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6

(1) 

 

민비와 마주앉은 고종은 이마살을 찌프린 시름겨운 표정이였다.

《곤전, 저 준용이 일을 어쨌으면 좋겠소?》

민비는 침착하면서도 확신에 넘친 눈길로 고종을 마주보았다.

《왕실의 종친 하나 구원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왕실이겠소옵니까?》

민비는 그간 준용이 일로 생각을 많이 하였다. 왜놈들이 애꿎은 준용이를 모반죄에 걸어 악형을 가하는것은 왕실에 대한 위협이란것을 그는 깨닫고있었다. 지금 운현궁을 겨눈 화살이 언젠가는 건청궁으로 날아올것이였다. 그러니 운현궁을 겨눈 화살부터 꺾어버려야 다시는 왕실을 걸고들지 못할것이다. 민비는 이노우에와의 이 싸움이 리준용이 한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문제이기 전에 왕실의 안위와 나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했다.

《상감마마, 일본은 3국간섭으로 다리부러진 노루와 같소옵니다. 와! 몰아주면 어찌할바를 모르고 갈팡질팡할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고종은 기대어린 눈길로 민비를 바라보았다. 민비는 그 물음에는 대척없이 합문밖에 대고 소리쳤다.

《도승지더러 들라 해라.》

《알아뫼셨사옵니다.》

대답소리가 울린 후 얼마 되지 않아 도승지가 숨가삐 뛰여와 부복하였다.

고종이 민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더러 주관하라는것이였다. 민비가 도승지에게 정색하여 물었다.

《조정에서 우리 말을 잘 들을 사람이 누구요? 일본당이 아닌 사람들 말이예요?》

도승지가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총리 김홍집, 탁지대신 어윤중, 외무대신 김윤식 세사람의 이름을 꼽았다. 민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도파인물로서 혁신관료라고 지목되고있을뿐아니라 사람됨이 점잖고 량심적인 그들을 민비는 오래전부터 지목하고있었던것이다.

이윽하여 김홍집, 어윤중, 김윤식 세사람이 편전으로 와서 부복하였다. 편히 앉으라는 고종의 말에 그들은 정중히 앉았다.

민비가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눈길을 주며 말을 꺼냈다.

《경들을 이렇게 부른건 다름아니라 리준용이 문제때문입니다. 지금 준용이가 모반했다고 숱한 사람들을 경무청에 잡아다 당근질을 시키지, 권설재판소란것을 차려놓고 재판놀음을 벌린다는데 경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가운데 앉은 김홍집이가 정부의 수반으로서 먼저 말을 뗐다. 호인형 얼굴인 그의 표정은 엄엄하였다.

《량위페하, 이 문제에 대해 소신들도 의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리준용사건이란 패설적사건으로서 현실성이 없는 가공적인 사건에 불과하므로 소신들은 이 사건자체를 전면 부인하는바입니다.》

고종의 낯색이 대뜸 밝아졌다.

《총리대감, 그 말이 진심의 소리겠소?》

고종의 묻는 소리에 김홍집은 정색하여 대답했다.

《페하, 무엇이 무서워 속에 없는 소리를 하겠소이까?》

《음, 탁지, 외무 두 경들의 생각도 같으시오?》

《그렇소이다, 페하.》

어윤중과 김윤식은 머리를 조아렸다.

고종이 웃는 얼굴로 민비를 돌아보았는데 이제는 한시름 놓인다는 표정이였다.

민비가 침착하고도 부드러운 어조로 김홍집에게 말했다.

《무슨 문제건 조정의 수반인 총리대감의 태도여하가 중요합니다.》

김홍집이 정색하여 인차 대꾸했다.

《소신은 총리대신으로서 령의정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좋아요.》

민비는 외무대신 김윤식에게 눈길을 주었다.

《대감, 각국 공사관들의 반향은 어떠시오?》

《아직 딱히 알아보지는 못했사오나 그들도 의혹을 가지는상싶습니다.》

《알겠어요.》

민비는 세 대신을 다시금 갈마보며 힘을 주어 말했다.

《우리 내각의 세 중신이 결사반대하고 또 각국 공사관들에서 반대해나서면 일본공사도 어쩌지 못합니다. 3국간섭을 상기해보세요. 그러니 외무대신은 시급히 각국 공사관들에 리준용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려주어 그들의 여론을 환기시켜야 하겠어요.》

세 대신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윤식이 민비에게 분부를 곧 시행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민비는 자리를 일려는 김윤식을 다시 불러앉히였다.

《대감, 오늘 저녁 만찬에 로씨야공사 웨벨부부를 초청해주세요.》

《알아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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