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6 회)

제 8 장

6

(3)

 

창억이는 로획한 총들을 어깨에 메고 열댓걸음 뒤에 떨어져서 걸어올라갔다. 안해가 있는 곁에 가기 무엇해서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조화먹은것인지 예전에는 장가든것이 창피해서 안해를 멀리했다면 지금은 속에 자랑이 넘치니 또 곁에 서기 어색해진다. 창억이는 시무룩이 웃으며 어깨를 묵직이 누르는 총들을 번쩍 추슬러메였다.

그들이 산중턱을 지나올라갔을 때 앞에 가던 대원들이 무춤 서버렸다. 누구인가 큰소리로 웨쳤다.

사령관동지다!》

《뭐?》

《어디?》

사령관동지께서는 뾰족산꼭대기로부터 걸어내려오시며 군모를 벗어 머리우에 높이 쳐들어 흔드신다.

《동무들, 수고했소- 첫 승리를 축하하오!》

그이의 우렁찬 음성이 울리자 하늘과 땅에 승리의 환희와 신선한 기운과 거대한 열정이 가득차서 설레이는듯 하였다.

사령관동지!》

사령관동지!》

대원들은 그이를 향하여 헤덤벼 엎어지면서 뛰여올라갔다. 창억이도 다른 대윈들과 부딪치며 뛰여올라갔다.

달려내려오시는 그이의 가슴에서도 쌍안경이 들썩거렸다. 그이의 존안은 초연에 그슬렸고 군복의 팔굽이며 무릎에는 흙이 묻었으며 불길속을 헤쳐온 흔적인듯 행전에는 거멓게 불탄 자리가 얼룩졌다.

대원들과 한데 어울려지시니 나이도 얼굴색도 차림새도 모두 어슷비슷하여 사령관다운 유표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다, 쌍안경외에는…

장군님께서는 기쁨에 설레는 대원들의 손을 잡고 이름을 빠짐없이 불러주시며 잘 싸웠다고 치하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옆에 서있는 김진세와 마종삼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량손에 두 로인의 손을 뜨겁게 잡아쥐시고 기쁨에 넘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돌대포〉가 크게 은을 냈습니다.》

두 로인이 어줍게 웃자 장룡산이 밥함지를 어깨에 멘채 끼여들었다.

《다섯군데서 돌사태를 퍼부었는데 정말 굉장했습니다. 왜놈들이 그냥 묵사발이 되고… 혼비백산이 됐습니다.》

《허허허…》

《이 아바이들이 오늘 정말 〈돌대포〉로 한턱 잘 썼습니다.》하며 장룡산은 벙글거렸다.

《다섯군데라면서 왜 한턱이요? 다섯턱이지, 허허허…》

장포리는 밥함지를 멘 어깨를 들썩 추슬리며 한수 더 떴다.

《아, 그런데 부녀회에서 점심까지 내오니 사령관동지, 그럼 이거 오늘 우리 중대가 여섯턱을 받아먹는셈이 아닙니까?》

대원들도 웃음보가 터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어서 진지로 올라가자고 손을 저으시였다.

모두 뾰족산뒤경사면의 펑퍼짐한 자리에 빙 둘러앉아서 점심밥을 먹었다. 장군님께서는 김진세, 마종삼이와 자리를 같이하시고 식사를 드시였다.

림성실이와 윤보금이는 한옆에 서서 자기들이 지어온 당콩을 섞은 기장밥이며 감자를 잘게 썰어넣은 미역국을 모두 맛스럽게 드는가 살펴보다가는 소곤소곤거리기도 하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키득 웃기도 하였다. 림성실은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그러다가도 얼른 바가지에 덧국을 떠가지고 식성이 좋은 장룡산이나 김창억에게로 가서 밥그릇에 부어주는것이였다.

보금이는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치마폭에 두손을 감추고 서서 다른쪽을 보는척 하면서도 내내 장군님쪽에 마음을 쓰다가 그이께서 식사를 마치시자 얼른 물사발을 들고 다가가서 두손으로 받쳐 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사발을 기울여 물을 쭉 들이키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며 그를 돌아보시였다.

《내 이 뾰족산에서 창억동무의 아주머니가 주는 물을 마실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소? 허허허…》

보금이는 행복에 겨워 홍조가 피여난 얼굴을 푹 숙이였다.

그이께서는 짐짓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밥함지를 이고 전장으로 곧바로 달려나오다니? 그러다가 왜놈들이나 불쑥 나타나면 어쩌자고 그랬습니까?》

《보금이는 잡도리가 다 돼있었습니다.》 하고 림성실이 그를 대신하여 대답올리고는 밥함지밑에 손을 밀어넣었다.

그러자 보금이는 화닥 놀라 달려가서 그의 손을 붙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림성실은 어느틈에 팔을 뽑아 머리우에 높이 쳐들었다. 그의 손에는 빨래방치같은것이 쥐여있었다.

《이걸로 왜놈들이 접어들면 때려잡겠다고 했습니다.》 하고 림성실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니, 그게 뭐요?》 장군님께서는 물으시였다.

성실에게서 보금의 무기를 받아쥐신 그이께서는 그것을 이리저리 쓰다듬어보시였다.

《이거야 다듬이방망이가 아니요?》

《그렇습니다. 점심밥을 이고 떠나려는데 그걸 밥함지우에 올려놓지 않겠어요. 어디다 쓰자는겐가고 물었더니 왜놈들과 맞다들겠는지…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나 맞다들지 말아야지 총잡은 놈을 그걸로 어떻게 당하는가고 했지요. 그랬더니 글쎄 하는 말이 자그만해도 박달이라고 하지 않겠어요. 다듬이방망이가 박달인지 제가 박달이라는겐지, 호호호…》

유격대원들은 그 소리에 모두 유쾌하게 웃었다.

장군님께서는 그 다듬이방망이와 보금이를 번갈아보시며 《박달이라… 박달이란 말이지…》 하고 뇌이시다가 즐겁게 웃으시였다.

두손으로 볼을 싸쥐고 몸둘바를 몰라하던 보금이는 애정에 넘친 눈길들에 쫓겨 장군님의 뒤로 해서 시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김진세는 뭇시선들에서 며느리를 막아주려고 앉은키를 높이고 눈꼬리에 깊은 주름살을 잡으며 훤하게 웃었다.

장군님께서는 그 다듬이방망이를 머리우에 높이 쳐드시며 대원들을 둘러보시였다.

《동무들, 보시오. 이런것에 마음을 의지해서 탄알이 비발치고 적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전장으로, 동무들한테로 달려왔습니다. 더운 밥을 대접하겠다고… 부녀회장동무 말대로 박달이야 박달이 아닙니까?… 창억동무! 창억동무가 어디 있소?》

앉아있는 대원들의 제일 뒤쪽에서 장룡산이와 오판단이 창억의 옆구리를 쥐여박아 일으켜세웠다.

창억이는 난생처음 이런 면구스러움을 당한다는듯 얼굴이 벌개져서 엉거주춤 일어섰다.

《창억동무, 말해보오. 동무면 그렇게 할수 있겠소? 없을거요, 없지 않구. 허허허…》

대원들은 모두 큰 경사가 난듯 기쁘게 웃으며 설레였다. 창억이도 짐짓 창피스러운척 하다가 입귀를 약간 말아올리며 싱긋이 웃었다.

장군님께서는 다듬이방망이를 대견스럽게 쓸어만지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장룡산중대장 말에 의하면 오늘 김진세아바이와 창억동무도… 마종삼아바이와 마동호동무도 다 잘 싸웠습니다.… 동무들이 보는것처럼 지금 여기에는 한 가정에서 아버지, 아들, 며느리가 자리를 같이하고있습니다. 다른데도 아니고 이 뾰족산에서…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유격대와 함께 전체 인민이 근거지방위에 떨쳐나섰다는것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러시고 다시 다듬이방망이를 들어보이시였다.

《이건… 단순한 다듬이방망이가 아닙니다. 옛날 우리 할머니도 어느 집 다듬이방치에나 내인들의 눈물과 한숨… 기쁨과 서러움이 배여있어 기름기가 반들반들하다고 얘기해준 일이 있습니다.… 이건 정말 단순한 다듬이방망이가 아닙니다. 녀성들까지 우리와 함께 싸우고있다는 산 증거이고… 뭐라고 할가… 그 상징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보금의 눈에 눈물이 가득 어렸다. 그것을 본 사람은 몇이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그런데… 이 다듬이방망이가 아까 내 귀에 대고 가만가만 속삭여준 말이 있습니다. 그걸 공개하고 동무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습니다. 아… 아… 너무 떠들지 마오. 이건 아주 신중한 문제요. 어떻게 속삭였는고 하니… 이런 날에 신랑이 가만있을수 있는가 이런단 말이요.

내 생각에도 그렇소. 옛날에는 구차한 사람들이 어찌다 돈을 벌면 안해한테 사랑의 표시로 구리가락지쯤은 하나 사서 선사했다는데 우리는 오늘 숱한 총을 로획했는데 총을… 총을 주는게 어떻소?》

처음에는 무슨 말씀인가 해서 숨을 죽이고 듣던 대원들이 와와 떠들어대며 웃음에 넘쳐 박수를 쳤다.

《좋습니다!》

《줍시다!》

장군님께서는 손을 저어 대원들을 진정시키시였다.

《가만… 가만… 총은 유격대의 이름으로 주되 어느것을 주겠는가 고르는건 창억동무한테 맡기는게 어떻소? 그리고 응당 부녀회장동무한테도 제일 좋은걸로 골라줘야 한다고 보오.》

그 말씀에 대원들은 더 기쁨에 겨워 흥성거리며 박수를 쳤다. 어떤 대원들의 눈에는 눈물이 번쩍이였다.

기쁨에 넘친 박수소리와 떠들썩한 웨침소리에 떠밀리워 창억이 뒤쪽에 있는 총무지로 가서 허리를 굽히고 총들을 이것저것 골라보는데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섬찍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의아해서 눈길을 들었다.

이쪽으로 치달아오른 릉선길에서 사령관동지께서 중키의 유격대지휘관과 마주서시여 이야기하고있는것이 바라보였다.

낯선 그 지휘관은 군복이 흙투성이가 되였고 머리에는 피가 내밴 붕대가 감겨져있었다. 장룡산중대장도 긴장된 얼굴로 그옆에 서있었다.

이윽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장룡산중대장에게 무엇이라고 이르시고는 그 지휘관과 함께 릉선길을 따라 사령부쪽으로 올라가시였다. 매우 긴박한 정세가 조성된 모양이다. 장룡산중대장만 이쪽으로 돌아왔다.

장룡산은 유쾌한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창억이 고른 두자루의 기병총을 림성실이와 윤보금에게 주고는 그들의 손을 꽉 잡아흔들었다.

그리고는 창억에게로 돌아섰다.

《곧 사령부로 올라가오. 동무는 이제부터 사령관동지를 호위해야 되겠소. 이건 우리 지휘관들이 심중하게 토의한 문제요. 정황이 점점 엄혹해질것이 예견되는것만큼 동무 임무가 매우 중요하오. 요영구쪽도 정세가 매우 긴장된 모양이거던.》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1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