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 회)

제 7 장

3 국 간 섭

3

 

봄날을 즐기며 해빛을 반기며 고종과 민비는 함화당정원을 거닐고있었다. 고종의 목화와 민비의 자그마한 꽃신이 금잔디우로 옮겨지고 있었다.

《공동항의문을 전해들은 이노우에가 앙앙불락하더라오.》

웃음을 띠운 고종이 민비를 건너다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민비도 고종을 마주보며 웃었다.

《그랬을테지요.》

문득 고종의 목화가 멈추어서더니 의혹에 찬 목소리가 울렸다.

《곤전, 이게 무슨 꽃나무요?》

소나무들사이에서 가까스로 꽃을 피운 사꾸라나무를 가리키며 고종이 하는 말이였다.

민비는 그것을 하찮게 거들떠보며 시답잖게 대척했다.

《이노우에공사가 작년에 부임해오면서 가져온 나무입니다. 뭐 일본의 국화라던지…》

《그럼 제대로 심어야지 소나무들사이에서 살아나겠소?》

《그까짓 살겠으면 살고 죽겠으면 죽고…》

《음.》

다시 걸음을 옮기던 고종이 민비에게 의논조로 물었다.

《그건 그렇구. 참 곤전, 일본에 특명전권공사로 누구를 파했으면 좋겠소?》

《일본에 말입니까?》

생각에 잠기던 민비는 이윽고 눈빛을 빛내며 고종을 건너다보았다.

《준용이를 보냅시다.》

《준용이를?》

《일본엔 정말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보내야 하는데 준용이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건?》

《페하, 일본이 어떤 나라입니까? 그런 범의 굴로 정신을 잃지 않을 사람을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준용이는 어떤 경우에도 종실과 조정을 배반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고종의 얼굴에 저으기 감읍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곤전이 우리 종실사람을 그렇게 높이 사주니 고맙구려.》

《페하, 그뿐이 아니옵니다. 준용이가 이 한양에 있으면 왜인들이나 나쁜놈들이 또 우리 종친들을 리간모해하는데 그를 리용할수 있습니다. 당분간 물건너로 보내는것이 합당한줄로 압니다.》

《곤전의 말씀이 옳소.》

민비의 말에 이렇게 응대한 고종은 뒤를 돌아보며 시종에게 종정경 리준용이를 곧 편전에 들게 하라고 분부하였다.

편전에 부복한 리준용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민비가 어서 편히 앉으라고 부드럽게 일렀다.

《황공하옵나이다.》

머리를 조아린 리준용은 자리를 고쳐 정히 앉았다.

《너를 일본에 특명전권공사로 파하려 하는데 네 의향은 어떠냐?》

고종이 리준용이에게 묻는 소리였다. 민비도 웃음을 물고 준용이를 바라보았다.

준용은 좀 당황해하더니 닭알같은 침을 꿀꺽 삼키고나서 고종과 민비를 갈마보았다.

민비가 미소를 띠우고 너그럽게 일렀다.

《그렇소. 페하께서는 준용이를 우리 나라의 특명전권공사로 일본에 파견하실 작정이시오.》

그랬어도 준용은 믿어지지 않는지 입을 벌리지 못했다. 아직 어린 자기를 특명전권공사로 일본에?!…

민비는 여전히 너그럽게 웃었다.

《자기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게 아니요? 남이장군은 준용이나이때에 벌써 병조판서를 했을려니.》

준용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불현듯 엎드리는것이였다.

《황은이 망극하오이다.》

준용은 감격에 사무쳐 어깨를 떨었다.

부드럽게 이르는 민비의 말에 준용은 눈물을 씻으며 바로 앉았다.

민비가 정색하여 입을 열었다.

《일본이 어떤 나란가 하는건 페하께서 말씀하시지 않아도 준용이가 잘 알리라고 생각하오. 이런 나라에 왜 준용이를 보내는가? 이것 역시 령리한 준용이가 스스로 깨닫고있으리라고 생각하오. 당부하고싶은건 어느때 어디서도 조선의 얼을 잃지 말라는것이요. 저 예적 3국시기에 일본에 건너간 계림(신라)의 사신 박제상은 왜국의 신하가 되라고 꼬드기는 왜왕에게 호통치기를 <내 차라리 계림의 개, 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로는 되지 않겠다.>고 했소. 이런 심지만 굳다면야 적굴에 간들 무슨 두려울게 있겠소. 준용이도 그렇게 하지?》

준용이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들먹이였다. 이윽고 얼굴을 쳐든 눈물어린 그의 눈에 결연한 빛이 비꼈다.

《량위페하, 대해같은 은총에 소신이 어찌 결초보은하지 않사오리까. 일본과 같은 적굴이 아니라 끓는 기름가마속에 떨어진대도 절대로 배달의 얼을 잃지 않겠소이다.》

그의 말에 감동된 고종과 민비도 머리를 주억거렸다.

운현궁의 솟을대문을 쫙 열어제끼며 마당으로 뛰여든 준용은 희열에 넘쳐 소리쳤다.

《할아버님!》

《할머님!》

사랑방문이 열리며 돋보기를 낀 대원군이 내다보았고 안방문이 열리며 민부대부인이 내다보았다. 뒤이어 여러 방문이 열리며 문객들과 노복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준용은 사랑채퇴돌우에 신발을 벗어던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랑채뜰에 모여든 사람들이 궁금증으로 방문을 쳐다보았다. 방문이 펄쩍 열리더니 대원군의 호령기있는 소리가 울렸다.

《여봐라!… 부대부인더러 어서 사랑채로 듭시라 해라.》

《예이.》

청지기가 중문너머 안방쪽으로 뛰여갔다.

이윽하여 사랑채로 허둥지둥 뛰여온 부대부인은 대원군과 함께 손자 준용이의 말을 넋을 잃고 들었다.

대원군이 무릎을 치며 떠들었다.

《부인 들으셨소? 우리 준용이가 주상의 령을 받들고 일본에 특명전권공사로 간다오.》

《예에, 들었수다.》

《으음!》

대원군은 오른다리를 들어 왼다리우에 올려놓으며 호기있게 웃몸을 흔들었고 민부대부인은 저고리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굽을 눌렀다.

대원군이 손을 뻗쳐 준용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됐다! 됐어! 우리 준용이가 이 조선국을 대표하는 공사가 되다니! 음…》

부대부인도 준용이의 어깨를 그러안으며 눈물지었다.

《너를 크게 믿는 주상과 중전의 어지가 고맙구나.》

행복에 겨워 할머니에게 안긴채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준용이의 볼에도 뜨거운것이 흘렀다.

대원군이 눈을 슴벅이며 당부했다.

《왜국에 가더라도 종친답게 당당하게 처신해라!》

《량위 페하께서도 그 당부를 하시더이다.》

《그랬을테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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