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제 5 장
토왜구국의 기치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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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빛은 자그마한 암자에서 비쳐나오고있었다. 암자에서 무슨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런데 녀인의 목소리였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실망한 태봉은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어데로 간단말인가. 그는 용기를 내여 입을 열었다.
《계십니까?》
《정구업진언》을 외우던 녀인의 소리가 뚝 멎었다. 한데 대답소리가 없었다.
태봉은 다시금 목소리를 높여 주인을 찾았다.
그제야 암자의 방문이 빠금히 열리고 한 녀인이 밖을 내다보았다. 송낙을 쓰고 장삼을 입은 녀승이였다.
겁기어린 녀승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울렸다.
《저, 뉘신지요?》
《길을 가다가 저희 선생님이 병환이 나서 하루밤 신세를 질가 해서 찾아왔소이다.》
선뜻 대답을 못하던 녀승이 잠시후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보다싶이 여긴 비구니(녀승)만 있는 암자여서…》
실망한 태봉이가 몸을 돌리려는데 등에 업힌 전봉준이가 《응.》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잠간만.》
녀승이 급히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초불을 들고나왔다. 초불로 환자의 얼굴을 비치던 그는 그만 《앗!》하고 놀란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가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방안으로 들어간 녀승은 눈처럼 흰 요를 깔았다.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쉰 태봉은 방으로 들어가 전봉준을 요우에 눕혔다.
이때 반가움에 겨운 녀승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렸다.
《저, 태순이 오빠가 아니세요?》
《예?!》
놀라움에 잠겨 녀승의 얼굴을 쳐다본 태봉은 저도 깜짝 놀랐다. 녀승은 강주사네 뒤채아씨였던것이다.
《아니?… 어떻게?…》
《지나온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우선 앓는이부터 구완합시다.》
녀승의 침착하고도 조용한 말에 태봉이도 마음이 놓였다. 심산유곡에서 잘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것이 얼마나 반갑고 기쁜 일인가.
그는 녀승이 된 뒤채아씨에게 진심으로 당부했다.
《우리 선생님을 살려주십시오. 우리 선생님은 돌아가셔서는 안될분이십니다.》
녀승은 말없이 화로불우에 곱돌장사귀로 만든 약탕관을 올려놓고 시렁에서 무슨 약봉지를 내리웠다.
한동안 앉아있던 태봉은 다시 녀승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몹시 주저하는 기색이 어렸다.
마침내 태봉은 용단을 내려 입을 열었다.
《제가 급히 갔다와야 할 일이 있는데 그때까지 선생님을…》
잠시 망설이던 녀승은 조용하면서도 결연하게 말했다.
《갔다오세요. 선생님은 아무일도 없으실겁니다.》
《고맙습니다.》
행장을 갖춘 태봉은 의식없는 전봉준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머금고 아뢰였다.
《선생님, 그럼 갔다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태봉은 두손을 합장하고 녀승에게 절하였다.
《그럼, 스님…》
《여기 일은 걱정마시고 부디 몸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