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 5 장

토왜구국의 기치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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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때 태봉이가 뛰여오더니 목천 세성산에서 사람이 왔다고 알려주었다.

《세성산에서 ? 갑시다.》

태봉이를 따라걸으면서도 전봉준은 즐거운 기분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그는 농민군들의 앙양되고 락관적인 기세가 마음에 들었고 그들과 함께라면 서울까지도 쳐올라갈수 있다는 든든한 배심을 느꼈다.

대장소로 정한 농가의 어스크레한 방안에서 목천 세성산의 부대에서 왔다는 한팔은 헝겊으로 어깨에 걸메고 머리에 피묻은 수건을 동인 상투쟁이가 침울한 기색으로 전봉준이를 맞아주었다. 목천 세성산은 김복용이가 책임진 3000명의 군사가 진을 친 전봉준이가 좌익으로 삼고있는 지대였다.

그의 말을 듣는 전봉준이며 다른 두령들의 표정도 침중했다.

상투쟁이가 띠염띠염 말을 계속했다.

《…세성산은 동, 남, 북은 모두가 험준한 벼랑이고 서쪽만이 약간 트인 수림지대이지요. 그날 밤은 달도 없는데다 안개마저 자욱하여 지척을 분간할수 없었쉐다. 그런데 이 기회를 놓칠세라 왜놈군대들이 지세가 험준하여 우리가 경계를 소홀히 한 동북과 동남쪽으로부터 불시에 기습해왔소이다. 우린 죽을 힘을 다해 그놈들을 맞받아싸웠으나 놈들이 대포를 쏘고 신식련발총을 쏘아대니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쉐다. 할수없이 북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또 험준한 암벽사이에 잠복해있던 2개 소대가량의 일본군이 집중사격을 가하는 바람에 우리 동학군은 또 무리로 쓰러졌습니다.》

이렇게 말한 상투쟁이는 눈물을 흘리였다. 그는 소매굽으로 눈물을 씻고나서 꺽꺽 숨을 갑시며 말을 이었다.

《산상에 남아 끝까지 부대를 지휘하던 효장 김복용과 종군 김영우, 화포장 원금옥은 왜놈군대에게 잡혀 처참하게 목을 잘리웠소이다.》

상투쟁이는 또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씻었다. 전봉준은 앞에 있는 물대접을 들어 그에게 주었다.

물을 몇모금 마신 상투쟁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놈들은 산아래마을에 불을 지르고 마을사람들을 잡아다 불에 그슬려죽이고 사로잡은 동학군은 모두 나무에 매달아놓고 불에 태워 공달원골짜기에 내던져버렸쉐다. 우리 몇사람은 밤이 되기를 기다려 산에서 내려와 이제야 겨우 여기에 이르렀소이다.》

말을 마친 상투쟁이는 눈을 들어 전봉준을 쳐다보았다. 눈을 꾹 감은 전봉준은 아무말도 없었다. 이윽고 눈을 뜬 그는 밖에 대고 소리쳤다.

《게 누구 있소?》

《네-》

대답소리와 함께 숫돌상판으로 이마와 턱이 삐죽하게 나온 순창접주 김경천이가 문을 열었다.

《김접주, 세성산에서 온분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게 하시오. 그리구 각 대두령들을 좀 오시라 이르시오.》

상투쟁이가 김경천을 따라 방에서 나가자 전봉준은 신음소리같은 한숨을 내쉬였다.

《한팔을 잃었구나… 으음…》

좌익으로 삼은 김복용의 부대를 잃은 전봉준은 정녕 한팔을 잃은것만치나 가슴이 아프고 허전했다.

김경천을 따라 여러 두령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전봉준이 침중한 기색으로 침울하게 말했다.

《우리가 크게 기대했던 목천 세성산에서…》

그러자 순창접주 김경천이가 불쑥 참녜했다.

《그건 소인이 이야기해서 다들 알고있습니다.》

최경선이가 그의 숫돌상판에 대뜸 눈을 흘겨붙이고 전봉준이도 나직한 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그 무슨 좋은 일이라고 떠들고 다니는거요. 군사들에겐 말하지 마시오. 알 땐 알더라도…》

전봉준은 침통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세성산싸움이 승전했어야 농민군의 북상이 순조로울것인데 결국 한팔 꺾인셈이 되였다고 한탄하였다. 게다가 이곳 공주대전도 씨원치 않았다고 하면서 큰 패전은 없었다 할지라도 결국 자기들이 30리나 뒤인 여기 경천점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고 지적했다.

전봉준은 앞으로 싸움에 대해 고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적들은 도이췰란드 최대의 강철회사인 크루프에서 만든 신식대포에 련발무라다보총으로 무장했는데 우리 농민군은 겨우 열에 한둘이나 총을 가졌으며 그나마도 총신으로부터 흑색화약과 연탄을 재우고 화승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화승대가 태반이였다. 그것은 2분간에 한발씩 쏘게 되였을뿐아니라 비오는 날에는 쏠수도 없었다. 그러니 창과 칼, 그나마도 없으면 솔가지를 꺾어흔들며 나가는 농민군들이 어찌 무리죽음을 내지 않을수 있겠는가.

정예한 무기를 가지고 정식훈련을 받은 왜놈군대들과 이런 식으로 싸워서는 안된다.

전봉준이가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기척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천태봉이가 방안에 들어와 전봉준이앞에 무릎을 꿇고앉았다. 그는 목뼈라도 꺾어진듯 고개를 푹 떨구고있었다.

얼마후 고개를 쳐든 태봉의 얼굴은 울분과 울기로 붉게 상기되고 가뜩이나 매눈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불을 뿜듯 번쩍거렸다.

《대장님! 이러고계시겠습니까? 쪽발이왜놈들을 복수하지 않겠느냐 말입니다.》

태봉이의 절절한 호소는 가뜩이나 세성산싸움의 실패로 하여 울적해있는 전봉준의 가슴을 더 아프게 찔렀다. 그는 태봉이가 고마왔다.

목천 세성산의 전투참패로 농민군들의 의기가 저상되여있을 때에 태봉이처럼 복수전을 호소하며 피를 끓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은 얼마나 기특하고 마음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전봉준의 입에서는 마음과는 달리 꾸짖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야 이녀석, 누군 너보다 못해서 이러고있는줄 아느냐! 덜된 녀석, 어른들앞에서 너처럼 처신해선 못쓴다.》

그가 태봉이를 이렇게 꾸짖는것은 마른 섶단에 달린 불처럼 흥분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그의 성미를 잘 알기에 미리 침을 놓기 위해서였다.

태봉이는 다시금 목을 꺾었다.

《대장님, 제 버릇없이 굴었다면 용서해주옵시오.》 태봉이는 이어 얼굴을 쳐들었다. 《대장님, 제발 부탁이오니 저 하나라도 왜군진지로 보내주십시오. 아, 저 철천의 원쑤 왜놈들을 내 그저!…》

태봉이는 말을 더 못하고 온몸을 떨었다.

전봉준은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태봉이를 건너다보았다.

그렇다. 태봉이처럼 팔팔한 젊은이들을, 태봉이처럼 펄펄나는 싸움군들을 야밤에 왜군숙영지에 보내여 한바탕 들이친다면 이놈들, 왜놈들아, 너희들 야마도다마시이가 우리 단군민족의 얼, 배달민족의 넋에 과연 얼마나 견디나보자. 전봉준은 저도 모를 힘이 가슴속에 욱 북받치고 두주먹이 불끈 쥐여졌다. 그는 최경선이를 비롯한 두령들과 싸움방략을 의논하기 위해 태봉이더러 그들을 자기 방에 모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천태봉이가 인솔한 농민군야간기습조는 깊은 밤에 부대를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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