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 회)

제 6 장

저물어가는 갑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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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씨야공사 웨벨부부를 위하여 민비가 마련한 이날 저녁 만찬회는 말그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 민비는 만찬회에 조선고유의 민속음식들을 차려놓았는데 그 다양한 가지수며 조선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진미에 웨벨부부는 《하라쇼, 오첸 하라쇼(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하고 연송 감탄하였다.

키가 크고 갈색머리에 눈빛이 파아란 웨벨공사는 원래 유모아를 즐기는 기지있는 사람인데 이날 저녁엔 더 익살을 부려 민비와 웨벨부인은 물론 좀 뚝한 편인 고종까지 어깨를 들썩이며 웃게 하였다. 그는 국수를 가리켜 《조선마카로니》라 하거나 찰떡을 가리켜 《매맞은 흘레브》라고 해서 녀인들을 웃기였으며 조선사람들은 깨끗하게 씻은 쌀로 지은 밥을 또 물에 씻어먹기때문에 가장 위생적이라고 칭찬하기도 하였다.

여느때와 같이 연회의 접대를 맡은 아정은 연회탁의 음식시중을 들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웨벨공사가 조선황실이 3국간섭이후 로씨야에 기울어지고있는 기회를 틈타 그들을 바싹 끌어당기려고 부심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또한 민비도 일청전쟁에서 이겼다고 우쭐렁거리던 일본을 3국간섭으로 찍소리 못하게 눌러놓은 로씨야의 막강한 힘을 본 후 재빨리 친로적인 경향으로 흘렀는데 장차 로씨야의 힘을 빌어 일본의 마수에서 벗어날 심산이란것도 아정은 알고있었다.

연회가 한창 고조에 올랐을 때 민비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

《참 공사각하, 요즘 리준용사건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까?》

《예, 무슨 반역행동을 했다던가요.》

웨벨이 얼빤한 기색으로 이렇게 말하자 고종이 울컥 성을 내며 말중간에 끼여들었다.

《그건 거짓입니다. 일본사람들이 꾸민 날조극입니다.》

《예, 날조극.》

웨벨이 고종의 말을 되뇌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비가 침착한 어조로 사건의 진상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나서 결론적으로 말을 이었다.

《하기에 우리 정부의 총리대신을 비롯하여 많은 중신들이 이 사건을 소설적으로 꾸민 날조극이라고 규탄하고있습니다. 공사각하, 우리는 각하도 우리의 편을 들어 일본사람들이 이 사건을 더 끌고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리준용은 인척관계로 보아도 우리 황실에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가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쓴다면 우리 정부의 권위는 어떻게 되며 또 우리 황실의 체면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알만 합니다, 왕후페하.》 웨벨은 정색한 눈빛으로 민비를 건너다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일본인들은 참 묘한 족속들입니다. 조선의 황제를 황제라 부르지 않고 대군주라 하는것만 보십시오.》

《악독한 놈들이지요.》

고종이 또 격해서 말중간에 끼여들었다.

《왕후페하.》 웨벨이 입을 열었다. 《저는 래일 일본공사관을 방문하겠습니다. 이노우에공사에게 리준용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하여 재류외국인들의 생명재산이 위태롭게 될 위험이 있으니 이 문제를 의제로 한 외교단회의의 소집을 촉구하겠습니다.》

웨벨의 성근한 태도에 감동된 민비는 저도 모르게 두손을 맞잡았다.

《공사각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로씨야와 같은 강력한 나라를 우방으로 가지고있는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웨벨은 점잖게 머리를 숙여보였다.

《우리도 베이징조약으로 아름다운 나라 조선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둔 린방으로 된데 대해 만족스럽게 여깁니다.》

이렇게 말한 웨벨은 자기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곁에 앉은 부인을 돌아보았다. 웨벨부인도 웃음을 띠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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