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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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무청의 고문장에는 항쇄, 족쇄, 소곤, 중곤, 대곤, 치도곤이며 주리, 압술 등 갖가지 고문도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리준용은 피투성이되여 형틀에 묶여있었다.

박영효의 심복인 추국관(심문관) 신응희가 리준용의 앞을 왔다갔다하며 뇌까렸다.

《리준용이 왕족이란것을 감안하여 경하게 국문하니 이 추국관의 물음에 왕족답게 대답하오.》

《도대체 무엇을 대답하라는거요?》

《모반을 실토하오.》

《모반?! 도대체 왕족의 한피줄인 내가 반역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신응희가 조소를 띠우고 빈정거렸다.

《흥, 수양대군이 제동기인 금성대군을 참하고 마지막에는 어린 조카 단종까지 없앴다는걸 몰라서 하는 소리요?》

《난 추호도 모반할 생각을 안했으니 죽이겠으면 죽이고 마음대로 하오.》

《무엇이?》

신응희는 악에 받쳐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의 머리속에는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니 죽이는 한이 있어도 자백을 받아내라고 하던 호시고문관의 악청이 울리고있었다. 그는 라졸들에게 턱짓을 했다.

라졸들이 리준용의 량옆에서 다리짬에 끼운 막대기로 주리를 틀었다. 준용은 견디기 힘든 고통에 입술을 강다물면서도 비명이나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젊은 리준용이쯤은 자기들이 의도하는대로 쉽게 굴복시킬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왜놈들과 친일역적들은 그가 의외로 굳센데 대해 놀라마지않았다.

시간을 끌수록 자기들에게 불리하다는것을 알고있는 놈들은 초조하던 나머지 준용이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형을 가했다.

신응희가 악청을 질렀다.

《저자의 손가락을 자르라!》

이번에는 어쩔수없이 준용이도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신응희가 악에 받쳐 떠벌이였다.

《대답하라! 대답 안하면 두번째손가락이 잘리운다. 대답해라, 대답해!》

이 당시 리준용에 대한 고문사실에 대하여 야사집 《매천야록》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있다.

《준용을 국문하되 형이 혹심하여 손가락과 발가락이 잘리운지라 준용이 큰소리로 웨치기를 속히 죽이기를 바랄뿐 말할것이 없노라 하니 옥졸들이 다 울고 듣는자들이 분격하였다.》

왜놈들과 형리들의 악형으로 리준용은 늘 의식을 잃었다. 그는 경무청의 고문장형틀에 묶인채 시체처럼 뻗어있었다.

신응희가 사무러운 눈길로 준용을 쏘아보며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대군주페하를 페하고 왕위에 올라 대원군을 섭정으로 하겠다고 한것이 사실인가?》

《…》

《대답이 없으니 그렇다고 쓰라!》

위관이 부지런히 받아썼다.

《다음 동학도들을 한성에 인입시켜 치안을 담당케 하고 통어영의 병졸들을 왕실에 침입시켜 왕후와 왕태자를 시해하겠다고 한것이 사실인가?》

《…》

《그렇다고 쓰라!》

신응희는 의식을 잃은 준용이에게 계속 지껄여댔다.

《셋째, 군무대신 조희연, 농상공무대신 김가진, 내각총서 유길준, 탁지협판 안경수 등을 살해하고 새 정부를 수립하겠다고 한것이 사실인가?》

《…》

《그렇다고 쓰라!》

《쓰고있습니다.》

위관이 마뜩잖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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