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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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군님께서는 지원을 충분히 못 받고 싸우는 사려장이 우려되여 초조감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목단추를 끌러놓으시고 남문거리의 동쪽지구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시며 마음속으로 거듭거듭 채려장을 찾으시였다.

(그는 아직도 략탈에 매달리고있는가? 련합작전을 리용하여 자기 부대의 월동물자나 구하자는 속심인가? 사려장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자기 리속만 채우고있단 말인가?)

그이께서는 더 참을수 없으시여 채려장에게 전령병을 다시 보내려고 돌아서시는데 어디에선가 간간한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구국군부대들의 철수신호였다. 비감에 흐느끼는듯 한 그 나팔소리는 불길에 벌겋게 물든 하늘밑에서 처량하게 울려퍼졌다.

최춘국이 놀라서 그이를 돌아보았다.

사령관동지, 구국군이 철수하고있습니다.》

이때 한 구국군병사가 장군님께로 소리치며 달려왔다. 라자구에서 상공당을 파괴하려다가 붙잡혀왔던 어수룩하게 생긴 그 병사였다.

하영은 군모와 총은 어디다 벗어팽개쳤는지 맨머리바람이고 가슴앞에 탄띠만 둘렀다. 그는 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리며 그이를 쳐다볼뿐 말을 못하였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분노, 자기 운명 전체를 맡기려는듯 한 기대의 빛이 번쩍이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그를 진정시켜주시려고 두손을 꼭 잡아쥐시며 나직이 물으시였다.

《하영이… 부대를 탈출한게 아니요?》

《예…》

《왜 탈출했소?》

《김사령님, 고가가… 고참모가… 그자가 여기서 보낸 우리 련락병 둘을 사려장님한테로 못 가게 쏴죽였습니다!》

《뭐라구? 채려장이 아오?》

《모릅니다. 우리 두령님은 그들한테서 김사령님 명령을 전달받고는 빨리 사려장님한테로 달려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참모 그자가 몰래 뒤따라가서 쐈습니다. 우리보고 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으니까 제놈이… 제놈이 뒤쫓아가서 쐈습니다. 저는 숨어서 다 봤습니다.》

《아- 고참모… 그놈이! 이 일을 또 누가 아오?》

《리선생한테, 리청천선생한테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못 들은척합니다.… 김사령님! 제가 이리로 달려오면서 보니 사려장님부대는 란장판입니다. 사병들이 마구 철수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사려장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합니까? 사려장님은 좋은분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라자구에서의 은혜를 갚으려고 달려온 병사, 자기의 옛상관을 못 잊어 사선을 헤치고 달려온 그 병사의 소행이 기특하시여 그의 두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하영이, 수고했소. 알려줘 고맙소.… 라자구에서는 그때 별일이 없었소?》

하영이는 문득 설음이 북받쳐오르는듯 흑흑 느껴울었다.

《김사령님, 저는 부대에 못 돌아가겠습니다. 무서워 못 가겠습니다!》

《그럼 당분간 여기 있소.》

그이께서는 성림이를 시켜 하영이를 안전한 곳으로 내려보내신 다음 불길이 충천하는 남문거리의 동쪽지구를 다시 바라보시며 주먹을 부르쥐시였다.

(아, 귀축같은놈!)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사려장의 방향을 바라보시다가 혼자말씀으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사려장이… 사려장이 쓰러진것 같소!》

《예?》 하고 최춘국은 놀라서 눈을 번쩍이였다.

《사려장은 우리 련락을 못 받았기때문에 적의 정면으로 돌입하다가 적의 화력에 쓰러졌는지도 모르오.》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이의 음성은 비통하게 울리시였다.

《최춘국동무, 동무는 이제부터 날파람있는 대원 몇명을 데리고 남문거리로 달려가오. 사려장의 생사여부를 알아보오. 부상당했다면 성밖으로 반출하오. 책임적으로… 운명했다고 해도 시신을 왜놈들한테 절대 넘겨줘서는 안되오.… 알겠소?》

《옛!》

춘국의 얼굴에는 비장한 결심이 어리였다.

옥상에서 내려 현정부의 마당으로 나오신 장군님께서는 권총을 빼들고 수비대병영과 위만군병영에서 마지막섬멸전을 벌리고있는 부대들쪽으로 달려가시였다.

총탄이 울부짖고 화광이 번개치는 속으로 뛰여가시는 그이의 모습이 초연속에서 언뜻거리며 멀어졌다.

최춘국은 가슴을 조이며 그이의 뒤모습을 지켜보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섰다.

 

×

 

최춘국은 김창억이와 마동호를 비롯한 다섯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남문거리쪽으로 달려갔다.

불구름에 휩싸인 남문거리는 무질서하게 퇴각하는 구국군병사들로 수라장을 이루고있었다.

최춘국은 도망치는 구국군병사들을 붙잡고 사려장의 지휘처가 어디냐고 물었다. 모두 눈을 희번뜩이며 모른다고만 대답하였다.

최춘국은 대원들과 함께 시체들이 너저분하게 널린 거리를 따라 령사관거리쪽으로 올라가면서 지휘처로 됨직한 건물들속으로 들어가보군 하였다.

초연과 피비린내가 거리에 흘렀다. 앞에서는 기관총들이 울부짖었다.

최춘국은 입에 손나팔을 대고 피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려장-》

다른 대원들도 그에게 목소리를 합치였다.

《려장님-》

그들이 목이 쉬도록 려장을 부르며 거리와 골목들을 누벼나가는데 길가의 한 울타리안에서 구국군장교와 대여섯명의 병사들이 뛰여나왔다. 울타리안에서 누군가의 절통한 부르짖음소리가 터져올랐다.

《서라- 돌아서라- 이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비분에 떠는 목소리였다.

최춘국은 울타리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몸집이 우람한 구국군장교가 무릎걸음으로 기여나오다 그를 쳐다보더니 손에 쥔 권총을 관자노리에 가져갔다. 사려장이였다. 려장은 그를 왜놈으로 본 모양이다.

최춘국이 번개같이 달려들며 권총을 걷어찼다. 권총은 허공으로 날아올라가며 발사되였다. 하늘이 허물어져내리는듯 한 굉음과 함께 려장은 주먹으로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어- 으흐흑…》

최춘국이와 김창억이 려장을 안아일으켰다.

《려장님… 려장님… 려장님을 구출하라고 우리 사령관동지께서 저희들을 보냈습니다.》

그의 눈에 감사의 눈물이 괴여올랐다.

《김사령이?… 김사령이?!》

사려장은 몸을 화들화들 떨며 그들을 쳐다볼뿐 말을 더 못하였다. 최춘국은 대원들의 도움으로 그를 업었다.

이때 울타리밖에서 여러개의 철갑모가 번뜩거렸다. 왜놈들이였다.

창억이 울타리밖으로 수류탄을 내던지고 경기관총을 휘둘렀다. 울타리가 와지끈 부서져 날아나고 왜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딩굴었다.

창억이는 뭉개쳐오르는 초연속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빨리-》

그의 뒤를 따라 사려장을 업은 최춘국이와 나머지 대원들이 달려나갔다. 그들은 남문거리에 나서자 성문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왜놈들은 거리복판으로 추격해오며 총질을 하였다.

창억이는 려장을 업은 최춘국을 앞세우고 추격해오는 놈들에게 경기를 휘두르고 냅다 뛰여가군 하였다. 적들은 어둑한 골목안과 지붕에서도 그들을 향하여 총을 쏘아댔다. 창억이와 마동호를 비롯한 대원들은 달려가면서 혹은 뒤걸음이나 가재걸음을 치면서 놈들에게 맞총질을 하였다. 지붕에서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며 굴러떨어지는 놈도 보였다.

사려장을 업은 최춘국은 자주 뒤를 돌아보며 제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웨쳐댔다.

《창억이, 빨리- 동호- 빨리-》

그의 잔등에 업힌 사려장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김사령! …김사령!》

그리고는 다리를 척 늘어뜨렸다. 그의 발끝이 길바닥에 칠칠 끌렸다. 급해맞은 최춘국은 벌컥 역증을 냈다.

《려장, 려장 발을… 발을 좀 드시오. 젠장, 발을 좀 들란 말이요.…》

그러나 려장은 발을 들지 않았다. 창억이 뒤따라가며 소리쳤다.

《중대장동지, 중국말로… 중국말로 하오!》

최춘국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뛰여가며 역증을 냈다.

《발을 드시오, 발을…》

그는 이 다급한 정황에서 중국말이 인차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거리 한복판을 따라 남문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등뒤에서 벼락치는 총성, 왜놈들의 짐승같은 고함소리, 헉헉거리는 숨소리… 들쑹날쑹한 길바닥이 파도치는듯도 하고 아찔한 나락으로 구겨박히는듯도 하였다.

드디여 앞에 남문이 바라보였다. 그것을 보자 모두 다리맥이 탁 풀리며 무릎이 와들와들 떨렸다.

성벽에 유격대원들이 붙어서서 그들을 뒤쫓아오는 놈들에게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그들의 탈출을 위하여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엄호대원들이였다.

최춘국은 성문밖으로 나오자 사려장을 업은채로 길바닥에 쓰러지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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