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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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의성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도로 기대더니 눈을 내리뜨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빛이 정색해졌다. 그는 옆에 앉은 진한장을 돌아보고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학식도 있고 해서 나는 자주 이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공산당이 좋은가 나쁜가? 이 사람은 공산당이 될 생각은 없지만 그리 나쁜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조선사람이나 학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군사들은 좋아 안합니다. 나쁩니다. 당신네는 좋지 못하게 행동하고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당신네는 어째서 가는곳 마다에서 우리 중국사람들의 상공당을 다 마사버립니까? 왜 우리 신앙을 모욕합니까?》

《우리 유격대원들이 상공당을 다 마스는걸 사령님이 직접 봤거나… 또… 그런 망동을 하는자를 붙잡은걸 본 일이 있습니까?》

《그런 일은 없지만 공산당이 상공당을 마슨단것은 세상이 다 압니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있습니다. 공산당이 미신을 믿지 않고 반대하는게야 사실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조선미신이나 반대할게지 중국미신까지 반대하여 우리 상공당을 마슬게야 있습니까?》

《사령님, 미신을 믿지 않고 반대한다는것과 상공당을 파괴한다는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중국사람들의 신앙과 풍습을 존중하도록 대원들을 교양합니다.

그것을 어길 때에는 군민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로 엄중히 처벌합니다. 상공당은 중국사람들의 신앙과 풍습에 관계되는것인데 우리가 무엇때문에 구태여 그것을 마스려고들겠습니까. 우리가 상공당을 파괴한다는것은 왜놈들이 조선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을 리간시키기 위해 날조해낸 기만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놈들이? … 그럼 김대장은 상공당앞을 지나갈 때 절을 합니까?》

《우리는 상공당을 마스지도 않고 거기에 아무 관계도 없으니 절도 안합니다.… 사령님은 절을 합니까?》

《아- 아- 아- 니, 안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절을 안하는거나 사령님이 절을 안하는거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오의성은 그 어떤 일치점을 발견한것이 못내 흐뭇한듯 몸을 뒤로 젖히고 껄껄 웃어대다가 장군님을 흘깃 건너다보았다.

김대장네 부대에는 녀군인들이 있다던데요?》

《있습니다.》

《그러니 그게 사실인가? …》 하고 오의성은 혼자말로 뇌이였다.

《무엇인데요?》

《들려오는 말을 다 믿을수는 없지만 공산당에서는 집단정신을 장려하기때문에 남녀간에도 구별이 없이 한이불밑에서 잔다는데 그게야 패륜패덕을 조장하는게 아닙니까?》

《사령님은 그런 소리를 믿습니까?》

《믿든 안믿든 그런 소문이 있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인간의 도리로나 리치상으로 봐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 있겠습니까… 우리 군대에서는 남녀간에 마음이 맞으면 부부간이 되는 경우는 간혹 있어도… 남녀관계는 엄격하고 고상합니다. 녀성들을 혁명동지로서 존경하고 도와주는것이 도덕으로 되여있습니다. 왜놈들이 우리를 얼마나 미워하면… 놈들이 우리를 민중으로부터 고립시키려고 얼마나 악착스럽게 발악하면 이런 거짓을 다 꾸며내서 퍼뜨리겠습니까!》

오의성은 그이의 분격에 공감하여 눈을 번뜩이였다.

《나도 그런 소문은 귀등으로 들었습니다.》

《우리 량군이 손을 잡고 일제와 싸우면서 합작을 강화하여 서로 래왕도 잦았더라면 이런 오해도 없고 리해를 훨씬 깊이할수 있었을겝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의성의 눈에 문득 이상한 랭소의 빛이 어렸다.

《합작이요? 그게 진정입니까?》

《무슨 말씀인지요? 저는 진정을 터놓고 손을 잡자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왜 정치를 그렇게 합니까? 말로는 우리와 합작을 하자면서 행동은 다르게 합니까? 왜 중국인지주들을 청산합니까? 토지를 빼앗고 가산을 몰수하고 승냥이한테 뜯겨 죽으라고 들로 내쫓습니다. 어떤데서는 사살까지 했습니다. 어제는 다른 누구의 부모가 그런 참을 당했다면 래일은 내 가친이 그렇게 될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공산당을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 합니까? … 이것도 헛소문입니까?》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청산을 당할수 있습니다.》

《뭣이라구요?》

《앞으로도 청산을 당할수 있습니다!》

오의성은 제편에서 오히려 당황하여 진한장을 돌아보고는 눈을 크게 뜨고 장군님을 건너다보았다.

《합작을 하자면서 그걸… 그걸 인정하구… 또 그렇게 주장한단 말입니까?》

그는 전군을 대화재처럼 휩쓸며 타올랐던 분격의 도화선으로 되였던 그 근본문제에 대하여서만은 장군님께서 림기응변으로 에둘러 말씀하리라고 생각한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이의 대답은 이 상상을 뒤엎어놓았다.

오의성은 아연해졌다.

그는 눈을 엄엄하게 번뜩이며 볼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니 원한 맺힌 적으로 남자는겐지 화의를 이룩하자는겐지 김대장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저는 그 어떤 목적을 달성하자고 진실을 은페하거나 누구를 기만하고싶지 않습니다. 진실이 아니라 호상 기만과 허위에 기초한 화의나 합작은 오래 못 갑니다. 모래우에 세워진 성처럼 인차 허물어지고맙니다.》

오의성은 더운 숨을 후- 내쉬고 손수건을 꺼내여 이마의 땀을 훔치였다.

《옳은 말씀이요!》

《화의가 이룩되자면 덮어놓고 오해할것이 아니라 우선 서로 잘 리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주청산문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근거지에서 토지개혁을 하여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해서 농민들에게 나눠줬다는건 세상에 비밀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한게 아닙니다. 조국과 민족을 반역하여 친일을 하는 악질지주놈들의 토지만 빼앗았습니다. 이전에 일부 그릇된 사람들이 반일이냐 친일이냐를 갈라보지 않고 덮어놓고 지주들을 수탈한 일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엄중한 과오로 비판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토지개혁을 할 때에도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엄격히 경계했습니다.… 오사령님이면 제 백성들에게는 낟알 한알 공짜로 안 주고 악착하게 굴면서 나라나 민족이야 어떻게 되든 저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왜놈들에게 붙어서 군량도 대주며 왜놈들을 섬기는 지주가 있다면… 용서하겠습니까?》

《하긴 그런 놈들이 있지.… 천추에 용서 못할 놈들이…》

《우리는 그런 놈들의 땅만 빼앗습니다.》

《나도 그런 놈들은 치겠소! 그건 잘했소!》

《사령님, 그렇습니다. 우리는 손을 잡을수 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반일구국이라는 커다란 공동의 목적이 있습니다. 이것을 잊고 사소한 오해와 인식상착오로 서로 반목하고 적대적으로 지낸다면 항일성전에 얼마나 큰 지장을 가져오겠습니까.… 그건 결국 왜놈들을 돕는것으로 될것입니다. 일제는 우리 조중인민들이 단결하여 련합전선을 형성하는것을 제일 두려워하고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따지지 말고 리해를 두터이하면서 단결하여야 합니다!》

장군님의 절절하신 음성이 방안에 가득차서 울리였다.

오의성은 의자등받이에 기대며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불깃하게 상기된 그의 얼굴에 복잡한 생각들이 지나가는듯 하였다.

이윽고 그는 눈을 능청스럽게 뜨고 그이를 건너다보았다.

《나는 김대장 말씀에 다 공감합니다. 그러나… 련합전선을 무을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군과는 따로따로 싸웁시다. 우리는 반일구국항전을 해도 우리끼리 하겠습니다.》

《그게 진담입니까?》

《진담이지요. 진담이 아니구요. 우리와 귀군이 련합전선을 결성하고 같이 싸우게 된다면 량군이 섭슬려지낼 때가 많게 될것이고 그러면 당신네는 인차 우리 병사들속에서 공산주의선전을 벌려 우리 군을 공산화하려고들겝니다. 김대장, 내 우려가 그릅니까?》

장군님께서는 몸을 뒤로 젖히시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허허허… 걱정마십시오! 우리는 왜놈들을 치고 나라를 찾자는 말밖에 안하겠습니다!》

장군님의 웃음소리는 방안을 들었다놓았다. 선의에 찬 그 쾌활한 웃음소리는 몇천마디의 말보다 더 강한 힘으로 편견의 장벽을 허물어버리고 용렬한 가슴들을 활활 열어제끼는듯 하였다.

오의성은 그저 놀라움과 경탄에 번쩍이는 눈으로 그이를 쳐다볼뿐이였다. 문득 그는 눈길을 내려 원탁우를 휘둘러보더니 큰 실책이라도 범한듯 펄쩍 놀라며 진한장을 돌아봤다.

《이게 웬일인가? 자네들은 오늘 나를 톡톡히 망신시킬 작정이군.… 손님에게 차 한잔 권하지 않고 이야기만 했으니 이게 무슨 례의인가?》

그리고는 장군님을 향하여 두손을 마주잡아보이며 사과의 미소를 보내였다. 장군님께서도 그 호의에 머리를 약간 숙여 답례하시였다.

진한장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복도로 뛰여나갔다.

그가 나가자 장군님께서는 의논조의 조용한 음성으로 오의성에게 말씀하시였다.

《일제는 만주를 강점한 다음 제 힘을 과신하면서 터무니없이 오만하게 행동합니다. 놈들은 중국관내를 넘겨다보고 쏘련의 씨비리를 노리고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반일력량들이 단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은 단결… 또 단결하고 힘을 모으고 또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귀군을 공동의 원쑤와 싸우는 전우로 생각하고 중국인민과의 진정한 친선을 귀중히 여깁니다.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이 굳게 단결하고 련합전선을 형성해서 왜놈들을 치면 놈들은 조선과 중국땅에서 쫓겨나고말것입니다!》

오의성은 진중한 표정으로 그이의 말씀을 들었다.

몸이 비대하고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번들한 화식병이 주전자와 차잔들이 놓인 다반을 들고 들어왔다. 차잔들이 부딪치는 야릇한 음향이 울리고 향긋한 차냄새가 방안공기를 흔들었다.

화식병은 원탁둘레를 사뿐사뿐 걸어돌아가며 차잔들을 놓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허리를 굽석거리며 습관적인 무의미한 미소를 보내였다. 그는 진한장에게 주전자를 넘겨주고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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