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7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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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때 고문장문이 쾅 열렸다. 형리들이 일시에 고개를 돌렸다. 문에 대원군이 거연히 서있지 않는가. 눈에서 불이 이는듯 한 대원군의 기상에 질겁하여 형리들이 뒤걸음질쳤다.

형틀에 매여 의식을 잃고있는 준용이에게로 달려간 대원군은 그를 부여안고 마구 흔들었다.

《준용아! 준용아!》

흔들어도 불러도 준용은 대답이 없었다.

대원군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부르쥐고 형리들을 노려보았다.

《누가, 어느놈이 우리 준용이를 이 지경 만들었느냐! 너냐! 너야!… 네놈이냐!》

대원군의 서리발찬 기상에 형리들이 안절부절 못하였다.

《입이 얼어붙었느냐? 얼어붙었어!》

간신히 고개를 쳐든 추국관 신응희가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척했다.

《대원위대감, 이건 호시법률고문관님이 직접…》

《난 그따위를 인정 안한다. 당장 석방하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라! 들었느냐, 먹었느냐?》

바로 이 순간에 고문장에 들어선 호시가 태연하게 걸어와 노기어린 대원군의 앞에 마주섰다.

대원군은 분기를 참으며 호시를 쏘아보았다.

《누가 우리 준용이를 이 지경이 되게 했소? 당신이요?》

《난 법률고문관이요.》

웃몸을 젖힌 호시는 뻣뻣하게 맞섰다. 이런 경우 호시의 호박같은 머리는 더 기형적으로 보였다.

《법률고문관이라고 무고한 왕족을 모반죄로 처형하라는 법이 있는가?》

《리준용은 국법으로 다스리고있소. 당신은 나가시오!》

호시는 손을 들어 문쪽을 가리켰다. 대원군이 그 손을 뿌리치며 웨쳤다.

《국태공을 나가라? 이 땅이 뉘땅인데 감히 국태공을 나가라는건가? 당신이나 나가오!》

《여긴 법을 다루는 곳이지 운현궁이 아니요!》

이렇게 뇌까리고나서 위관이 쓴 취조서를 와락 걷어쥐고나가던 호시는 대원군을 돌아보며 조소를 띠우고 빈정거렸다.

《합하, 재판이 답변해줄것입니다.》

《재판?》

《왕족만 취급하는 특별재판소에서.》

이렇게 씨벌인 호시는 얄밉게 커다란 호박대가리를 까닥하고나서 고문장에서 나가버렸다.

다시 준용이곁에 다가선 대원군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방울에 준용이의 얼굴에 말라붙은 피자욱이 씻겼다.

한편 이 시각 부대부인은 자기의 아들이며 국왕인 고종의 앞에 앉아있었다. 눈물이 글썽한 생모인 부대부인을 차마 마주볼수가 없어 고종은 머리를 수그리고있었다.

부대부인은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주상, 어쩌면 아무 죄도 없는 조카를 죽게 내버려둘수 있소?》

고종은 괴롭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머님, 이 가슴에서도 피눈물이 흐릅니다.》

《그래, 주상이야 준용이의 사람됨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으시오? 주상이 당삼촌이라고 어려서부터 졸졸 따르던 준용이가 모반을 했다니 이거야 하늘에서 해가 떨어졌다는 소리보다 더하지 않소?》

어머님!》

《주상만이 준용이의 목숨을 살릴수 있으시오. 준용이가 잘못되는 날은 이 어미도 아비도 함께 저세상으로 가는 날인줄 아시오.》

나약한 고종은 눈을 감고 손으로 이마를 쓸어만지는데 부대부인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했다.

고종이 걸그렁한 음성으로 떠듬거렸다.

어머님! 무엇때문에 소자를 대궐로 들여보내셨습니까? 예? 운현궁에 그냥 있었더라면 오늘같은 일이…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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