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회)

제 7 장

3 국 간 섭

4

(2)

 

이노우에는 공사관 1층에 꾸린 검도장에서 매일과 같이 검도훈련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그의 검도수준은 대단하여 공사관은 물론 서울시내에서도 그를 당할자가 없었다. 오늘도 그는 검도장에서 방금전까지 호시와 함께 검도를 하다가 휴식하는중이였다.

《오늘은 내가 졌네. 아니, 져주었지.》

호시가 고뿌에 기린맥주를 부어마시며 이노우에에게 한마디 던졌다.

호시는 아이적부터 《가보쨔(호박)》란 별명으로 불리웠는데 아닌게아니라 얼굴이 호박처럼 가로 퍼진 둥글납작한 형이였다.

호시의 말에 이노우에가 기를 돋구었다.

《져주었다? 그럼 다시한번 겨루겠나?》

호시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럴새가 없네. 김학우건을 결속지어야지.》

그러자 갑자기 이노우에는 거북스러워하며 량해하고 제 말을 들어달라고 하였다.

사실 김학우살해사건은 대원군을 정계에서 내쫓기 위해 이노우에의 지시에 의해 일본인들이 감행한 자작극이였다.

이노우에의 말을 들은 호시는 놀란 눈길을 치뜨더니 배신당한 울분으로 벌떡 일어섰다. 이노우에가 손세를 하며 앉으라고 게면쩍게 말했다.

호시는 여전히 볼이 부어 어쩌면 자기까지 속였는가고 역증을 냈다. 그래서 말해주지 않는가고, 대원군제거의 여론을 조성하려면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다고 이노우에는 다시 호시를 설복했다.

리해가 되는듯 고개를 끄덕거린 호시는 이번 기회에 운현궁을 송두리채 날려버리겠다고 장담했다.

그러자 이노우에는 그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호시를 만류했다. 그는 제법 현자연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에 침뱉지 말라. 그 우물을 언젠가는 다시 먹을 때가 있으려니.》하고 로씨야의 속담까지 인용하고나서 대원군은 아직 리용가치가 있는자이므로 지금은 대원군의 그림자와 같은 리준용을 제거해치워야 한다고 력설했다. 대원군의 맏손자인 리준용은 젊고 총기가 있고 장차 제2의 대원군이 될수도 있으며 자칫하면 허약한 왕태자를 대신하게 될수도 있다고 이노우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호시는 리해가 되지 않는듯 호박같은 얼굴을 찌프렸다.

《무슨 소릴 하나? 자네는 리준용을 주일공사로 보내겠다는 조선정부의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나?》

《에, 그건 첫째로, 당장은 민비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였고 둘째로, 장차 민비에게 안겨질 심리적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지. 대원군은 더 말할것 없고…》

호시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는 정치가라기보다 훌륭한 연극쟁이일세.》

이후 호시는 이노우에의 지시를 받아가며 김학우살해사건을 리준용모반사건으로 둔갑시켰다. 며칠후 그는 자기가 작성한 문건을 들고 이노우에를 찾아와 결재를 받으려고 했다.

《벌써?》

이노우에는 이마너머로 호시를 건너다보며 자못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연극은 시간예술인데 시간이 튀면 만사가 나무아미타불이지.》

《자네가 읽게.》

호시가 종이장을 들고 읽었다.

《리준용모반사건에 대하여

<리준용은 대군주페하를 퇴위시키고 자신을 왕으로 옹립하되 대원군을 섭정으로 하며 동학군을 서울에 끌어올려 치안을 담당케 하며 총어영의 병졸들을 왕실에 침입시켜 왕후페하와 왕태자전하를 시해하고 총리대신 김홍집이하 전대신들을 처단하며 새 정부를 수립할 음모를 꾸미였다.>…》

의자등받이에 웃몸을 젖히고 눈을 깔고 팔짱을 끼고있던 이노우에는 눈을 뜨며 랭담하게 뇌까렸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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