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5 장

토왜구국의 기치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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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군주력부대는 전봉준의 지휘밑에 드디여 이해 갑오년 10월 21일 론산을 출발하여 서울진격의 길에 올랐다.

백립에 흰두루마기를 입고 환도를 찬 대장 전봉준은 백마우에 높이 올라탔는데 준수하고 영준하게 생긴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뒤에 애마 백호를 탄 천태봉이가 따르고있는데 그의 등에 꽂은 《토왜구국》이란 대장기가 갈바람에 힘있게 나붓기고있었다.

태봉이의 대장기뿐만아니라 각종 기발은 최경선이를 비롯한 말을 탄 두령들을 뒤이어 련련히 늘어선 농민군들의 머리우로 수풀처럼 치솟아 나붓기였다. 총이며 창이며 칼이며 쇠스랑을 멘 농민군들, 무기는 비록 치졸해도 그들의 얼굴은 드높은 신심과 멸적의 기세로 빛났다.

마을사람들이 떨쳐나 북으로 가는 그들을 환송하였다. 허리굽고 채머리를 떠는 파파늙은 로인이 전봉준의 말등자를 잡고 따라오며 당부했다.

《대장어른, 왜놈들을 다 쫓아버려주시우. 꼭 대첩을 거두고 돌아오시우.》

전봉준은 그에게 경건히 머리를 숙였다.

《로인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이르는곳마다에서 인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고무를 받으며 행군을  시작한 전봉준의 직속부대는 공주에서 30리 떨어진 경천점 (공주군 월암리)에 이르러 진을 쳤다.

공주대결전은 리인역말싸움으로부터 시작되였다.

10월 23일 일본침략군과 정부군은 농민군의 공주진격을 막기 위해 먼저 리인의 농민군진지에 공격해왔다. 지형상 유리한 고지를 장악하고있던 농민군은 발악적인 공격을 거듭하는 적들을 쳐물리쳤다. 놈들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저녁무렵이 되자 공주로 도망치고말았다. 이날의 전투에서 농민군은 적병 120여명을 죽이고 300명의 적에게 부상을 입히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공주대결전의 서막이라고 할수 있는 리인전투에서의 승리는 농민군의 사기를 크게 고무하였으며 정예를 자랑하는 일본침략자들과도 싸워 능히 이길수 있다는 신심을 북돋아주었다.

농민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하였고 일제침략군과 정부군은 완전히 위축되였다.

전봉준이가 최경선이와 함께 농민군진지를 돌아보았다. 총을 소제하거나 칼을 갈던 농민군들이 그들을 반겨맞아주었다. 그들은 무슨 재미나는 이야기를 하던참인지 얼굴에서 웃음을 가무리지 못하고있었다.

《무슨 얘긴지 우리도 함께 들읍시다.》

이러면서 전봉준이 그들사이에 끼우자 쇠불이가 뒤더수기에 손을 가져가며 거북살스러워했다.

《뭐 들을만 한 얘기가 못됩니다.》

그러자 키가 작달막한 중로배가 수더분하게 생긴 쇠불이의 옆구리를 찌르며 건드렸다.

《쇠불이, 말해보라구. 대장님은 맞히실지 몰라.》

전봉준이도 호기심을 품고 쇠불이를 건너다보았다. 그를 힐끔 쳐다본 쇠불은 에따,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시치미를 떼고 입을 열었다.

《실은 수수께끼풀이를 하던참인데 이 친구들은 전혀 모른단 말입니다. 어디 대장님이 한번 맞춰보시우.》

《…》

전봉준은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

《뭔고하니 <투안의 투가 뭐냐?> 하는것이올시다.》

《투안의 투?》하고 되뇌인 전봉준은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을 굴렸으나 좀체로 알아맞힐수가 없었다.

《에, 대장님두 알지 못하는군요.》 쇠불은 씩 웃으며 베수건으로 동인 제 머리를 가리켰다. 《감투안의 상투가 아니웨까? 허허 …》

《허허, 정말 그렇군.》

전봉준이도 즐겁게 웃었다.

쇠불이가 다시 정색한 표정을 짓더니 그럼 다른 수수께끼를 한번 맞춰보라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지안의 지가 뭐웨까?》

또다시 생각을 굴리던 전봉준은 게면쩍은 표정으로 변명했다.

《거, 까다로운 수수께끼들만 내니 어디 알겠소?》

쇠불은 헤식은 웃음을 띠우며 낮은 소리로 대꾸했다.

《바지안의 자지.》

《에, 이 사람 체통이 커다란게…》

전봉준은 쇠불의 어깨를 툭 치며 핀잔을 주었으나 온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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