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9

(1)

 

동소임 권벽의 집 방안에 앉아있는 천태봉은 초조하고 기대어린 눈길로 자주 문쪽을 바라보군 하였다. 태봉은 전봉준이 체포되여 서울로 압송되여온 후 그를 구출하기 위해 몇달째 이곳으로 오르내리고있었다.

드디여 대문이 여닫기는 소리가 나고 뜨락으로 걸어오는 발자욱소리가 났다. 느릿느릿하면서도 힘있게 땅을 쿵쿵 밟는 소리로 보아 권벽의 걸음새가 틀림없었다.

권벽이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태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두루마기와 갓을 벗어 말코지에 건 권벽은 태봉이와 마주앉았다. 태봉은 오지화로를 들어다 그의 앞에 놓아주고 부저가락으로 숯불을 헤쳐놓았다.

《저, 가셨던 일은? …》

손을 쪼이고있는 권벽에게 태봉은 근심스럽게 그러나 초조감이 어린 눈길을 주었다. 그는 둥그런 얼굴에 구레나릇이 시꺼멓고 체대가 거쿨진 권벽이와 마주 대하면 어쩐지 커다란 바위와 마주선듯 한 위압감을 느끼군 하였다.

권벽이가 손을 썩썩 비비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지으신 옷은 옥리에게 맡겼으니 선생님께 전해질걸세.》

어머님 지으신 옷이란 얼마전에 태봉이가 전봉준의 늙은 어머니한테 들렸을 때 그가 감방살이하는 아들에게 마감으로 입히려고 지은 흰 무명바지저고리였다. 아들에 대한 어머님의 뜨거운 사랑과 지극한 정성이 옷의 갈피갈피에 스민 더없이 귀중한 유물이였다. 그간 전봉준의 어머니와 어린 남매는 《뒤채아씨》로 불리우던 녀승의 극진한 보살핌속에 암자에서 살고있었다. 비구니가 되였던 뒤채아씨는 전봉준의 일깨움속에 다시 환속하여 치마저고리를 입은 속세의 녀인으로 인생의 새 출발을 하고있었다.

《선생님, 전선생님을 옥중에서 구출하는 일은 어찌하고있소이까? 전선생님만 구원되면 우린 다시 일어설수 있습니다.》

태봉은 열에 뜬 눈으로 권벽을 지켜보았다.

권벽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내 왜 자네 마음을 모르겠나. 우리도 줄곧 그 궁리로 밤을 밝히지만 별수가 없구만.》

《그건 왜요?》

《왜라니, 경계가 이만저만이여야 말이지. 철통같은 경계로도 모자라 밤마다 전선생을 다른 감방으로 옮겨놓군 한다네.》

왜놈들은 전봉준을 탈취당할것을 우려하여 서울까지 압송하는기간 앞에는 대포를 끌고 어마어마한 기마대를 앞뒤에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 요란한 호송행렬이 거짓일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간특한 놈들은 전봉준을 도중에서 빼돌리고 빈수레만 끌고왔던것이다. 서울에 와서는 저들의 일본령사관에 감금시켜놓고 그 주변에는 말그대로 개미새끼 하나 얼씬 못하게 경계망을 폈었다. 그리고 세론의 규탄을 우려하여 전봉준을 조선법무에 넘긴 후에도 통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한동안 씨근거리던 태봉은 참을수 없는듯 웃몸을 솟구었다.

《좋습니다. 제가 혼자서라도 선생님을 구출하겠습니다.》

권벽이 어이없어하며 태봉의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다.

《자네 거 벌떡증을 좀 고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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