 협판을 왜 과인도 모르게 임명했소?》

이렇게 힐난하는 고종의 얼굴에는 분명 노여워하는 기색이 력력했다.

민비는 잠시 입을 벌리지 못했다. 며칠전에 민응식이를 비롯해서 귀양살이를 갔거나 정계에서 쫓겨난 민씨척족사람들이 대원군이 집정의 자리에서 밀려난것을 기화로 다시 서울에 돌아와 민비를 찾아왔다. 그들은 민비에게 이제는 대원군의 집정도 끝장나고 또 일본공사의 《20개조개혁안》에도 국왕의 친재권이 천명되여있으니 자기들, 민씨들을 다시 회복시켜야 하지 않겠는가고 간절히 아뢰는것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의 수족이요 지반이던 민씨일가사람들이 자기곁에서 다 떨어져나가 늘 고독하고 불안한 심경에 잠겨있던 민비는 오늘 아침 도승지를 통해 네명의 협판을 새로 임명할데 대한 어지를 하달하였는데 그것이 어떻게 되여 정사에 등한한 편인 임금의 귀에까지 벌써 들어갔는지 모를 일이였다.

민비는 변명하고 사정하는 투로 말을 꺼냈다.

《상감마마와 의논하려 했는데 어떻게 벌써?…》

《중신들은 거의다 알고있소.》

《그렇소이까?》

민비의 자세와 말투는 침착하고 태연했다. 그의 눈초리가 예리해졌다.

《전하! 신첩은 전하를 도와 이 나라의 국권을 바로 잡자고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인망도 있고 믿음이 가는 4명의 협판을 전하의 어명으로 임명하려 하였나이다.》

우유부단한 고종은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오나 또 이노우에공사가…》

《전하, 이번 내정개혁안에 국왕의 친재권이 밝혀진 이상 어명으로 어찌 협판이야 임명하지 못하겠소옵니까? 이노우에공사로 말하면 그가 제출한 내정개혁안에서 국왕의 친재권을 회복시킨다고 했는데 만약 이번 네 협판건을 트집잡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것을 스스로 드러내놓는것으로 될것이옵니다.》

《좌우지간 두고봅시다.》

이렇게 대척하는 고종의 얼굴에서 불안한 기색이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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