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회)

제 5 장

토왜구국의 기치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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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이가 애마 백호를 때려몰아 왜군 미나미부대와 그중 가까이에 주둔해있는 고창부대에 당도했을 때는 해가 서산우에 아직 한발이나 솟아있는 애저녁때였다.

태봉이를 맞이한 늙수그레한 고창두령은 여간만 반가와하지 않았다.

《마침일세. 그러지 않아도 우리 역시 저녁을 일찍 지어먹고 전봉준대장한테로 떠나려던 참일세.》

《그럼 빨리 차빌 하십시오.》

태봉은 고창부대의 형편을 알아보기 위해 방에서 나와 마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았다. 군사들은 저녁지을 준비로 농가의 부엌이며 우물가, 내가에 나가있었는데 얼핏 보아도 천여명은 잘될것 같았다. 게다가 대장소뜨락에는 놈들한테서 로획한 크루프포 2문까지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세워 쌓아놓은 무기들중에도 화승대와 함께 양총도 많았다. 태봉은 마음이 흡족했다. 이들이 전봉준대장의 직속부대에 합세하면 병력이며 무기가 훨씬 강해질것이였다. 그러면 왜놈들을 더 본때있게 조길것이 아닌가.

그가 이런 즐거운 생각에 잠기여 고창두령이 든 집의 뜨락에 다시 들어서니 언제 나타났는지 옷갓을 하고 부루말을 탄 사람과 함께 양총을 든 수십명의 사람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서있었다.

그런데 고창두령과 말을 하는 사람은 머리에 쓴 패랭이에 솜뭉치를 달고 물미작대기를 짚은 보부상이고 대장인듯 한 말을 탄 량반자는 벙어리마냥 말 한마디없이 사나운 눈찌로 주위만 살필뿐이였다.

《그러니 거기서들은 호서(충청도)동학군이란 말이겠쉐다.》

고창두령이 묻는 소리에 이번에도 물미작대기를 든 보부상이 씨벌였다.

《예, 우린 호남의 전봉준대장과 합세하려고 합니다.》

《그래 군세는 얼마나 되오?》

《보군(보병) 천명에 마군(기마대) 3백, 대포도 있소이다.》

《대포까지?…》

고창두령은 만족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신들이 가면 전대장두 기뻐할거웨다. 우리도 마침 그곳으로 가려고 저녁밥을 짓고있는중이웨다.》

보부상이 말탄 량반한테로 가서 무어라 수군거리는데 태봉이 보기엔 그들의 입놀림이 조선말하는것 같지 않았다. 수상쩍은 생각이 든 태봉은 호서동학군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차림새며 거동을 찬찬히 눈여겨보았다. 비록 바지저고리를 입고 짚신을 신었어도 머리에 쓴 초립이며 머리를 동인 수건들이 어쩐지 격에 맞지 않고 서툴게 보였다. 게다가 그들이 서있는 자세도 오래동안 훈련받은 군인들마냥 총대를 허리춤에 딱 붙이고 차렷자세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긴장한 눈초리로 시종 말탄 량반만 쳐다보고있었다. 이때 호서동학군 한명이 눈앞까지 흘러내려온 머리수건이 거치장스러웠던지 풀어서 다시 싸맸는데 그때 보니 그의 정수리에는 상투대신 왜놈군대들이 깎는 짧은 머리칼이 빳빳이 나있었다.

(앗! 이놈들은 왜놈군대들이구나. 우리 농민군으로 가장하고 여기에 기여들었구나. 간특한 왜놈들!)

태봉이는 몸을 홱 돌려 사립밖으로 뛰쳐나가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왜놈들이다! 왜놈들이 동학군으로 가장하고 마을로 쳐들어왔다!》

여러놈의 왜병들이 그를 향해 총을 쏘았다. 적탄이 그의 귀뿌리를 스치고 발밑에 박혔으나 그는 마을 여기저기로 뛰여다니며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일이 다 글렀다는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동학군으로 가장하고 마을로 뻐젓이 들어온 왜놈들은 밥짓느라고 한곳에 모아둔 농민군들의 무기를 다 회수하였으며 적수공권으로 저항하는 농민군들을 총창과 장검으로 무참하게 살해하였다. 또한 마을을 겹겹이 포위하여 단 한명의 농민군도 빠져나갈수 없게 만들었다.

홰불을 쳐든 왜놈기마병놈들이 집집의 처마에 불을 싸질러댔으며 불속에서 뛰여나오는 늙은이, 어린이 할것없이 모조리 총창으로 찔러 불속으로 처넣었다. 울음소리, 비명소리, 정녕 아비규환의 생지옥이였다.

오직 한놈만이 말등에 앉아 이 살풍경을 회심의 미소를 띠우고 바라보고있었으니 그는 일본 《대본영》 후비보병 제19대대장인 살인귀 미나미소좌였다. 놈은 변장용으로 좀전까지 걸치고있던 조선옷을 다 벗어던지고 부관이 가져다준 군모며 만또, 흰 장갑을 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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