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5 장

토왜구국의 기치를 들고

4 

 

벼를 베여넘긴 황량한 들판길로 유개마차 한대가 달리고있었다.

그것을 앞뒤에서 한개 소대가량의 일본군기마대가 호위하며 달렸다.

마차안에서 구스세중좌가 이노우에 공사에게 보고하였다.

《각하, 어제밤 전보에 또 우리 일본군의 패전소식이 왔습니다.》

《무기도 변변찮은 거적때기같은 군대에게 왜 정예를 자랑하는 우리 일본군이 패전하는가?》

성난 이노우에의 기상에 굽이 질린 구스세가 송구스럽게 변명했다.

《중과부적이라 워낙 조선농민군의 수가 엄청나서…》

《얼마나 되는가?》

《전봉준이 지휘하는 전라도의 동학군이 16만 7000명, 손병희가 지휘하는 충청도의 농민군이 6만, 도합 22만 7000명입니다.》

이노우에가 입가에 삐주름히 비웃음을 피웠다.

《과장된 수자겠지?》

《아마 과장된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병력수보다 그들의 전투사기가 더 문제입니다. 그들은 목숨을 돌보지 않고 아군에게 달려들고있습니다.》

구스세의 말은 사실이였다.

《토벌》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한 일본침략자들은 론산에 집결한 농민군이 전투행동을 시작하기전에 농민군의 주력을 괴멸시킬것을 획책하면서 경상도방향의 동부, 충청도방향의 중부, 전라도방향으로 나가는 서쪽의 세개 방향으로 농민군에 대한 포위환을 조성하고 농민군을 전라도 남단에서 섬멸할 흉계를 꾸미였다.

하지만 간악한 왜적들의 이러한 흉책은 농민군의 용감한 기세에 의하여 첫걸음부터 분쇄되였다.

청주계선으로 나가던 일본침략군부대는 그 일부가 연기 봉암동까지 나갔으나 농민군의 반격을 받고 쫓겨났으며 10월 17일 평택 아산방향으로 나가 해미방향으로 기여내려오던 일본침략군부대도 타격을 받았다. 놈들은 10월 24일 해미에서 농민군으로부터 호된 타격을 받고 진격이 좌절되였다. 충주에로 퇴각하였던 일본침략군은 농민군의 진격을 막아보려고 10월 26일에 례산과 신례원계선에서 반격을 시도하였으나 또다시 농민군의 섬멸적타격을 받고 패주하였다. 다른 한편 동부로 나가던 일본침략군도 강원도지방의 농민군이 배후로부터 위협하기때문에 중도에서 방향을 돌려 강원도지방으로 침입해들어왔다.

이리하여 서부, 중부, 동부의 세방면으로부터 일시에 남하하여 충청, 전라, 경상도지방에 집결하고있던 농민군주력을 해치려던 일본침략군의

계획은 첫걸음부터 파탄되였다.

이것은 삼남지방의 농민군주력부대의 결전준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론산에서 부대편성을 비롯한 공격준비를 끝낸 전봉준은 주력부대의 서울진격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면밀한 작전계획에 따라 부대를 합리적으로 배치하였다.

전봉준은 서울로 쳐올라가기 위하여 먼저 일본침략군과 관군의 《토벌》거점인 공주를 점령하기로 결심하였다. 공주는 농민군들로 포위되였다.

이때의 광경을 당시의 관보는 이밤에 농민군진지의 불빛이 서로 비치니 인산인해를 어찌 큰 강의 모래알에 비길소냐고 쓰고있는데 이로써 농민군의 형세가 얼마나 놀라왔는가를 알수 있다.

이리하여 조선농민군과 일본침략군사이, 인간과 야수간의 피의 대결이 공주에서 바야흐로 다가오고있었다.

이노우에공사일행은 날이 어두워서야 공주성에 도착하였다. 이노우에는 잠시의 휴식도 없이 만또자락을 펄럭이며 남문루각우에 올라섰다.

구스세중좌, 보병 제19대대장 미나미소좌, 제18대대장 마쯔다소좌 그리고 충청도 관찰사가 그와 동행했다.

성문루각우에 올라선 이노우에는 갑자기 경직이라도 온듯 몸이 굳어지고 눈이 둥그래졌다. 어둠속의 사방 수십리 아니, 수백리에 걸쳐 화로불천지였다.

《저게 무엇인가?》

이노우에의 당황한 물음에 미나미소좌가 제꺽 답변했다.

《폭도들이 지핀 불빛입니다.》

이노우에는 부지불식간에 온몸을 휩싸는 전률과 같은 공포감으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농민군들이 부르는 장엄한 노래소리가 천지간을 채우며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어화 내 나라의 농부들아

권세있는 량반놈들 안락을 찾고

바다건너 왜놈무리 휩쓸어든다

배달겨레 그 운명 누가 지키랴

축멸왜적 토왜구국 우리가 할 일이니

우리가 안하면 그 누가 하여주랴

 

어화 내 나라의 농부들아

나라찾는 의로운 일 대신 못한다

너도 나도 싸움에 떨쳐일어나

왜놈없는 좋은 세상 살아보세나

축멸왜적 토왜구국 우리가 할 일이니

우리가 안하면 그 누가 하여주랴

 

이노우에는 농민군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우뢰처럼, 뢰성벽력같이 들렸다. 이것이야말로 사면초가가 아닌가. 그는 공주성이 농민군의 완전포위속에 들었으며 고립무원한 상태에 처했다는것을 절감했다. 공주성이 농민군의 손에 떨어지면 서울도 순식간에 그들이 장악하게 되리라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공주계선에서 저지시켜야 했다.

《비도들의 공격을 이 공주계선에서 결정적으로 좌절시키라!》

미나미와 마쯔다는 차렷자세를 취했다.

《하!》

《그리고 반공격으로 넘어가 한달기간내에 비도들을 철저히 소멸하라!》

《하!》

《당신들이 나의 명령을 수행하면 영광이 차례질것이지만 수행하지 못하면 천황페하앞에 할복자결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것을 명심하라!》

《하!》

더욱 긴장된 자세로 더욱 어성을 높여 대답하는 미나미와 마쯔다의 태도에서는 살기가 풍겼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