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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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일성동지께서는 친히 2대를 인솔하시고 길가의 수림속으로 뛰여들어가시였다. 대원들의 가슴과 모자에서 꽃송이들이 떨어져 발길에 짓밟혔다. 울창한 원시림은 대오의 앞길을 지궂게 막아섰다.

대오는 얼기설기 얽힌 나무가지들과 다래넝쿨속을 누비며 골짜기를 지나 바위벼랑을 기여올랐다. 장군님께서는 진두에서 달려나가시며 대원들을 앞으로, 앞으로 이끄시였다.

어떤 때는 어둠침침한 수림속에서 도끼날이 번개처럼 번뜩이였다.

그이께서 도끼를 휘둘러 그물처럼 얽힌 다래넝쿨을 찍어버리시는것이였다. 대원들은 그이께서 열어주시는 그 길로 질풍같이 달려나갔다. 대원들은 땀이 눈으로 흘러드는데다가 거미줄까지 시끄럽게 덮쳐들어 손바닥과 팔소매로 얼굴을 자주 씻어내야 하였다.

대오는 악전고투끝에 류수천기슭의 갈밭속으로 내려섰다.

아주 가까운 앞에서 땅을 쾅쾅 구르며 박격포가 불을 토하고있었다.

물씬물씬 달려드는 초연에 숨이 막혔다.

폭음에 전률하는 잡관목들사이로 해빛을 받아 눈부시게 번쩍이는 류수천물결과 왜놈들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내다보였다.

장군님의 신호에 따라 전투대형으로 산개한 대원들은 갈숲을 누비며 배밀이로 기여나갔다.

잡관목숲의 끝변두리에까지 이르니 박격포진지는 손에 잡힐듯 한 지척이였다.

키가 작달막한 장교놈이 군도를 머리우에 높이 쳐들었다가 공기를 내리찍으며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그때마다 장난감같은 박격포가 껑충껑충 뛰여오르며 시뻘건 불길을 토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권총으로 그놈의 잔등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시였다.

놈은 군도를 떨구며 몸을 뒤로 제끼였다. 그것을 신호로 총창을 비껴든 유격대원들이 무서운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그들은 불의의 배후타격에 기겁하여 갈팡질팡하는 포수놈들을 찔러넘기고 발길로 걷어차서 쓰러뜨리고는 총탁으로 마구 내리깠다.

뜨거운 모래불과 잡관목숲속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나딩구는 박격포, 고함소리, 아우성, 어느사이엔가 여기저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회오리치며 잡관목숲을 휩쓸기 시작하였다. 그 불길속에서 유격대원들은 비호처럼 뛰여다니며 왜놈들을 찌르고 차넘기였다.

장군님께서는 불길속에서 유격대원들과 왜놈들이 한데 뒤섞여 돌아가는 이런 혈전속에서도 장룡산이네가 걱정되시여 류수천건너의 고지쪽에 번개같이 눈길을 돌리군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적들이 모래불에 너저분히 쓰러지고 박격포진지가 소멸되자 맨선참 물속에 뛰여들며 권총을 휘둘러 대원들을 불러일으키면서 웨치시였다.

《동무들- 고지로 공격하는 적보병을 향하여- 사격- 일제사격-》

대원들은 모래불의 후미진 곳이며 나무그루나 바위뒤에 엎드려서 혹은 강물로 뛰여들어가며 일제사격을 하였다. 강물이 물갈기를 흩날리며 노호하고 대기가 와르릉와르릉 떨었다.

독립고지중턱을 누렇게 휘감은 적의 산병선에서 쓰러지는 놈들이 보이더니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산병선이 여러개의 토막으로 끊기여 누런 무리들이 움푹한 골짜기로 밀리는가 하면 개바닥쪽으로 뛰여내려왔다.

이때 독립고지꼭대기에서 웬 사람의 그림자가 해빛을 등지고 불쑥 솟아올랐다. 그는 팔을 높이 들어 흔들며 무엇이라고 소리치는것 같았다.

(장룡산이?)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속으로 부르시며 고지꼭대기를 바라보시였다.

고지꼭대기에서는 수십명의 유격대원들이 총창을 번쩍이며 반돌격해내려왔다. 그들은 바람을 탄 바위돌처럼 굴러내려오며 놈들을 닥치는대로 무찔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동쪽방향으로 우회한 유격대원들이 익측에서 맹사격을 퍼부었다. 놈들은 강기슭으로 밀려내려와 짐승떼처럼 붐비며 갈팡질팡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모래불에 엎드린 대원들을 향하여 우렁차게 웨치시였다.

《돌격 앞으로-》

대원들은 물속으로 뛰여들어가며 저쪽기슭의 적들을 향하여 사격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낫이 왜놈들의 아래도리를 베며 날아지나가는듯 하였다. 무리로 쓰러지는 놈들속에서 살아남은자들이 강복판으로 달려들어와 물속에 숨어들었다.

고지에서 반돌격하여 내려온 유격대원들이 물속으로 뛰여들어 얼이 빠져 미친듯이 달려드는 적을 무찌르고있을 때 이쪽의 유격대원들도 무서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물결도 흐름을 멈추고 사품치며 하늘을 향하여 날아오르는듯 하였다. 류수천은 달려가고 달려오는 유격대원들의 만세소리와 함성, 왜놈들의 비명소리로 끓어번졌다. 물결을 걷어차며 달려가는 대원들의 발밑에서 물갈기가 시허옇게 번쩍이며 튀여올랐다.

《동무들 》

《수고했-네-》

강복판에서 만난 유격대원들은 얼싸안고 돌아가는가 하면 안아서 번쩍 추켜올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제김에 풍덩 물속에 주저앉아 숨넘어가는 소리로 웃어대기도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떠들썩한 상봉이 벌어진 강물우를 둘러보시다가 물결을 헤가르면서 대원들쪽으로 걸어나가시였다. 마주 달려오는 대원들은 가슴이 터질듯 한 승리의 환희로 하여 총을 높이 추켜들고 그이를 향하여 만세를 불렀다. 어떤 대원들은 갈증때문에 얼굴과 가슴에 물을 마구 끼얹다가 그것도 성차지 않아 머리를 물속에 아주 구겨박았다. 또 어떤 대원들은 군모에 물을 담아 정수리에 끼얹으며 천진란만한 어린애처럼 좋아라 웃어댔다. 떠들어대는 소리, 웃음소리, 물장구를 치는 소리…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르는 물보라에 무지개가 비끼고 그뒤에서 웃음어린 얼굴들이 번쩍거렸다.

장군님께서는 걸어나가시며 누구인가를 안타깝게 찾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희희락락하는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시고는 또다시 걸어나가시였다. 어느덧 강물은 허리를 쳤다.

웃고 떠들어대는 한무리의 대원들옆에서 맨머리바람의 장룡산이 박태화에게 부축되여 그이를 향하여 걸어나오고있었다. 그도 역시 벙글거리고있다. 장룡산이와 박태화는 활개를 저으며 걸어오는것 같았으나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며 물살에 밀려 비청거린다. 초연에 거멓게 그슬린 장룡산의 파리한 얼굴에서 눈만은 유난히 정기를 내뿜으며 번쩍인다.

장군님께서는 하루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그의 인상에 놀라 물결을 헤치시며 앞으로 달려나가시였다.

《장동무!》

장룡산은 그이를 반겨 웃으며 달려나오려고 하였다.

사령관동지!》

장군님께서는 달려가서 그의 팔을 옆에 끼시였다.

《어디 다쳤소?》

《괜찮습니다. 빈대가 무는것처럼 따끔하길래 옆구리를 보니까 탄알이 스쳐지나간게 아닙니까. 헛참, 재수없이 살가죽이 벗겨졌습니다.》

《깊은데를 다친게 아니요?》

《아닙니다. 허허허…》

장룡산은 젖은 손으로 얼굴을 씻어내리며 벙글거렸다.

《봉화로나 무슨 신호로나 왜 알리지 않았소? 그럼 우리가 좀더 일찌기 달려왔겠는데…》

장룡산은 대답을 안했다. 박태화가 불만스러운 눈길을 장룡산의 쪽에 흘깃 던졌다. 그가 봉화신호를 올리지 못하도록 엄하게 단속한 모양이다.

장군님께서는 그 심정이 가늠이 되시여 더 묻지 않고 그의 팔을 옆에 끼고 물결을 헤치며 기슭을 향하여 걸어나가시였다. 장룡산은 힘들게 발을 옮기면서도 그이쪽이 아니라 박태화쪽에 몸무게를 더 주려고 마음을 쓰는듯 하였다.

류수천우의 높은 하늘에서는 종다리가 피타는 소리를 내지르며 돌멩이처럼 떨어져내리다가 아득히 솟구쳐 날아올랐다.

기슭으로 나오신 장군님께서는 장룡산이를 모래불에 앉혀놓고 상처를 보자고 하시였다. 그러나 그는 사령관동지께 굳이 상처를 보이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며 쌍암촌에 명의가 있는데 마을에 들어가서 그 의사한테 보이고 좀 처치를 받으면 될것 같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아무런 수단도 없는 여기서 상처를 함부로 열어보는것도 좋지 못할것 같으시여 박태화에게 상처를 잘 싸맸는가고 물으시였다. 박태화는 팥알만 한 파편이 옆구리로 들어갔는데 피가 나오지 않도록 자기한테 있던 붕대로 단단히 싸맸다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쌍암촌으로 들어가서 지난 겨울에 낯을 익힌 지유복이네 웃방에 장룡산이를 눕혀놓으시였다. 지유복이 의사한테로 달려갔다와 이제 준비해가지고 곧 온다고 하였다.

이미 쌍암촌에 나와있던 리재명이와 림성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장군님께서는 어서 학교마당에 모인 인민들에게로 나가고싶으시였으나 이런 경사의 날에 다른 누구도 아닌 장룡산이를 방안에 남겨두게 된것이 가슴아프시여 선뜻 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시였다.

벽에 기대여 엇비스듬히 앉아있는 장룡산은 피기가 가셔진 얼굴을 들어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제걱정을 말고 어서 나가보십시오. 저도 이제 의사가 오면 치료를 받고… 나가… 나가보겠습니다. 》

《장동무, 자꾸 움직이면 좋지 못할수 있소. 잠자코 누워있소.》

그이의 음성은 애정에 넘쳐 부드럽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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