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6 회)

제 7 장

3 국 간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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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슈마이꼬는 일본의 이름난 정양지인데 더우기 사꾸라꽃이 만발한 봄철이면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정계의 거물이나 재계의 갑부, 명사들도 있었다.

한 아담한 휴양각의 응접실에 야에와 함께 앉아있는 외무대신 무쯔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야에가 애교를 띠운 얼굴로 무쯔에게 추파를 던졌다.

《음.》

안락의자에서 일어선 무쯔가 방안을 천천히 거닐었다.

《이번에 시모노세끼에서 참으로 긴장한 나날을 보냈소. 나와 이또총리의 어깨에 제국의 운명이 걸머지워있었으니까.》

《그래, 일청전쟁의 강화조약은 체결되였나요?》

《아무렴.》

야에는 안락의자에서 발딱 일어나 무쯔의 목을 정답게 그러안으며 어리광부리듯 속삭였다.

《정말 수고했어요.》

야에의 허리를 그러안고 다시 안락의자에 앉은 무쯔는 《시모노세끼조약》에 대해 긍지높이, 자랑스럽게, 소리높이 말했다. 하긴 이제는 비밀도 아니였다.

며칠전인 4월 중순에 일본의 시모노세끼에서 청일간의 담판이 진행되였다. 담판에는 청국측에서 북양대신이며 직예총독인 리홍장이, 일본측에서는 이또 히로부미총리가 전권대표로, 무쯔 무네미쯔외상이 부전권대표로 참가하였다. 담판에서 간활한 일본측은 부패무능한 청국측을 위협공갈하여 다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은 우선 조약 1조에서 청국으로 하여금 조선이 완전한 독립국임을 인정시켰는데 이것은 사실상 조선에서 청국세력을 내몰고 조선을 독점적지배지로 만들기 위해 일청전쟁을 도발한 일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또한 조약 2조에서 일본은 청나라로부터 대만, 료동반도, 팽호렬도를 떼여냈으며 3억 수천여만의 많은 돈을 전쟁배상금으로 받아냈다.

이리하여 전승에 대한 희열은 일본국내에 충만되고 국민의 들뜬 마음은 절정에 달하고있었다.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에 이것도 저것도 무엇이나 다 요구하려고 공상에 부풀어서 기뻐 어찌할바를 모르고있었다.

무쯔는 자기 말을 눈빛을 반짝이며 귀가 솔깃해서 듣고있는 야에를 조롱기어린 어조로 시까슬렀다.

《정치에 관심이 높구만. 야에도 정치가가 되려오?》

무쯔의 말에 야에는 짐짓 앵돌아진척 하였다.

《못될건 뭐예요? 지금도 조선을 민비가 통치하고있지 않나요. 그래서 당신도 민비때문에 골치를 앓고있고…》

《야에, 당신이 감히 민비를. 허허…》

《웃지 마세요.》

《그러지요, 중전마마.》

《중전이란 갑자기 뭐예요?》

《조선에선 민비를 그렇게 부르오.》

잠시 무쯔를 신뢰와 존경, 사랑이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던 야에는 두손을 맞잡으며 감동되여 말했다.

《무쯔, 당신은 정말 일본의 남아 아니, 영웅이예요.》

무쯔는 좀 면구스러워하면서도 얼굴은 자부심으로 환해졌다.

야에는 무쯔의 손을 잡고 교태를 부렸다.

《무쯔, 나한테 언약 아니, 서약해요.》

《혼사말가운데 상사말이라더니 갑자기 서약은 무슨?》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서약을 말이예요.》

《야에, 난 당신 하나만을 사랑하오.》

《그 사랑이 변함없다는걸 서약하세요.》

《좋소, 하지.》

그러자 야에가 책상으로 다가가 지필묵을 가져왔다. 그러나 무쯔는 야에가 내미는 종이장을 집어 획 내던져버렸다.

《이건 뭐예요?》

무쯔는 눈이 둥그래지는 야에의 어깨를 잡아 삑 돌려앉혔다. 그리고는 야에의 웃옷을 우로 잡아젖히였다. 야에의 백자기같은 하얀 잔등이 드러났다.

무쯔의 여느때 다른 우직스러운 행동에 야에는 당황해했다.

《왜 이래요?!…》

《서약을 하자는거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이렇게 중얼거리며 무쯔는 야에의 잔등에 입묵하였다. 흰 잔등에 《무쯔》라는 까만 글씨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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