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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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로리 복흥산의 수림속은 나무가지사이로 가닥가닥히 스며든 락조로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락조는 숲속뿐아니라 강대나무줄기에 앉아있는 전봉준이며 최경선, 김덕명과 같은 농민군두령들의 얼굴도 붉게 물들여놓았다.

나무가지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붉은 노을에 눈길을 주고있는 전봉준을 바라보며 최경선이 물었다.

《전선생,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십니까?》

전봉준은 하늘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옛글에 전사불망은 후사지사란 말이 있소. 지나간 일을 잊지 않는것은 뒤일의 스승이란 말이지요. 우리는 이번 거사를 통해 참으로 깨닫는바도 많고 뉘우치는바도 많소이다. 이제 재기할 때는 이번 거사를 교훈으로 삼아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겠소.》

김덕명이가 울기가 올라 부르짖었다.

《우리가 초지를 일관하지 못한것이 어디 우리탓인가요. 저 패악한 왜놈들이 우리를 등대고 이 땅에 기여들줄이야 어찌 알았겠소이까!》

전봉준이도 격분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빛이 류다른 광택으로 번쩍거렸다.

《왜놈들이 우리 겨레앞에 저지른 가장 큰 죄악가운데 하나는 강도적인 침략무력을 내몰아 정의로운 싸움에 떨쳐나선 우리 농민군을 류혈적으로 진압한것이요. 실로 놈들은 삼천리강토를 피로 적시고 거리와 마을을 재더미로 만들었소. 왜놈들은 제스스로 제놈들이 우리 배달족의 철천지원쑤, 악착한 살인마, 파렴치한 날강도들이란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놓았소.》

최경선이도 불이 이는 눈으로 앞을 쏘아보며 뇌였다.

《이제 왜놈들과 계산할 때가 있을겁니다. 우리가 못다 하면 자손들의 대에 가서라도…》

석양녘의 추위에 몸을 으시시 떨던 김덕명이가 문득 주위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태봉이는 왜 이리 늦어지오? 김개남이나 손화중총관령을 데리고 온다 해도 벌써 도착했어야 할텐데…》

그의 말에 최경선이도 골살을 찌프렸다.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지만 먹을것을 구하러 내려간 여기 순창접주는 또 왜 오지 않소?》

불길한 예감을 느낀 전봉준은 예리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득 나무뒤에 제꺽 몸을 숨기는 관군 하나가 눈에 띄웠다.

전봉준의 표정은 물론 온몸이 긴장해졌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낮은 소리로 날카롭게 말했다.

《덤비지 말고 내 말을 듣소. 우리가 포위된것 같소.》

《응?!》

놀란 기색으로 최경선과 김덕명은 전봉준을 쳐다보더니 참지 못하고 사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악청으로 지르는 웨침소리가 울렸다.

《너희들은 포위되였다.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최경선이와 김덕명이가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전봉준이도 따라일어서며 침착하게 말했다.

《놈들의 수효가 얼마나 되나 봅시다.》

전봉준이가 놈들의 동태를 살피며 칼을 뽑아들었다.

최경선이와 김덕명이도 칼을 뽑아들었다.

정체를 드러낸 관군놈들이 허리를 꺼꺼부정하고 머밋머밋 포위환을 좁혔다.

전봉준이 나직이 그러나 날카롭게 말했다.

《내가 앞장에 설테니 아래골짜기로 빠집시다.》

칼을 쳐들고 맹호마냥 앞으로 달려나가는 전봉준의 뒤를 따라 최경선이와 김덕명이도 내달렸다.

관군놈들이 총이며 칼을 들고 이들의 앞을 막아나섰다. 전봉준이 휘두르는 칼에 맞고 관군 한놈이 쓰러졌다. 관군 하나가 총을 쳐들고 전봉준을 겨냥했다. 관군군교가 그를 제지시켰다.

《쏘지 말라! 사로잡아야 한다!》

전봉준이들과 관군들이 혼전을 벌렸다. 칼과 칼이 부딪치는 아츠러운 금속성소리, 헉헉 단김을 내뿜는 숨가쁜 소리, 한놈의 관군이 또 쓰러졌다.

전봉준의 뒤로 다가온 군교놈이 그의 허벅다리를 총창으로 쿡 찔렀다.

《아!》

비명을 지르며 칼 쥔 팔을 떨어뜨린 전봉준은 몸을 비칠거렸다.

그는 더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고말았다. 관군놈들이 그에게 욱 달려들어 포승줄로 묶었다. 동시에 최경선이와 김덕명에게도 달려들었다. 중과부적으로 적들에게 붙잡힌 이들은 너무도 절통하여 눈을 꾹 감았다.

전봉준이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절규하였다.

《순창접주 김경천이 이노옴! -》

그의 서리발찬 웨침이 황혼이 깃든 숲속으로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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