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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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일성동지께서 차잔을 내리시는데 응접실출입문에 박태화가 나타나서 그이께 거수경례를 하고는 조용히 무엇인가 말씀드리였다. 그리고는 문뒤로 물러섰다.

문뒤에서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방안에까지 들려왔다.

방안공기가 긴장되였다.

그이께서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을 디룩거리는 오의성에게 량해를 구하시고 복도로 나가시였다.

복도의 창유리를 통하여 현관앞에 창억이와 동호가 키가 작달막한 청년을 붙잡고 서있는것이 내다보였다. 그 청년은 검은 덧저고리에 군복바지를 입었다.

《무슨 일이요?》

장군님께서는 박태화를 복도끝으로 데리고가서 다급히 물으시였다.

박태화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땀을 훔치고는 분격에 씨근거리며 보고하였다.

《저자가 글쎄 우리 숙소뒤 산기슭에 있는 상공당에서 수상하게 어물거리길래 가보니 글쎄… 제돌밑에 수류탄묶음을 밀어넣는게 아닙니까. 상공당이 폭파되면 인민들이 달려올게고… 그럼 혐의가 누구한테 덮씌워지겠습니까. 이건… 이건 담판을 파탄시키고 우리를 모해하려는 배신적책동입니다!》

《소리를 높이지 마오!》 하고 장군님께서는 엄하게 그를 제지시키시였다.

장군님께서 현관앞에 나서자 구국군병사는 자기 팔을 붙잡은 유격대원들을 뿌리치고 그이앞으로 달려왔다. 얼굴이 어수룩하게 생기고 눈이 가늘게 째진 애숭이청년이였다.

그 병사는 울상이 되여 부르짖었다.

《저는… 저는… 왜 상공당을 마스라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그저… 마스라고 해서…》

어느사이에 뒤따라 나왔는지 오의성이 앞에 나서며 애숭이의 어깨를 와락 거머쥐였다.

《어느 부대냐? 누가 지시했냐? 똑바로 말해라!》

병사는 공포에 눈이 뒤집혀서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령님!… 사령님!… 살려주십시오! 돈을 준다고 해서 그랬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걸 대면 전… 전… 죽습니다.》

오사령은 그의 멱살을 와락 틀어잡아 부들부들 떠는 몸뚱이를 넝마처럼 쳐들어올렸다.

《내 손에 죽는건 무섭지 않구? 누가 지시했느냐?》

병사는 얼굴이 검푸르게 질려서 눈물을 뿌리며 부르짖었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전 외아들입니다. 고향에서 앓는 어머니가 기다립니다. 사령님!…》

《대라!…》

《고… 고참모가…》

《에익!》

오의성은 병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병사는 땅에서 몇바퀴 딩굴다가 머리만 싸쥐고 죽은듯이 엎드려있었다.

오의성은 분을 참을수 없어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고참모! 고참모! 네가 감히… 나를 움직여보자구? 네놈들 손탁에 놀 내가 아니다!》

장군님께도 낯익은 이름이였다. 리광사살음모의 장본인인 그 고참모였다.

그이께서는 가슴이 떨리시였으나 오의성의 곁으로 다가가시며 부드러운 위로의 말씀을 하시였다.

《사령님, 진정을 하십시오. 거사를 이룩하자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길수 있는건데 진정을 하십시오.… 시켜서 그랬는데 저 병사는 살려주었으면 고맙겠습니다. 우리와 관련되여 여기서 피가 흐르는걸…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를 사절로 존중하신다면 삼가하여주십시오.》

오의성은 불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쓰러진 병사를 쏘아보다가 홱 돌아서 집무실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장군님께서는 쓰러진 병사를 일으켜세우시고 그의 잔등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주시였다.

애숭이병사는 머리를 떨구고 흑흑 느껴울었다.

《고향은 어디요?》 하고 그이께서는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목림입니다.》

《몇살인가?》

《열아홉살입니다.》

《이름은?…》

《하영이라고 부릅니다.》

병사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김사령님, 고맙습니다. 살려줘 고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련민이 어린 따뜻한 손길로 병사의 가냘픈 어깨를 쓸어만지며 엄하게 타이르시였다.

《열아홉살이면 적지 않은 나이인데 시킨다고 그런짓에 떠밀려다녀서야 되겠소? 그래도 집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이 나라를 찾자고 성스럽게 항일을 하는줄로 알겠는데… 우리는 구국군과 손을 잡고 왜놈들과 싸우자고 여기로 찾아왔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참 섭섭하오. 하영이… 하영이에게 그런짓을 시킨 사람들은 아주 나쁘오.》

애숭이병사는 입술을 오무리며 눈을 꼭 내리감았다. 그의 속눈섭에 구슬알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장군님께서는 병사의 운명이 못내 걱정되시였다.

《부대에 돌아가면 고참모라는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댔다고 어쩌지 않을가?… 응? 우리가 어떻게 하면 도울수 있겠는지 알려주오.》

병사는 죄를 지은 자기 운명까지 걱정하여주시는 그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김사령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참모가 때리긴 해도 죽이진 못합니다.… 서려장님과 채려장님이 결의형제를 무을 때… 두 려장님이 그 기념으로 서로 사마병을 바꽈 제가 사려장님한데서 채려장님한테로 왔습니다.… 의리를 파기하는거로 되기때문에 죽이진 못합니다.》

《아- 그렇소? 그럼 내 별일이 없도록 오사령님한테 잘 얘기해줄테니 우리 숙소에 가서 좀 쉬다가 부대로 돌아가오.》

그이께서는 박태화와 김창억이를 돌아보시며 하영이를 숙소로 데려가 식사랑 시켜서 돌려보내라고 이르시였다.

그이께서 집무실로 들어가시니 오의성은 사과의 말을 하는것도 잊고 분격에 숨을 험하게 몰아쉬며 방안을 왔다갔다하였다. 그는 담판을 파괴하려고 꾀했다는것보다는 자기 얼굴에 흙탕칠을 한것이 분하여 노발대발하다가 지쳐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군복저고리의 단추들을 다 끌러놓고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는 면구스러운 눈으로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 당장 고참모놈을 끌어다가 목을 쳐버리는게 도리이지만… 그렇게 못하니 량해하시오.… 그놈은 얼마전에 채려장의 부대에 기여든 놈인데… 채려장이 감정이 상하여 부대를 거느리고 떠나가버리면 우리 군은 다 허물어지고맙니다. 그 부대가 제일 크니까… 어허 참…》

《아, 그렇습니까?》

오의성은 시름겨운 한숨을 내쉬고는 문득 이렇게 물었다.

《리청천이라고 모릅니까?》

《왜 모르겠습니까. 그는 나와 구면입니다.》

리청천은 일본륙군사관학교를 중퇴하고 민족주의운동자들속에 끼여든 극단적인 반공분자였다. 그는 독립군안에서 령도권쟁탈을 위한 파쟁을 일삼아오다가 세상에 《흑하사변》으로 널리 알려진 류혈적인 참극을 빚어내여 전독립군을 괴멸시킨 장본인들중의 한사람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길림에서 활동하실 때 3부통합을 위하여 그와도 얼마간 접촉하신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채려장네 부대에 배겨서 고문노릇을 하는데… 이건 몇 사람만 아는 비밀입니다. 그 사람이 온 다음부터 채려장은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채려장을 뒤에서 조종하는건 그 사람입니다. 상공당을 폭파하자는것도 그 사람 머리에서 짜냈을겝니다. 우리가 련합전선을 결성해도 그 사람네는 응하지 않을겝니다. 틀림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리광을 통해 이미 알고있는 그 사실을 두고 오래전부터 리청천의 존재를 몹시 우려하시였다. 만약에 고참모가 왜놈들의 밀정이고 리청천이 고참모의 손에 놀아난다면 극악한 반공분자인 그가 어떤짓을 할지 알수 없었다.

《제가 채려장을 만나보면 어떻습니까?》

김대장이? 아니, 그만두십시오. 무슨 흉책에 걸려들지 모릅니다!》 하고 오의성은 손을 저어보였다.

 

×

 

《독립군이 와해된 다음 숲속을 홀로 헤매던 리청천은 저 남호두에서 채려장네 부대로 찾아왔습니다. 그후 그의 전술적방조를 받으며 적과 접전하여 승리하고 기관총까지 로획했답니다. 계속되는 〈토벌〉에 쫓기는 신세이고 중무장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채려장에게는 그 기관총이 대단한게였던 모양입니다. 그후부터 저 채가는 리청천이를 신주처럼 모시고 다니는데… 채려장을 뒤에서 조종하는건 그 사람입니다.》

진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장군님곁에서 걸어갔다. 그는 오사령으로부터 성미가 과격한 채려장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그이의 신변에 위험이 없도록 중재역도 잘 수행하고 신변보위도 책임적으로 하라는 임무를 받고 따라나섰던것이다. 그는 련합전선을 형성하려면 채려장을 돌려세우든지 아니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키도록 해놓는것이 중요하다는것을 잘 알고있었지만 장군님께서 그를 직접 만나는것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길림시절부터 지내봐서 그이께서 일단 결심하시고 나서시면 무엇으로써도 그 걸음을 막기 어렵다는것을 잘 아는 그는 하는수없이 따라가고있었다. 그는 채려장이 어디로 나가고 없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바라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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