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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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체포될 때 총창에 찔려 상한 다리를 제때에 치료받지 못해 전봉준은 법정으로 들고날적마다 들것에 실려다녔다. 전봉준은 그것을 가리켜 나의 교자라고 하며 웃었다.

라졸들이 법정의 복판에 들것을 내려놓자 전봉준은 들것에 앉은채로 방안을 둘러보았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맞은편 대상에 서너명의 법관들이 앉아있고 그아래 좌우에 라졸들이 늘어서있었다.

대상의 법관중에서 낯색이 허여멀쑥하여 두드러져보이는자가 새로 구성된 조선정부의 법무대신 서광범이고 그곁의 송충이같은 코밑수염으로 유표한자는 서울주재 일본령사 우찌다였다. 이노우에는 친일분자로서 입각시킨 서광범이도 미덥지 않아 자기네 일본령사 우찌다를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군지휘자들에 대한 재판에 참석시키였다.

법관석에서 서광범이가 목청을 가다듬어 소리쳤다.

《죄인을 일으켜세우라!》

라졸들이 전봉준에게 욱 달려들었다. 전봉준이 그들을 제지시키고 법관석을 향해 엄하게 소리쳤다.

《내 능히 일지 못하니 할말이 있거든 그대로 하라!》

서광범이 위엄을 돋구느라 웃몸을 젖히고 뇌까렸다.

《네 일개 죄인이거늘 감히 법관앞에서 불공이 이렇듯 심하냐!》

눈을 번쩍 뜨고 몸을 홱 돌리는 전봉준, 그의 눈에서 섬광같은 불빛이 번쩍거렸다.

《네 어찌 나를 죄인이라 하느냐!》

《동학당은 나라에서 금하는바이거늘 네 감히 작당궐패하여 동학란을 일으켜 대역의 죄를 범했거늘 어찌 죄인이 아니라 이르느냐?》

서광범이도 눈을 부라리며 마주 소리쳤다. 그는 《대역부도죄인》이란 딱지를 등에 지고 숨도 크게 못 쉬며 망명객으로 떠돌아다니던 자기를 귀국시켜주었을뿐아니라 법무대신이란 중책까지 맡겨준 일본에 충성다하기 위해 몸이 달아 날뛰였다.

전봉준은 서광범을 가소롭게 노려보았다.

《네가 동학의 얼을 알기나 하느냐? 네가 동학란이라고 하는 이번 거사에 실상 동학교도는 얼마 안되고 거개가 헐벗고 굶주린 농민들이 참가하였으니 농민전쟁이라 할지언정 결코 란은 아니다.》

무엇인가 말하려고 큰 기침을 하는 서광범이를 제지시킨 전봉준은 준렬한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다.》

손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올리는 그의 눈은 정기로 빛발쳤다.

《이번 농민전쟁은 농민들뿐아니라 쟁인바치, 아전, 유생, 군졸 등 거국일치로 토왜구국 즉 왜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원하자는 기치를 들었으니 애국충정에 불타는 사람들을 죄인이라 하는 너희는 도대체 무슨 놈들이냐! 왜놈들에게 붙어 나라를 팔아먹는 천추에 용납 못할 그 죄가 자못 크거늘 도리여 나를 죄인이라 하느냐!》

대답에 궁해 쩔쩔매던 서광범은 말머리를 돌렸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 네 처음 거사할 때 국태공 대원군과 련락이 있었지? 이실직고하라.》

전봉준이 큰소리로 웃었다.

《네 심히 어리석고나. 대원군은 유세한자다. 유세한자가 어찌 하향 백성을 위해 동정이 있었겠느냐!》

이번엔 우찌다가 전봉준을 노려보다가 비웃듯이 말했다.

《공연한짓이다. 다 알고있다.》

놈들이 전봉준과 대원군과의 관계를 따지고든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재판을 앞두고 이노우에는 법관들에게 대원군과 농민군과의 련계에 대해 파고들라고 지시했었다. 그때 우찌다령사는 무엇때문에 제거해치운 대원군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는가고 하였다. 이노우에는 우찌다를 가소롭게 치떠보며 대원군을 은퇴시키긴 했으나 그를 영영 제거해치운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원군이란 수룡과 민비라는 암룡이 권력이란 옥좌를 사이에 두고 계속 싸우게 해야 일본이 어부지리를 얻을수 있는데 정치의 묘미는 바로 이런데 있다고 빈정거렸던것이다.

전봉준은 왜놈을 무시해버렸다. 그러자 서광범이가 계속 따지고들었다.

《그럼 네 말대로 대원군과 련계가 없었다면 어찌하여 너는 척양척왜의 기치를 들었는가?》

《그것은 너희같은 역적의 무리를 제외하고는 거국이 다 일반이다. 외세를 몰아내자는것이 어찌 한사람의 뜻이겠느냐?》

낯을 찌프리고 전봉준을 내려다보던 우찌다가 송충이수염을 쫑깃거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한가지만 묻자. 우리 일본은 시종여일 조선을 돕자고 하는데 너는 어째서 기어이 우리를 침략자라 하느냐?》

랭소를 띠우고 우찌다를 한동안 쏘아보던 전봉준은 이윽고 그를 준절하게 타매하였다.

《우리 조선에는 뛰여도 벼룩이란 속담이 있지만 너희 일본에는 벼룩이 가죽 벗긴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 너희 왜놈들은 잘 보이지 않는 벼룩이도 가죽벗기는 악착하기 그지없고 악독하기 그지없는 벼룩이보다 못한 족속들이다.

간특하고 사특하고 간악하고 잔인한, 세상에 너희들같은 족속이 또 어데 있느냐! 우리 조선말에 너희들 욕할 말이 부족함을 내 분하게 여긴다.

그래, 아무런 리유와 구실도 없이 남의 나라 궁성을 습격하고 타고앉아 도륙을 내는 그런 불한당의 나라가 세상천지 어데 있느냐! 도대체 아무런 리유와 구실도 없이 남의 나라 땅에 기여올라 정의를 위해 일떠선 농민들을 마구 살륙하고 집을 불태우고 부녀자를 릉욕하는 그런 살인귀, 인백정의 나라가 고금동서 어디에 있느냐!

그래,그런 놈의 날강도나라가 침략자가 아니면 무엇이 침략자란 말이냐! 내 똑똑히 말해주마. 너희 왜놈들은 섬오랑캐, 인두겁을 쓴 야수들이다!》

전봉준은 창끝처럼 손가락으로 우찌다를 찌르며 불을 토하듯 질타하였다.

책상을 탕 하고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우찌다는 할말을 찾지 못해 낯짝만 불그락푸르락해졌다. 그러는 놈을 전봉준이가 다시금 추상같이 꾸짖었다.

《너는 나의 원쑤요, 나는 너의 원쑤다. 내 너희들을 쳐없애고 나라 일을 바로잡으려 하다가 너희 손에 잡힌바 되였으니 너희는 나를 죽일뿐이지 다른 말을 더 묻지 말라! 내 비록 원쑤의 손에 죽을지언정 원쑤의 법은 받지 않으리라!》

말을 마친 전봉준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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