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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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들은 그네터로 달려갔다.

록음이 짙은 대왕청하의 버들방천에 꾸려놓은 그네터에는 녀인들이 하얗게 몰켜서서 여기야말로 녀성들끼리의 세상이란듯 왁작 끓어번지고있었다. 그들은 그네선수의 날씬한 자태가 버드나무숲우로 날아오를 때마다 야-야 마음놓고 환성을 터뜨렸다.

그네선수는 어디서 난것인지 연분홍치마저고리를 떨쳐입었다. 그는 머리를 갸웃이 하고 저고리고름과 치마자락을 뒤로 날리며 사람들앞을 휙- 날아지나 하늘높이 아스라하게 떠오르며 방울을 찰랑 하고 차는것이였다. 그때마다 땅우의 녀인들은 손벽을 치며 《좋다- 좋-다.》 하고 응원소리를 높였다.

보금은 가슴이 움츠러들었다. 여러날 련습하였지만 도저히 저렇게 높이 날아오를것 같지 못해서였다.

그는 인차 차례가 되여 그네에 오르게 되였다.

보금은 흥분한 나머지 어떻게 마촌부녀회원들이 모여들어 발로 앉을깨를 바로 짚게 하고 그네줄을 잡은 손에 수건을 감아주었으며 그네를 앞으로 떠밀어주었는지 몰랐다.

벌써 그의 몸은 날개라도 돋친듯 허공으로 날아오르고있었다. 바람이  휴-휴- 울부짖으며 얼굴을 스치고 옷자락이 찢어져 날아날듯이 푸륵푸륵 소리를 내며 나붓기였다. 자그마한 새처럼 해빛이 눈부신 창공으로 날아오르는듯 한 쾌감에 휩싸이는가 하면 천길나락으로 미끄러져떨어지는듯 한 무서움이 들이닥치는 속에서 버드나무의 푸른 숲과 부녀회원들의 얼굴들이 한데 얼버무려져 날아지나가고 날아지나오면서 어렴풋한 웨침소리들이 들려왔다.

《언니- 방울을 네번 차요-》

《보금아- 십리평에서는 세번 찼다-》

《땅을 보지 말라- 하늘만 봐라-》

하늘에 매달린 방울줄은 아득한 공간으로 날아오르는듯 하다가도 그를 향하여 유유히 날아내렸다. 방울들은 발끝에 스칠듯말듯 하다가는 골려주려는듯 멀리로 날아올라갔다. 그러면 몸이 울부짖는 바람소리속에서 천길나락으로 미끄러떨어지는듯 하였다.

곤두서는 땅, 뒤번져지는 버드나무숲, 어디에선가 웨쳐대는 간간한 목소리들… 보금이는 이를 사려물고 다리에 힘을 주며 앉을깨를 한껏 내밀었다. 발밑으로 날아지나가는 푸른 대지, 획- 스쳐지나가는 버드나무숲, 멀리에서 키를 낮추며 엎드리는 산발들… 해빛이 눈부신 하늘이 한가슴에 확 안겨드는 순간 발끝에 무엇이 닿는것 같더니 절랑 장쾌한 음향이 온 하늘에 가득 울려퍼졌다. 보금이는 이름할수 없는 쾌감에 저도 모를 환성을 터뜨리며 그네줄을 넓게 벌리면서 시원한 바람속에 몸을 내맡기였다. 저고리고름이 얼굴에 희롱질을 걸며 연꼬리처럼 나풀거리고 푸른 대지우에서 미친듯한 환성이 터져올랐다.

《방울을 찼다-》

《한번 더-》

웨치며 웃어대는 얼굴, 얼굴들의 옆을 날아지나 허공에 꺼꾸로 날아오른 보금이는 강심을 먹고 다리에 힘을 주며 앉을깨를 힘껏 내밀었다. 바람소리, 날아지나가고 날아지나오는 푸른 숲, 응원하는 목소리들…

《영-차-》

《두만강이 보인다-》

보금이는 그 웨침소리에 떠받들려 창공높이 훨훨 날아오르는듯 하였다. 그는 다가드는 방울들을 보자 그네줄을 벌리며 발길로 그것을 힘껏 내찼다.

절-랑

《야-》

보금이는 자기 몸이 그대로 환성이 되여 그 방울소리와 한데 어울려지며 저 푸른 하늘 아득히 날아오르는듯 하였다.

《영-차-》

《두만강이 보인다-》

하늘에 날아오른 보금의 눈에는 키를 낮추며 다가드는 산발들 저너머에서 두만강의 번쩍거리는 흐름이 언뜻 비껴드는듯 하였다.

또다시 절-랑- 장쾌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밑에서 벅적 끓어번졌다.

《한번 더-》

《영-차-》

《온성땅이- 보인다-》

《친정집이 보인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보금이는 가슴이 찌르르 저려났다.

아, 어머니가 이런 딸을 보았으면… 나때문에 한뉘 마음고생을 한 어머니!…

순간 웬일인지 눈앞이 탁 흐려지며 머리속이 아찔해졌다.

다음 그는 흐릿하게 사품치는 안개바다속에서 녀인들의 기겁을 한 아우성과 비명소리, 부르짖음소리들을 어렴풋하게 들었다.

그네를 붙잡고 그를 안아내려 바람이 시원한 나무그늘속으로 옮겨간 부녀회원들이 의사를 불러야 하겠다고 왁작 떠들어대였다.

그를 품에 안은 박현숙은 손수건으로 땀에 젖은 그의 이마며 눈언저리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보금이는 담장처럼 둘러선 부녀회원들을 둘러보며 꿈에서 깨여난듯 눈을 슴벅거리였다.

부녀회원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져 숨만 헐떡거릴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지도 못하였다.

박현숙이 보금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물었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났어?》

《아니… 그저…》

보금이는 그를 쳐다보며 방긋 웃어보였다.

부녀회원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도 쉬고 가슴을 쓸어만지기도 하였다.

《에그-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글쎄 그 높은데서 떨어지면 어찔번 했소.》

《에그, 우리가 너무 우둔하게 응원했지비. 이길 욕심에 사람을 잡을번 했다니까.》

둘러선 부녀회원들은 모두 웃음이 환한 얼굴로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얼마후 그네터옆의 나무그늘밑에서 점심을 먹고난 보금이는 치마허리를 동였던 중동매끼를 풀어서 풀밭에 홱 내동댕이쳤다.

《아이, 분해, 이젠 십리평하구 비겼지요?》

그러자 박현숙이와 나이든 몇몇 부녀회원들이 좋은 말로 그를 달래였다.

《1등이 둘이면 좋은게지 꼭 남을 눌러야겠어?》

《그 로친네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 그랬다니까. 모두 온성이 보인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제야 까닭을 안 부녀회원들은 머리들을 끄덕이며 혀를 찼다.

《왜 그렇지 않겠소.》

《저때문에 별별 맘고생을 다한 친정에미가 와서 이 구경을 하문사 에그, 오죽이나 좋아할가!》

두만강건너 저 멀리 고향에 두고온 어머니가 생각나서 눈에 저고리고름을 가져가는 녀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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