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7 장

3 국 간 섭

2

(1)

 

고개를 갸울어뜨린 아정이가 저고리고름과 치마말기를 세차게 나붓기며 달음박질치고있었다. 그는 대문을 활 열어젖히고 건청궁의 마당으로 뛰여들었다. 대문을 열어놓은채 마당을 꿰질러 줄달음치는 아정이의 방정치 못한 거동을 보고 상궁들과 궁녀들이 눈을 흘기고 환관들이 《쯧, 쯧.》 혀를 찼다.

줄땀을 흘리며 복도로 종종걸음쳐오는 아정이를 보고 조상궁이 덴겁하여 물었다.

《홍상궁, 웬일이오?》

《어서 어서 중전마마께…》

편전안에서 아정이를 들게 하라는 민비의 말소리가 울렸다.

편전에 급히 들어선 아정은 민비앞에 다가가 부복하였다.

민비도 저으기 놀라는 기색이였다.

《홍상궁, 어인 일이냐? 땀을 다 흘리며…》

하지만 아정의 얼굴은 환희로 불탔다.

《중전 마마!…》

《어서 말을 해라.》

《일본이, 왜놈들이 3국에 무릎을 꿇었소이다.》

《응? 무슨 감투끈인지 네 말을 듣고서야 어디 알겠느냐?》

《마마, 이 신문들을 보옵시오.》

아정은 들고온 신문말이를 민비앞에 펼쳐놓았다.

《제 방금 정동구락부에 들렸댔는데 손타크부인이 오늘 우편기선으로 도착한 신문이라면서…》

민비는 신문을 한편으로 밀어놓았다.

《꼬부랑글자를 내가 어디 아느냐?》

《참 쇤네가… 중전마마, 일청조약으로 일본이 청나라의 료동반도, 대만, 팽호렬도를 차지하게 되여있지 않사옵니까?》

《그래서?》

《그런데 아라사(로씨야), 독일(도이췰란드), 불란서(프랑스) 세 나라가 일본이 료동반도를 차지하는것은 조선의 독립과 청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기때문에 포기하라고 일본에 항의각서를 냈는데 일본이 어쩔수없이 그것을 받아물었다는겁니다.》

《응, 그게 정말이냐?!》

아정이 민비에게 신문을 펼쳐보이며 설명했다.

《이것 보십시오. 여기 이런 글이 있습니다. <일본제국정부는 귀국정부의 우호적인 충고에 따라 료동반도의 영구소유를 포기한다는것을 약속한다.> 또 이런 글도 있소옵니다. <5월 9일 도꾜주재 3국공사는 일본외무성을 방문하고 각각 자기 정부의 만족의 뜻을 전하였다.>》

《그러니 일본이 다 삼킨 고기덩이를 다시 뱉아놓았단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기승스러운 일본도 아라사앞에서는 꼼짝 못하는구나.》

《그러하옵니다.》

《10년묵은 체증이 뚝 떨어진듯이 속이 시원하구나. 그 악어같은 일본이…》

민비는 별로 덥지도 않은데 연상우의 부채를 집어들더니 활활 부채질을 했다. 그는 홀연 부채를 탁 접으며 아정이에게 분부했다.

《상감마마께 듭시라구 여쭈어라.》

《알아모셨소옵니다.》

아정이 자리를 일어 편전을 나간 뒤 얼마 안되여 고종이 소매자락을 휘저으며 기운차게 걸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벙글거렸다.

민비의 편전에 기분좋게 들어선 그는 민비의 곁에 앉으며 말을 뗐다.

《곤전 들으셨소?》

《예, 방금.》

《허허.》

기쁨에 겨워 웃는 고종에게 부채를 섬기며 민비가 입을 열었다.

《페하, 이런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하고있었습니다.》 민비의 목소리는 밝고 맑았다.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아무 일이나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할수 있다고 우쭐대던 일본이 그 거만한 코대가 보기 좋게 꺾어졌으니… 아라사는 그에 비하면 얼마나 강한가요. 한명의 병사도 움직이지 않고 일본을 눌러놓았으니 말입니다.》

《그럼, 칼집에서 칼도 뽑지 않고 일본을 이겼지.》

고종은 민비의 말에 감동되여 거듭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상 웃음이 벙글거리는 그의 기쁨이 민비의 즐거운 기분에 휩싸여 더 커지는듯싶었다. 챙챙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 녀자의 눈길에 재기가 번뜩이고 그것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빛을 더해주었다.

내심에서 불타는 등불이 얼굴에 내비치는듯한 민비, 고종은 안해의 얼굴을 다함없는 애정과 신뢰에 넘쳐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고종은 흐뭇하여 자그마한 민비의 손을 잡고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는 안해 민비를 품에 꼭 껴안았다.

민비는 고종의 품에 안겨 기쁨에 겨워 속살거렸다.

《래일은 아라사공사부부를 초청하여 즐거운 소연회를 베풉시다. 웨벨공사부인이 아라사의 진귀한 물건을 보내주었는데 이에 감사의 말도 전하는겸…》

《어서, 어서 중전의 마음대로 하시오.》

고종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는 표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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