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 회)

제 7 장

3 국 간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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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날 오후 어깨를 드러내놓은 무쯔와 야에가 더운 온탕속에 앉아있을 때였다.

문득 밖에서 사환이 조심스럽게 아뢰는 소리가 울렸다.

《외상각하, 각하, 손님이 왔습니다. 》

무쯔는 결핵환자특유의 신경질을 부리였다.

《나간다고 해!》

《제가 나가봐요.》

백포로 몸을 감싼 야에가 온탕문을 열었다. 복도에서 초조하게 선자리걸음을 하던 외무차관 하야시 다다스가 목례를 했다.

《아 옥상, 오래간만입니다. 무쯔각하를 좀…》

유까다의 허리띠를 매며 실내화를 끌고오는 무쯔에게 하야시가 얼른 머리를 숙였다.

《각하, 안녕하십니까? 급한 일이 제기되여…》

《무슨 일이요?》

《큰일났습니다. 이 문건을 좀 보십시오.》

하야시가 가방에서 꺼내준 문건을 받아든 무쯔는 응접실쪽으로 걸어가며 문건을 읽었다. 하야시가 그의 곁을 따라걸으며 설명했다.

《도꾜에 주재하는 로씨야, 프랑스, 도이췰란드의 세 공사가 우리 외무성에 와서 각각 본국정부로부터 받은 훈령을 전달하였습니다. 훈령의 내용은 보시는바와 같이 <대륙의 일부인 료동반도를 일본이 소유하는것은 땅으로 련결되여있는 조선의 독립을 위태롭게 하고 청국의 안전을 위협하기때문에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이것을 포기할것을 권고한다.>는것입니다.》

무쯔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쳐들었다.

《3국간섭이란말이지. 이거 앉은벼락인걸.》

하야시가 황급히 무쯔의 말에 호응했다.

《그렇습니다. 각하, 정세는 일본에 어렵게 되였습니다.》

정세가 일본에 어렵게 되였다는 하야시의 말을 무쯔는 충분히 리해했다. 그는 로씨야가 작년이래 강대한 해군력을 일본과 청나라연해에 대기시키고있으며 이 방면의 함대는 24시간이내에 출동할수 있게 준비하고있다는 정보를 이미 알고있었다. 따라서 지금 일본은 정부의 태도여하에 따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국면에 직면할수 있었다.

무쯔의 얼굴에 고뇌의 표정이 짙게 어렸다.

《료동반도를 내놓으라… 이건 삼킨 고기덩이를 도로 뱉아놓으라는 소린데… 로씨야의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지.》

무쯔는 받아쥔 문건으로 손바닥을 툭툭 때리며 혼자소리하듯 씨벌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남하정책을 실시하면서 씨비리철도를 부설중에 있는 로씨야는 극동의 정세가 변하는것을 달가와하지 않습니다. 로씨야의 태도에 경솔하지 말아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야시의 말에 무쯔는 역증을 냈다.

《물론 경솔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3국간섭에 굴복한다면 작년부터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승리를 거둔 륙해군과 이를 위해 고심어린 노력을 기울여온 정부요인들 그리고 일청조약으로 환희에 들떠있는 국민이 얼마나 실망하고 분격하겠는가 말이요.》

하야시는 난처한 기색으로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말을 뗐다.

《3국의 간섭문제와 관련하여 24일에 어전회의가 열리므로 외무대신각하의 의견을 알리라는 이또총리각하의 분부입니다.》

무쯔는 심중한 기색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다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은 3국에 대하여 단 일보도 양보할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표시하며 그들이 어느 정도의 각오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있는가를 잘 관찰한 후에 다시 토의하는것이 좋겠다는것이요. 일은 아주 중대하기때문에… 될수록 그때까지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하시오.》

하야시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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