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1 회)
제 7 장
3 국 간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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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내각총리 김홍집이가 외무대신 김윤식이와 함께 고종과 민비를 알현하였다.
그들의 얼굴에 신중한 기색이 어린것을 보고 민비는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였음을 직감하였다.
《오늘 아라사, 미국, 영국, 독일, 불란서공사들이 우리 외무에 공동항의문을 제출하였소옵니다.》
먼저 입을 연 김윤식이가 두루마리를 펼쳐들더니 침중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소신이 읽겠소이다. 공동항의문은 아래와 같소이다. <조선정부는 철도, 전신, 광산 등 중요리권을 장기계약으로 어느 한 나라에만 주고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어느 한 나라라는것은 다름아닌 일본을 가리키는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또한 그렇게 하는것은 조선에도 극히 불리하다. 또한 인천의 조계지에서는 각국 사람들이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에 가까운 제일 좋은 지역을 어느 한 특정한 나라에만> 이 특정한 나라라는것도 일본을 가리키는것이옵니다. <사용하게 하고있다. 우리들의 정부는 이와 같은 불공평한 조치를 보고만 있을수 없다. 조선정부가 대책을 잘 강구하기 바란다. > 공동항의문은 우와 같소옵니다.》
고종은 물론 민비도 표정이 신중해졌다.
민비가 혼자소리하듯 뇌였다.
《조선판 5국간섭이로군.》
고종이 김홍집에게 물었다.
《대감, 각국이 요구하는 리권이란 어떤것들이요?》
김홍집이 침착한 어조로 하나하나 설명했다.
《우선, 미국은 평안도 운산광산채굴권과 경인(서울-인천)철도부설권을 요구하고있사오며 아라사는 함경도의 경성, 종성 광산채굴권과 무산과 압록강, 울릉도산림채벌권을 요구하고있소옵니다. 그리구 독일은 강원도 금성군 당현금광채굴권을 요구하며 불란서는 경의(서울-의주)철도부설권을 요구하고있소옵니다.》
고종이 울뚝하며 내뱉았다.
《이건 뭐 이 땅을 벼락맞은 소고기로 아는가!》
민비도 한숨을 내쉬더니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상감마마, 일본의 본을 따서 이제는 각국이 우리 나라를 뜯어먹으려 하옵니다. 하오나 이것은 일본이 우리 나라에서 독판치지 못하게 하는덴 유리할것 같소옵니다.》
이렇게 말한 민비는 생각깊은 눈길로 어느 한점을 응시하더니 고종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수부동이란 말이 있소옵니다. 다섯마리 짐승이 서로 무서워 꼼짝 못한다는 소리옵니다. 코끼리, 쥐, 고양이, 승냥이, 독수리, 이렇게 다섯마리 짐승이 있는데 코끼리는 쥐가 귀속으로 파고들가봐 무서워 꼼짝 못하고 쥐는 고양이가, 고양이는 승냥이가, 승냥이는 독수리가, 독수리는 코끼리가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말이옵니다. 우리가 세계 여러 나라에 리권을 나누어주면 일본이 이를 갈것이옵니다. 이것도 일종의 이이제이 즉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견제하는 방략으로 될줄로 아옵니다.》
고종은 물론 김윤식이도 민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김홍집은 생각깊은 표정이였다.
김윤식이가 민비에게 한마디 권고했다.
《이노우에공사에게 이 사실을 통보함이 어떠하올지?…》
《그리하세요.》
민비도 찬동을 표시했다.
《그럼 소신이 일본공사관으로 가겠소이다.》
그 말에 민비가 발끈하며 김윤식을 쏘아보았다.
《뭣때문에 외무대신이 일본공관에 찾아간다는겁니까?》
《그럼?》
《외무공관에 이노우에를 호출하세요. 그리고 공동잠정조약에 따라 허가한 경인철도부설권을 일본이 지금껏 리행하지 않기때문에 그것을 미국이 요구한다는것도 알려주세요.》
고종이 제꺽 민비의 말을 지지해나섰다.
《그게 좋겠소. 이제는 우리도 공박을 가합시다.》
민비가 우쭐렁거리기를 좋아하는 이노우에의 작태를 머리속에 그려보며 쓰거운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일본만이 특수하다고 특권을 요구한다면 《조선은 독립국이다.》고 부르짖던 저들의 주장을 부정하는것으로 되겠으니 이노우에도 고패를 숙일수밖에 별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