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3 회)
제 7 장
3 국 간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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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이샤쯔바람으로 사꾸라나무에 물을 주고있는 이노우에에게 다가온 오까모도가 짜증스럽게 내뱉았다.
《각하, 3국간섭이후로 조선놈들이 점점 엇서나가는데 무슨 방략이 있어야겠습니다.》
《나도 그 문제때문에 생각중이요.》
허리를 편 이노우에도 이마살을 찌프렸다.
《워낙 조선인들의 반일감정이 강한데 이번 3국간섭을 아주 속시원해하고있습니다.》
허리에 한손을 짚고 선 이노우에는 생각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본의 권위가 경사지를 굴러가듯 저락된단 말이지.》
오까모도는 짧은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기며 어쨌든 궁성에 민왕후가 있는 한 일본의 세력쇠퇴를 멈춰세울수 없다고 했다.
《아니, 아직은 그 녀자를 건드리지 맙시다. 국제여론도 생각해야지.》
《그럼?》
이노우에는 오까모도의 팔굽을 툭툭 쳤다.
《변죽을 울립시다.》
이노우에의 낯에 악의에 찬 음흉한 웃음이 비꼈다. 그는 오까모도에게 이제 곧 법무고문 호시, 내무대신 박영효, 법무대신 서광범이를 자기 방에 모이도록 스기무라에게 전하라고 하였다.
이윽하여 이노우에의 집무실에 모인 박영효, 서광범, 호시들은 여느때 달리 험악한 이노우에의 표정을 보고 긴장해졌다.
이노우에는 여러 관리들을 일별하고나서 집무탁에 팔굽을 세웠다.
그는 조선에서 전봉준이를 수괴로 하는 민중의 반일세력은 진압되였으나 배일분자들의 책동은 음으로, 양으로 계속되고있다고 내뱉고나서 그들은 3국간섭으로 인한 일본의 아량있는 양보를 그 무슨 허약으로 오판하고 더욱 고개를 쳐들고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기들은 이에 강한 대응책을 취하지 못하고있는데 례컨대 지난해말 내무협판 김학우의 암살사건도 그 배후에 배일세력이 있다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증거미상으로 유야무야해치우고있는것이 그 단적인 실례라고 오금을 박았다.
법무대신 서광범이 난처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저, 그건 이미 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법무고문 호시가 그의 말을 꺾었다.
《살인사건엔 시효가 없소.》
이노우에가 그의 말에 제꺽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 살인사건 아니, 반일사건엔 시효가 없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친일파인 김학우암살사건에 대원군이 개입했으리란것은 누구나 의심치 않으면서도 대원군을 지명공격하려고는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대원군의 하수인은 그의 손자인 리준용이다. 그러니 대원군이자 리준용이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이들은 종친이며 종친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계통이다. 따라서 이들을 넘어뜨리는것은 곧 조선왕실을 꺼꾸러뜨리는것으로 된다. 이것을 계기로 3국간섭으로 우리 일본에 엇서는 모든자들에게 강한 타격을 주고 위협공갈해야 한다고 이노우에는 악에 받쳐 고아댔다.
박영효와 서광범은 살기가 어린 이노우에의 험상궂은 얼굴을 좀 겁기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들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이노우에가 침을 박았다.
《박영효내무대신과 서광범법무대신은 이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겠소.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당신들을 그 자리에 앉힌것이요. 알겠소?》
박영효와 서광범은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잠시후 서광범이가 어정쩡하게 말했다.
《저 각하, 리준용은 며칠후에 일본에 특명전권공사로 떠나게 되여있습니다.》
이노우에가 싸늘하게 웃으며 이새로 내뱉듯이 지껄였다.
《일본에?… 천만에, 일본이 아니라 감옥에 처넣어야 하오. 아니, 저승으로 보내야 하오.》
이노우에의 차디찬 웃음에 얼어든듯 박영효와 서광범은 대번에 굳어지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