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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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림성실은 내리막길을 따라 종종걸음을 쳤다. 풀숲이 스칠 때마다 이슬에 다리정갱이가 척척히 젖어들었다.

그가 골짜기어귀에 거의 다 내려갔을 때 아래쪽에서 여러 사람들의 그림자가 웅성거리며 올라왔다. 모두 흥분된 걸음걸이들이다.

앞에서는 김일성동지께서 걸어오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요영구쪽에 가서 유격대와 구정부사업을 지도하시고 돌아오는 길이였다.

(어쩔가… 벌써 오시네.)

림성실은 길에서 물러서 풀덤불속에 들어섰다.

《성실동무가 아니요?》

앞을 지나가시던 장군님께서 인차 그를 알아보고 걸음을 멈추시였다.

《이슬에 옷이 다 젖겠소. 어서 나오시오.》

그러시고는 지휘관들을 돌아보며 쾌활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우리 부녀회장동무한테 봉건이 제일 많이 들어차있지 않소? 이걸 보오, 삼십리밖에 물러섰소!》

장군님께서는 껄껄 웃으시였다. 지휘관들도 큰소리로 따라웃었다. 무엇인가 그들은 여기로 오기전에 론의된 문제때문에 그렇게 흥분되고 신명이 난것 같았다.

림성실은 길로 나섰다.

《어디로 갔다오오?》

장군님께서는 조용히 물으시였다.

《병원에 갔댔습니다.》

림성실은 대답했다.

《아, 병원에!… 우리 동무들은 모두 어떻소? 창억동무랑…》

림성실은 여기에서 그만 창억의 사연을 쏟아놓고말았다. 권일균이와의 충돌에 대하여서는 말씀올리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지휘관들에게 먼저 방에 들어가라고 이르시고는 그에게 주의를 돌리시였다.

《그래서 밥도 제대로 안 먹는단 말이요?》

《무엇이라고… 무슨 말로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는지 정말…》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땅을 내려다보시였다.

《바쁘다나니 나도 요새 못 가봤지… 장룡산동무한테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러한 때에 그런 일에 마음을 쓴다고 나무람할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생활이란 그런게 아닌것 같소. 특히 그런 문제에서는…》

장군님께서 찾아가주시면…》

《내가?… 그건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로 헐하게 풀리는 문제가 아닌것 같소. 좀 속을 썩이게 둬두오!》

《?…》

《제 안해 귀중한줄 모르는 사람이 근로민중을 참되게 아끼고 사랑할수 있겠소? 지내보면 인격이 변변치 못한 사람이 진정한 혁명가로 된 경우는 드물었소.》

《저도 괴로와하는걸 보고서도 그냥 나왔어요.》

《괴로와하오?》

《예.…》

《음… 진정으로 괴로와하면 바로잡혀지오.》

《…》

《밥이야 좀 먹지 말라지!》

《그래도…》

《괜찮소. 둬두오.》

림성실은 장군님께서 지나가신 다음에도 그 자리에 한동안 못 박힌듯 서있었다. 소곳이 숙인 그의 얼굴은 달빛에 환해졌다.

그는 장군님께서 창억이를 두고 하신 말씀을 되새겨보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참된 인간성에 기초를 둔 사상과 의지만이 어떤 풍랑속에서도 변절과 동요를 모르고 만난을 이겨나갈수 있다고 일깨워주신듯싶었다. 평범한 대원인 창억이를 그런 요구성으로 키우시려는 심정, 온성에 나가시여서는 보금이까지 보살펴주신 그 은정이 가슴에 뜨겁게 젖어들었다.

림성실이 다 만든 여름이불과 요를 하불에 싸서 이고 사령부로 달려올라가니 지휘관들은 모두 돌아가고 방안에는 그이께서 전령병과 함께 계시였다. 방에 들어선 그는 스스로도 기쁘고 흥분되여 이불짐을 내려놓고 서둘러 하불을 풀었다.

빛갈이 연한 명주이불과 요를 펴놓으니 방안이 대뜸 환해졌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어리둥절해져 그를 쳐다보시였다.

《이게 무슨 이불이요? 내가 덮으라는게요? 이런 솜과 천은 모두 어디서 났소?》

《토지를 분여받은 농민들이 한푼두푼 모아 도시의 상점에 줄을 놓아 사들여왔습니다. 토지를 분여받은 인민들의 감사의 정이 깃든건데 꼭 덮어야 하겠습니다.》

《내가 이런 이불을 덮어도 되겠소? 이거야 새신랑이나 덮을게지… 하하하… 토지는 응당 농민들이 가져야 하는게고… 좌우간 참 고마운 일이요.》

장군님께서는 못내 기뻐하시며 환하게 웃으시였다.

림성실이도 행복에 겨워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여 이불모서리로 돌아가며 부풀어오른데를 손으로 꼭꼭 눌러도 주고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솜보풀을 뜯어내기도 하였다. 저고리앞섶에 꽂혀있는 바늘에서 길게 흘러내린 흰실이 그를 따라 끌려다녔다.

장군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이불거죽을 쓸어만져보시고 폭신한 안에 손을 넣어 여기저기를 쥐여도 보시였다.

《아, 참 좋구만. 이런 이불속에 누우면 십년은 내처 잘것 같소.… 참 이불이란걸 덮어본지도 오래오.…》

그이께서는 추억을 더듬으시는듯 실눈을 지으시였다.

《아주 어렸을 때 칠골외가집에 갔다가 이 비슷한 이불을 덮어본것 같소. 그다음에는 이불이 다 뭐요.… 길림감옥에서 나온 다음 할빈에 갔다가 백계로인의 호텔에서 묵은 일이 있는데 그때에… 그다음엔 없어… 없지, 아주 없소. 그야말로 풍찬로숙이였으니까. 허허허 …》

다시 이불깃을 쓰다듬으시던 그이의 손이 무엇에 걸리기라도 한듯 문득 멎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림성실을 돌아보시였다.

《창억동무가… 그 드센 친구가 그렇게 고민하는가?》

《예.… 보금이가 부상당한 자기를 보고도 따라오지 않고 돌아선것때문에 그러는것 같습니다. 》

《무시당하고 버림을 받은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한겐가? 부녀회장동무 생각엔 왜 돌아선것 같소?》

《글쎄요… 그 속내를 어떻게 알겠어요.》

《어쨌든 그럴만한 리유가 있었을게 아니요. 나도 장룡산동무한테서 그때 두만강가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었는데… 배를 타려고 따라오다가 없어졌다더군. 만약에 온성에 나가 살면서 마음속으로 아주 인연을 끊었다면 그렇게 따라왔겠소? 장룡산동무랑 모두 오래간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을뿐이지 괴로움을 줄만한 다른 소리를 한것도 없다오, 그럴 경황도 없었고…》

《그런데 왜 돌아섰을가요?》

《그 녀성의 모든 성품으로 미루어보아 자기가 떠나면 생길수 있는 다른 문제에 겁을 먹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오. 그게 어떤 문제겠는가? 례를 들면… 놈들은 처음에 그를 공작원으로 의심해서 불러다가 심문도 하고 별의별 수작질을 다 했댔소.… 그러니까 유격대가 놈들을 기습한 다음날 그가 간데온데없이 사라지면 틀림없이 공작원이라고 인정할게란 말이요. 그러면 친정부모도 전장원동무도 다 큰 화를 입을수 있지. 그런 걱정에 돌아선게 아닐가? 부녀회장동무 생각에는 어떻소?》

림성실은 그이의 추리에 감동되여 눈을 빛내이며 부르짖었다.

《참, 정말 보금이는 그 성격에 그럴수 있겠어요!》

《만약에 사실이 그렇다면 그 녀성은 얼마나 속이 참되고 저 창억동무는… 허허허… 사람이 아직 멀었소.》

《보금이를 데려오자요! 공작원동무들이 나갔다오는 걸음에 데려올수 있지 않아요?》

《나는 창억이가 더 괴로와하게 둬두자는 생각이요.

부녀회장동무가 래일 내가 그러더라는 말은 말고 창억이를 만나 좀 따끔하게 얘기해주시오.… 우리 동무들속에는 녀성이나 애정문제를 혁명과 갈라놓고 보면서 좀 별나게 노는 동무들이 있소.》

림성실은 그이께서 김중권이와 자기를 념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 아닌가싶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얼굴을 흘깃 여겨보시는듯 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부녀회장동무가 우선 그런 문제를 다 알고 바로잡아야 할것 같소.》

림성실은 홍조가 발갛게 타오른 얼굴을 소곳이 숙이며 겨우 대답하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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