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회)

제 5 장

토왜구국의 기치를 들고

10

(1) 

 

악독하고 악착한 미나미의 제19대대 왜놈들에게 떼죽음을 주고 돌아온 천태봉이네를 온 부대와 마을사람들이 떨쳐나 뜨겁게 맞이하였다.

말없이 태봉이를 꽉 그러안고 그의 잔등을 두드리는 전봉준의 눈굽에는 눈물이 그렁하였다.

화식병들이 떠다주는 더운물을 마다하고 내가에 나가 찬물에 시원하게 세면을 하고 돌아온 기습조원들을 마을사람들이 멍석이며 노전을 깔아놓은 넓은 마당으로 안내하였다. 거기에는 교자상이며 각상이며 주막집에서 거둬온 목로상까지 쭉 련결해놓은 우에 말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지게 갖가지 음식을 푸짐히 차려놓았었다.

그러지 않아도 온밤 얼며 떨며 왜놈들과 싸움하느라고 아침까지 굶은 기습조원들은 기갈이 들어 상머리에 다가들었다.

그러나 상에 마주앉은 태봉이는 수저를 들지 못했다. 노란 기장감투밥에 세겹살돼지고기국, 소갈비찜이며 잉어회, 굴비구이, 꿩백숙…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음식상을 마주한 태봉은 부지불식간에 눈굽이 뜨끔해지면서 후두둑 눈물방울이 밥상에 떨어졌다. 불쌍한 어린 동생 태순이며 어디선가 고생하고있을 옥절이에 대한 생각이 목을 꽉 메웠던것이다.

뒤짐을 지고 대원들이 식사하는양을 스적스적 돌아보던 전봉준이가 태봉이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심중을 리해한 전봉준이가 부드러운 소리로 타일렀다.

《태봉이, 수저를 들라구. 이제 태순이며 옥절이, 모든 백성들이 다 잘살날이 꼭 올걸세.》

《고맙습니다, 대장님. 먹겠습니다.》

태봉은 뜨거운 고기국과 함께 눈물을 삼켰다.

늦은 아침을 배불리 먹고 식곤증에 몰려 태봉이가 어느 집 방에서 혼곤히 잠들었을 때였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태봉이가 피곤이 몰린 눈을 떠보니 최경선참모가 미안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굽어보고있었다.

태봉은 눈을 비비며 상반신을 일으켜 앉았다.

최경선이가 여전히 미안스러워하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한잠 들었댔나?》

《예, 잘 잤습니다.》

《대장께서 자넬 부르시네.》

태봉은 아무 대꾸없이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그러는 태봉의 잔등을 최경선이가 가볍게, 그러나 뜨겁게 두드려주었는데 그것은 백마디의 말보다 더 깊은 뜻을 담고있었다.

대장소에는 빈방에 전봉준이 혼자 앉아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방에 들어서는 태봉이를 흘낏 쳐다본 그는 괴로운듯 외면하고말았다. 태봉이의 부석부석한 낯이며 벌겋게 충혈진 눈을 차마 마주볼수 없었던것이다.

전봉준이앞에 단정히 앉은 태봉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대장님, 부르셨습니까?》

《부르긴 불렀네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네그려.》

《말씀하십시오. 저야 대장님의 순령수(련락병), 시위대장이 아니옵니까?》

《말도 때려몰면 쓰러지는데 하물며 사람인 자네야…》

전봉준의 말을 통해 또다시 무슨 급한 일이 제기되였다는것을 직감한 태봉은 절절하면서도 흔연하게 말했다.

《말은 짐승이니까 쓰러져도 산전수전 다 겪은 경난군인 이 태봉이는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태봉이의 말을 듣고 신심이 생긴모양 눈빛을 빛내면서도 전봉준은 여전히 말을 떼길 주저하였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그는 신뢰어린 눈길을 들어 태봉이를 건너다보았다.

그의 말인즉 이 주변에 고창, 무안, 남원 등지의 농민군들이 산재해있는데 그들은 병력도 많지 못한데다 무기도 렬세하니 지금 뒤통수를 얻어맞고 악에 치받친 왜놈들이 그들부터 각개 소멸하려고 할것이므로 그들을 빨리 농민군의 주력이 있는 이곳으로 모이게 하여야겠다는것이였다.

《알겠소이다. 제 이 길로 다녀오겠습니다.》

선선히 대척한 태봉이는 자리에서 움쭉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지괴춤에 늘 지르고 다니는 채찍을 뽑아들었다.

전봉준은 다함없는 믿음과 사랑이 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볼뿐이였다.

《태봉이!…》

나직이 뇌이는 전봉준의 음성에는 물기가 어린듯 걸그렁했다.

태봉이의 얼굴에는 싱그레 웃음이 떠올랐다.

《축멸왜적 토왜구국 우리가 아니하면 그 누가 하여주랴.》

《농민군가》 한구절을 외운 태봉은 씽하니 밖으로 나갔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